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다쥐르 해변에서 고개를 돌리면 어디가 보일까? 바로 칸 해변 뒤로 높은 언덕에 숨겨진 도시 그라스가 보인다. 그라스는 "세계 향수의 중심지"이자 전설적인 향수가 탄생된 도시이다. 5분 동안 그라스 향수의 역사를 알아보자.
가죽 장갑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시작된 그라스 향수 이야기…
중세 시대의 가죽(피혁) 제조인들은 그라스의 대표적인 장인들이었다. 이 장인들은 뛰어난 가죽으로 큰 명성과 인정을 받았지만 작업 시 발생하는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죽 장인 갈리마르(Galimard)는 고객들을 만날 때 가죽 냄새가 풍기지 않도록 작업용 장갑을 라벤더, 도금양(화석류 나무), 자스민, 장미, 야생 오렌지꽃, 미모사 등 프로방스의 꽃 향기가 담긴 욕조에 잠그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내었고, 이 아이디어로 그라스 향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이름
그라스에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이름이 있다. 모두 '-나르/마르'로 끝나니 쉽게 기억하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프라고나르(Fragonard), 몰리나르(Molinard) 그리고 갈리마르(Galimard)이다. 이 세 가지 이름은 그라스의 향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중 하나는 조향사의 이름이 아니다... 어떤 이름일까?
프라고나르 이름의 유래
1926년 외젠 훅스(Eugène Fuchs)는 유명한 향수 브랜드인 메종 프라고나르를 설립한다. 프라고나르라는 이름을 듣고 화가를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라스에서 태어난 장-오노레 프라고나르는 '빗장'이라는 걸작을 그린 로코코 양식의 대표 화가이다. 외젠 훅스는 그라스 출신의 화가 프라고나르와 자신이 가족과 함께 정착한 그라스에 대한 오마주로 메종을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하지만, 화가 프라고나르가 실제로 후각이 뛰어났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기본 향수 용어
조향사: 특별히 발달된 후각 능력을 가진 향수 제작자 향료: 향수 농축액 순수 향료: 순수한 꽃 농축액
조향사
나와 똑같은 향수를 뿌린 사람을 마주치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특별한 첫인상을 남기는 나만의 향수를 만들고 싶다면 메종 몰리나르의 향수 공방(l’Atelier de Tarinologie)으로 가보자. 향수 아틀리에에서 향수 제조법의 기초를 배우고 100%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보자.
장미의 이름
5월은 그라스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그라스에서 가장 유명한 꽃인 메이 로즈(May rose) 장미는 그 이름처럼 일년 중 5월에만 피어나는데, 메이 로즈의 향기는 취할 정도로 매우 강렬하지만 단 몇 시간 후면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그라스에서는 이른 아침 해가 뜨자 마자 메이 로즈를 수확한 후 오후에 바로 향수를 추출해 낸다. 메이 로즈의 향기는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없어, 유명한 향수 브랜드들은 메이 로즈가 수확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 귀한 장미를 얻기 위해 구입 예약을 한다.
샤넬 향수의 자스민
그라스의 자스민이 메이 로즈만큼 유명한 이유는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향수인 샤넬 N°5의 주 원료이기 때문이다. 그라스에서 생산되는 자스민의 대부분이 샤넬 N°5 향수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그라스 자스민이 없다면 샤넬 N°5의 향기도 더 이상 느낄 수 없을 것이다.
N°5, 이름의 유래
1921년 유명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를 만나 "여성미가 느껴지는 향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이 향수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요?"라는 질문에 코코 샤넬은 다섯 번째 향수 샘플을 맡아본 후에 "향수 컬렉션을 5월 5일에 출시해야겠어요. 이 향수는 샘플 이름 그대로 넘버5라 부를게요, 숫자 5가 행운을 가져다 줄거예요."라고 대답해 N°5라고 불리게 됐다.
그라스 향수에 관한 더 많은 정보
- 추천하는 책: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향수 공장: 메종 프라고나르의 공장을 방문해 보자. 공장 1층에는 향수 박물관이 있으며, 박물관에는 그라스 출신 화가 프라고나르의 13개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 향수 공방: 메종 몰리나르에 있는 향수 공방(L’Atelier de Tarinologie)에서 자신만의 향수를 직접 만들어 보자.
By 리자 아조랭(Lisa Azorin)
기자 겸 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