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낭트는 브르타뉴 지방의 문화 수도로 불리며, 프랑스 서부 전체를 돌아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여행지이다. 과거 낭트는 루아르 강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으로 호황을 누리다 선박 경기 침체로 위기에 놓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오늘날 낭트 도시 곳곳에서는 예술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낭트 여행을 다녀온 에이비로드 매거진 기자가 소개하는 낭트 속의 예술 세계로 푹 빠져보자.
쿠르 캄브론 Cours cambronne
프랑스대혁명 때 파괴된 후 새롭게 조성된 낭트의 공원 중 하나로, 본래는 공원의 양쪽으로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만 사용하던 프라이빗 한 곳이었다. 19세기 건축 디자인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정원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낭트의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는 캄브론이 아파트와 정원을 모두 디자인했다. 정원 중심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는데 마주 보는 대각선 위치에 세워진 ‘무명의 어린 여자아이’ 동상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유명한 정치인이나 장군, 남성성을 강조하는 수많은 동상이 세워지는 관습을 깨기 위한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낭트에는 기존 예술의 형태를 깨뜨리는 다양한 현대 설치미술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르 리외 유니크 Le Lieu Unique
낭트에 위치한 프랑스의 국민 과자 뤼 비스킷 공장이 점점 번성하여 도시 외곽에 큰 공장을 짓게 되자, 원래의 공장은 폐공장이 되었다. 그러나 폐공장이 되어버린 이 공간에 몇몇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예술의 싹을 피우는 장소가 되었고, 현재에는 낭트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가 되었다. 예술 작품 전시나 강론회가 열리고, 연극과 무용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바와 레스토랑, 독서실, 터키식 목욕탕인 하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즐길 거리가 가득해 한 번쯤은 꼭 들러보자.
마쉰 드 릴 Les Machines de l'île
낭트의 루아르 강 위의 브르타뉴 다리는 유구한 역사의 광활한 구시가지와 현대적인 기계섬의 경계선이 된다. 낭트를 방문하게 된다면 기계섬은 꼭 방문해 보아야 할 대표적인 명소이다. 루아르 강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조선업에 따른 조선소의 공장부지와 출항지 등을 보수하여 새로운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또한, 당시의 부품들을 활용하여 12m 높이의 거대한 코끼리, 곤충 기계 등을 만들었다. 특히 거대한 곤충 기계는 사람이 직접 타고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아이들에게 더욱 인기가 많다. 이 모든 것들은 쥘 베른의 상상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학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모든 장소는 역사기념물로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독특한 점은 8.5 유로의 입장료에 코끼리 보호 단체 기부 금액 1유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낭트 미술관 Musée d'Arts de Nantes
13세기 작품부터 현대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낭트 미술관은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으로 꼽는다. 수 세기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만큼 광범위한 역사와 압도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림이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세밀하게 조명을 연출했다는 점이다. 또 각 시대와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배경지를 선택한 점도 이색적이다. 빛과 어둠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놓은 방에서는 각 작품 속 빛이 마치 실제처럼 느껴지도록 어두운 작품과 위치가 맞물리게 연출했으며, 각 그림마다 어울리는 프레임을 제작해 배치하기도 했다. 인포메이션에서 태블릿 가이드나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로 제작한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 준다. 오디오를 통해 작품 속 이야기를 들으며 각 방마다 달라지는 미술관 연출의 감각을 감상해 볼 것.
에스튀에르 Estuaire
낭트에 왔다면 낭트 예술의 진면모를 만날 수 있는 크루즈를 꼭 타볼 것. 마린 에 루아르 매표소에서는 이곳에서 출발하는 다양한 크루즈에 대한 정보와 지도 등을 구할 수 있다. ‘강 하구’를 뜻하는 에스튀에르 투어는 생 나제르를 목적지로 삼고 루아르 강 60km를 이동하며 30여 점의 설치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아트 트레일이다. 노예의 수갑을 형상화한 원고리 조형물부터 반쯤 물에 잠긴 라 메종 당 라 루아르, 130m 길이의 알루미늄 바다뱀을 형상화한 세르펭 도세앙에 이르기까지 2 시간 반의 여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낭트에서 생나제르로 출발하는 크루즈는 오전 10시에만 있으니 참고할 것. 돌아오는 루트는 기차, 차량 이용 등 다양한데 매표소에서 예약 시 한 번에 모두 예약할 수 있어 편하다. 이왕이면 생나제르에서 며칠 묵는 것도 좋겠다.
파사주 폼므레 Le passage Pommeraye
1843년 네오클래식 스타일로 지어진 역사기념물인 이곳은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쇼핑 아케이드 형태 중 하나로 명품 브랜드, 생필품, 바, 카페,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구매할 수 있고 흐리거나 비 오는 날씨와 상관없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파리에도 대략 스무 개가 남아있는 파사주는 대부분 단층으로 되어 있는데, 낭트의 피사주는 10m 높이의 여러 층으로 형성되어 있어 독특하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며 일요일에는 휴무이다.
낭트 여행 팁
낭트 관광 안내소를 방문하면 그린 라인이 그려진 지도를 얻을 수 있다. 그린 라인 루트를 따라 걷다 보면 브르타뉴 공작의 성, 낭트 역사 박물관, 낭트 대성당 등 낭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그린 라인은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도 그려져 있어 굳이 인터넷 지도나 종이 지도를 들춰보지 않아도 쉽게 둘러볼 수 있으니 천천히 도시를 즐기며 마음껏 걸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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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 Road 김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