프랑스 왕실의 번영과 쇠락, 웅장한 건축물, 왕실의 역사, 비밀스러운 살롱… 천일야화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루아르 고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루아르 강변에 있는 300개의 성을 모두 방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루아르 고성 중에 꼭 방문해야 할 세 곳의 성은 어디일까? 샹보르 성, 쉬농소 성과 블루아 성을 추천한다.
1,800명이 건축에 참여한 화려한 사냥용 별장이었던 샹보르 성(Château de Chambord)
원래 샹보르 성은 왕실의 화려한 사냥용 별장이었으나 프랑수아 1세는 이곳에 외국의 사절들과 군주들을 공식 초대하여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곤 했다. 이 샹보르 성을 세우기 위해 1519년부터 1547년까지 약 1,800명의 인부가 거대한 공사에 참여하였다. 샹보르 성은 엄청난 규모는 물론 빈틈없이 정확한 대칭구조로 놀라움을 준다.
다빈치가 설계한 계단이 있는 샹보르 성
강력한 권력을 추구한 군주론자나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국왕만이 샹보르 성의 전설적이고 혁신적인 이중 계단을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수아 1세가 이처럼 놀라운 계단을 만들기 위해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설계를 요청했다는 것은 놀랍지 않다. 이 계단은 완벽한 착시 효과를 주는 계단으로 유명하다. 앞에서 보면 나선형 계단 한 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절대로 연결되지 않는 두 개 계단이 함께 있다. 계단에서 현기증에 주의하길!
주민들의 이동 통로로 쓰인 쉬농소 성(Château de Chenonceau)
2차 세계대전 당시 쉬농소 성의 일부는 프랑스 영토로 남아 있었으나, 나머지 부분은 독일군의 점령지가 되었다. 독일 점령지와 프랑스 영토 사이의 경계가 바로 쉬농소 성의 대형 갤러리였으며, 이곳을 통해 많은 프랑스인들이 반대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고성을 통한 은밀한 탈출 작전이라니!
귀부인들의 성(Château des Dames)
쉬농소 성의 설계도는 마치 로맨스 소설처럼 보입니다. 국왕의 공식 부인 또는 정부 등 쉬농소 성을 거쳐간 모든 여인들이 이 "귀부인들의 성"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쉬농소 성은 본래 영주의 부인이었던 카트린 브리소네(Catherine Briçonnet)의 지휘로 지어졌으나, 앙리 2세는 이 성을 자신의 정부인 디안 드 푸아티에(Diane de Poitiers)에게 하사하고 성의 정원에 그녀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앙리 2세가 세상을 떠나자 부인 카트린 드 메디시스(Catherine de Médicis)는 정부로부터 성을 빼앗고 셰르(Cher)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웅장한 회랑 건물을 세우도록 지시했습니다.
땡땡 만화에 영감을 준 슈베르니 성(Château de Cheverny)
벨기에 만화작가 에르제는 슈베르니 성에서 땡땡(Tintin) 앨범 시리즈 중 "라캄의 보물(Le Trésor de Rackham le Rouge)" 편의 영감을 얻어 주인공 아독 선장이 이야기의 배경인 물랭사르(Moulinsart) 성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으로 묘사했다. 슈베르니 성을 둘러보며 아독 선장과 그의 친구들인 땡땡, 뒤퐁과 뒤퐁 형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강아지 밀루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슈농소 성에서 열리는 상설 전시를 통해 땡땡의 모험을 더욱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지하 요새에서 빵을 구울 수 있었던 앙제 성(Château d'Angers)
당시에 실제로 앙제 성의 지하에서 빵을 구울 수 있었다고 한다... 앙제 성은 겉으로 보면 다른 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앙제 성에는 대형 지하 요새가 숨겨져 있다. 앙제 성의 지하 18m로 내려가면 백토 토양을 파서 만든 수 킬로미터의 지하 통로가 있다. 적을 방어하고 공격 시 대피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이 지하 요새에는 제빵사가 빵을 만들어내는 공간도 있었다.
루아르 고성에 대한 더 많은 정보
추천하는 블로그: OMonChâteau, "오래된 고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해주는 블로그!" 고성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데, 안타깝게도 프랑스어로만 작성되어 있다.
추천하는 책: 줄리엣 벤조니(Juliette Benzoni)가 쓴 루아르 고성에 관한 소설을 추천한다. 각 고성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실화에 영감을 받은 소설이다.
기차 이용 정보: 여름 내내 앵테루아르(Interloire) 기차 노선을 이용해 800km에 이르는 루아르 강변 자전거 도로를 산책해 보자. 기차는 오를레앙(Orléans)에서 크로아직(Croisic)까지 운행되며, 자전거를 타고 무료로 기차에 올라 다음 산책로나 출발 지점에서 내릴 수 있다.
추천 전시회: 에르제 재단(Fondation Hergé)과 협력하여 슈베르니 성에서 열리고 있는 "물랭사르 성의 비밀(Les secrets de Moulinsart)" 상설 전시를 놓치지 말자.
자세한 여행 정보:
By 리자 아조랭(Lisa Azorin)
기자 겸 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