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에서 크루즈를 타고 에스튀에르 아트 트레일을 따라 생나제르에 도착하자 낭트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낭트가 중세 시대 골목 여행에 가까웠다면 생나제르와 라 볼은 눈부신 바다와 세찬 바닷바람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낭트에서 가까워 근교 여행으로 머물기 좋은 데다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전쟁의 흔적과 다채로운 예술의 탄생지로 기록된 아이러니한 매력이 돋보이는 도시, 생나제르와 서부의 니스라 불리는 라 볼로 여행을 떠나보자.
코만도 광장 Place du Commando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과 평온한 도시 전경으로 각광받는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한때 이곳은 전쟁의 흔적으로 몸살을 앓았던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많은 곳이 폐허가 되었지만 노력 끝에 지금의 아름다운 모 습으로 재건축되었다. 그중 코만도 광장은 생나제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지역. 매년 초청되는 세계의 예술가들은 여름마다 이곳에서 뮤직 페스티벌을 열고 아름다운 그라피티를 남긴다. 광장 뒤로 아바나 구역이라 불리는 골목에 들어서면 마치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아기자기한 파스텔 톤의 건물이 나타난다. 중간중간에는 생나제르에서 과거 중앙아메리카로 배를 보냈던 목적지의 이름을 따 지은 길이 있어 인상적이다. 광장과 해변가 사이에는 차도였던 곳을 모두 인도로 리노베이션 해 다양한 바와 레스토랑이 자리 잡아 어느 곳에 앉아도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기다란 해안가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도 있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오두막을 렌털해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오두막은 생나제르 관광안내소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가격은 4시간에 35유로, 10시간에 45 유로다.
에스칼아틀란틱 박물관 Escal’Atlantic
생나제르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점령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잠수함 벙커가 존재한다. 아픔을 남긴 전쟁의 흔적이라 할 수 있지만 생나제르는 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활발했던 조선업의 도시였던 명성으로 전쟁의 흔적을 덮어버린 것. 에스칼아틀란틱 박물관은 과거에 운영했던 여객선이 어떤 모습인지 생생한 체험과 전시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티켓 발권 후 실제로 정박해 있는 배에 타듯이 동선이 짜여 있으며 큐레이터 또한 마치 선원이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안내한다.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배의 갑판이다. 이곳에 서면 실제로 항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상이 벽면에 상영되고 바람이 불어 실감 나는 체험이 펼쳐진다. 박물관을 나설 때도 예사롭지 않다. 평범하게 계단으로 내려올 수도 있지만 구조보트를 타고 출구로 나갈 수 있으니 꼭 체험해 볼 것. 가이드와 함께 투어하고 싶다면 예약해야 하며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라 플라주 La Plage
생나제르에서 최고의 뷰 맛집을 자랑하는 라 플라주는 코만도 광장과 해안가 근처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창밖으로는 눈부시게 빛나는 바닷가를 마주하고 있고 에스튀에르 시리즈 중에 가장 마지막 작품인 거대한 크기의 발, 스웨터 모양의 설치 작품도 풍경에 한몫한다. 해변에 위치한 레스토랑답게 신선한 연어, 참치 회를 맛볼 수 있는 데다 정통 프렌치식보다는 좀 더 캐주얼한 메뉴라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실패하지 않을 것. 아이를 위한 메뉴가 있고 반려견이 함께 방문할 수 있어 온 가족이 찾는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테라스에 앉으면 밀짚모자를 빌려주기도 하는 등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덤이다.
염전 일꾼의 집 La maison des Paludiers
라 볼이란 지역은 생소하지만 게랑드 소금은 익숙하게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라 볼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세계적인 염전으로 손꼽히는 게랑드가 있어 들러볼 만하다. 게랑드 염전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최고급 품질의 소금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셰프들은 모두 게랑드 소금을 사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요리 좀 한다는 유명 셰프들도 게랑드 소금을 애용한다. 모든 소금은 100년 전 전통 방식을 계승하여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염전 표면에 떠 있는 소금을 특유의 기술로 조심스레 건져낸 꽃소금은 크리스털처럼 반짝이고 염전 아래에 가라앉아 다양한 영양소를 품은 굵은소금은 회색빛이 돌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염전 일꾼의 집은 일종의 박물관으로 입장료를 내고 방문하면 염전을 소개하는 내용을 들을 수 있고 이곳에서 직접 생산한 게랑드 소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소금은 한국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 소금 수확철인 여름에 방문하면 산처럼 쌓인 순백의 염전을 볼 수 있다.
게랑드 소금 즐기기
루이 14세가 즐겨 먹었다고 전해져 소금계의 황제, 하얀 금(金)이라 불리는 게랑드 소금. 보통 소금을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한 양념으로 생각하지만 이곳에서는 요리 단계보다 서빙 직전에 음식 위에 뿌려서 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 볼 식당 곳곳에는 테이블 위에 소금이 올려져 있기도 해 그 자체로 맛을 볼 수도 있고, 디저트에 감칠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웨스토텔 르 풀리겅 Westotel Le Pouliguen
생나제르나 라 볼은 그냥 지나치기보다 1박 내지 2박 정도의 숙박을 하며 휴양지의 진수를 느껴보길 권한다. 그러나 바닷가에 있는 고급 리조트가 부담스럽다면 이곳 웨스토텔 르 풀리겅이 제격이다. 가성비가 좋은 데다 넓고 쾌적한 방, 휴양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늑한 정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룸마다 테라스를 갖추고 있고, 옥상에는 탁 트인 돔 형태의 수영장과 여독을 풀기 좋은 사우나도 있다. 팁이 있다면 너무 높은 층보다는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저층을 선택할 것. 야자수가 드리운 푸른 정원과 그 너머로 보이는 항구 뷰가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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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 Road 김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