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옥시타니(Occitanie)는 가장 많은 데파르트망(Départements, 행정 구역)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그만큼 다양한 장소가 있기에, 어느 곳을 추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빼어난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옥시타니의 해변가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네 곳의 데파르트망을 둘러보는 며칠 간의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동부 피레네 산맥 – 베르메이(Vermeille) 해안의 휴양지
국경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콜리우르(Collioure)는 수많은 미스터리를 품은 도시다. 이른 아침, 따스한 햇살이 항구를 어루만지고, 한때 어업에 사용되던 화려한 전통 배를 비춘다. 골목길 사이로 들어가면 건물 외관 장식에서 배 장식에 사용되던 색상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노랑, 빨강, 초록색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하며, 행복한 산책을 즐긴다. 도심에 위치한 해변 두 곳이 시선을 끌어당기지만, 우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베르나르디(Bernardi) 해변에서 카약을 타로 베아르 곶(Cap Béar)과 생트 카트린느 만(Baie de Sainte Catherine)으로 향한다.
바닷물은 아직 차갑지만, 우리는 차분히 보트에 앉아 고요한 항해를 느릿하게 즐긴다. 이후 폴릴 만(Anse de Paulilles)에 도착하여 육지 탐험을 이어간다. 포도밭의 한가운데 위치한 비스트로-레스토랑, 탁 트인 해변 그리고 교육용 조선소가 눈앞의 풍경을 채우고 있다. 이곳은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완성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여행 첫날을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15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프랑스 왕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축조한 살스(Salses) 요새로 발걸음을 옮긴다. 벽돌과 돌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 건축물은 세월을 비껴간 듯 아직도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로드(L’Aude) - 페이 카타르(Pays Cathare) 역사를 되새기다
해안가를 따라 나르본(Narbonne)까지 계속 나아가 보자. 고대 로마 시기에 탄생한 이 도시는 수십 년 전부터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의 어디를 가든 과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뿐더러, 지하에는 실제 당시에 쓰이던 미로도 보존되어 있다. 오래된 성벽과 붙어있으며 끝내 완공되지 못한 생 쥐스트 에 생 파스퇴르 대성당(cathédrale de Saint-Just-et-Saint-Pasteur)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도시 외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나르본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환한 미소, 운하 근처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지역 농산물 등 이 도시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매료될 것이다.
물론 도시의 매력도 있지만, 자연 속 모험도 빼놓을 수 없다. 바주(Bages) 연못에서 돛단배를 타고 대자연을 누려보자. 돛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타는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곳의 수상스포츠 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즐거움을 나누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 덕분에 피에르는 손쉽게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북풍을 만난 돛이 부풀어 오르고, 우리는 윈드서퍼들과 함께 파도 위를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조금 더 가면 나오는 그뤼상(Gruissan)은 석양을 만끽하기에 최고의 명당이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 작은 별장들과 요새가 이 해변 도시의 매력 포인트다.
에로(Hérault) – 랑그독 운하에서 연못까지
미디 운하(Canal du Midi)는 17세기 말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수문이 설치된 운하를 따라 250km를 이동하면 툴루즈의 토 호수(Etang de Thau)가 나온다. 베지에르(Béziers) 입구에 있는 9개의 퐁스란(Fonseranes) 수문(댐 8개, 수문 9개, 높이 23m) 부지는 완전히 리모델링되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동쪽으로 약 50km 가면 운하가 토 호수로 이어지는데, 우리가 향하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여기서 해수면을 반쯤 덮고 있는 굴 양식장을 만날 수 있다. 지중해 굴은 사실 모두 대서양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수십 년 전부터 굴 양식에 종사한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그들의 노하우, 그들의 생활을 공개한다. 굴 애호가이든 굴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든, 이곳에 온 이상 굴을 맛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르 가르드(Le Gard) – 카마르그(Camargue)의 성벽, 염전
이번 옥시타니의 모험은 카마르그에 위치한 에그 모르트(Aigues Mortes) 염전에서 끝난다. 루이 9세가 축조한 성벽의 끝자락, 광활하고 거대한 분홍색의 무언가가 시선을 끈다. 볼리비아 남부, 그곳에서도 4,000m 고도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을 프랑스의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6월에서 7월 사이 짧은 기간에만 일어난다. 도보로 또는 자전거를 타고 염전 사이에 난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바닷물이 만들어 내는 수만 가지 색을 감상해 보자. 눈을 크게 뜨고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주위를 둘러싼 분홍색 플라밍고들을 감상해 보자. 플라밍고는 분홍빛이 나는 이 조류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분홍색 깃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중해가 보이는 옥시타니에서 며칠 여행을 하다 보니, 프랑스 다른 지방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진다. 새로운 지역과 그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다시 찾아오기를 바란다.
Wheeled World의 이야기
By WHEELED WORLD
장애인-비장애인 모험가 커플인 미리암과 피에르는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를 누비며 장애인을 위한 여행 코스를 체험한다. 자연과 탁 트인 공간을 사랑하는 그들은 매일 자신들의 한계에 부딪히지만,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장애의 신체적, 정신적 장벽을 허물고자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