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장거리 하이킹 코스인 GR5의 마지막 구간, 라르슈(Larche)에서 생달마발드블로르(Saint-Dalmas-Valdeblore)까지의 여정은 메르캉투르 국립공원(Parc National du Mercantour)의 중심부로 우리를 안내한다.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니스 인근 지역 고유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하이킹을 메르캉투르에서 경험해 보자.
라르슈 – 부지에야, 미래로의 회귀
배낭을 메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였다면, 이탈리아 국경 인근의 작은 마을 라르슈(Larche)를 떠나 부지에야(Bousiéyas) 마을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해 보자. 여정 중에는 현대 건축의 걸작, 노트르담 데 네주(Notre-Dame-des-Neiges)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텐트 형태의 독특한 구조가 르코르뷔지에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이 성당은 1968년 올림픽을 기념해 지어졌다. 알프뒤에즈의 작은 목재 예배당을 대체할 새로운 성당을 지으면서, 메이주 산(La Meije)을 비롯한 알프스의 상징적인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멋진 전망을 선사하고자 했던 당대의 열망이 담긴 건축물이다. 산악 지대에 있는 전통적인 석재 교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어지는 로자니에 계곡(Vallon de Lauzanier)에서는 전통적인 목재 오두막과 에살프(Eyssalps)의 양떼목장이 자리한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 사는 양들과 인사를 나눈 후, 로자니에 호수(Lac du Lauzanier)에서 탁 트인 파노라마 뷰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해 보자.
숙박 추천: 전통 돌담과 목재 덧문이 인상적인 부지에야의 숙박시설을 추천한다. 테라스에 앉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해 보자.
부지에야 – 생테티엔드티네, 시간의 흐름을 길들이다
알프스의 진정한 주인은 양들만이 아니다. 생테티엔드티네(Saint-Étienne-de-Tinée)로 향하는 길에서는 이 지역의 또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된다. 바로 콜롱비에르 고개(Col de la Colombière)에서 하이커들을 반기는 야생 염소들이다. 고개를 지나면 두 봉우리 사이에 자리 잡은 생달마르셀바주(Saint-Dalmas-le-Selvage)가 모습을 드러내며 산악 마을 특유의 어두운 편암 골목길로 안내한다. 잠시 마을을 둘러본 후, 중세 후기에 지어진 생트마르그리트 예배당(Chapelle Sainte-Marguerite)의 아름다운 벽화를 감상하는 시간도 누려 보자. 마을 중심부에서는 숨겨진 보물찾기 같은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보물은 바로 마을 저택 곳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해시계들이다.
숙박 추천: 라뷔옹(Rabuons)의 돌담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티네 호수와 티네 계곡의 절경을 감상해 보자.
생테티엔드티네 – 로야, 장엄한 풍경을 향하는 시선
새롭게 만나는 마을과 예배당은 놓쳐서는 안 될 고유의 매력을 자랑한다. 생테티엔드티네에서 로야(Roya)로 향하는 여정은 생세바스티앙 예배당(Chapelle Saint-Sébastien)에서 시작된다. 니스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15세기 외관 장식을 지닌 이 예배당은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된 건축물로, 역사적 유산의 깊이를 더해 준다. 예배당을 지나면 알프스 특유의 웅장한 대자연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오롱(Auron)으로 가는 길은 울창하고 신비로운 침엽수림으로 이어지며, 샤무아 전망대(Belvédère des Chamois)에서는 고도 3,000m에서 내려다보는 알프스 산봉우리들의 장대한 파노라마 뷰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후에는 뤼지에르 골짜기(Vallon de Lugière)의 아찔한 협곡도 마주하게 된다. 대자연이 그려낸 이 거친 풍경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계속하다 보면 마침내 전통적인 목축 마을 로야에 도착하게 된다.
숙박 추천: 로야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전통적인 목축 마을의 매력을 간직한 로야 게스트하우스(gîte de Roya)를 추천한다.
로야 – 롱공 산장, 달 표면을 걷는 듯한 풍경 속으로
로야를 떠나 야생의 계곡을 지나면 어느새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의 중심부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무니에산(Mont Mounier)에 도착하면 지구가 아닌, 마치 달 표면을 걷는 듯한 이색적인 느낌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검은 산 Montagne noire’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무니에산 정상에 오르면 시간을 초월하는 듯한 알프스의 360° 파노라마 뷰를 감상하고, 고도 2,585m에서 남부 알프스 최고의 절경도 만끽할 수 있다. 그 후 여정은 높은 석회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데망산(Mont Démant)으로 이어진다. 1893년 세워진 작은 천문대의 유적지가 남아 있어 시간이 멈춘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숙박 추천: 목축을 생업으로 하는 가족이 운영하는 롱공 외양간 겸 산장(Vacherie-refuge de Longon)에서 하루를 보내보자. 소와 양의 신선한 우유로 직접 만든 치즈도 맛볼 수 있다.
롱공 산장 – 생소뵈르쉬르티네, 현지 식생을 탐방하는 특별한 경험
산장에서 신선한 현지 재료로 만든 든든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현지 식물 탐방이 시작된다. 울창한 프라샤 숲(forêt de la Fracha)에서 출발해 루르 수목원(arboretum de Roure)을 지나 생소뵈르쉬르티네(Saint-Sauveur-sur-Tinée) 마을까지 이어지는 하이킹 경로는 구주소나무, 흰아가위나무, 밤나무, 가래나무, 구상나무 등 다양한 나무종을 만날 수 있는 자연 산책로다. 식물 탐방을 마치면 중세 마을인 루르를 방문해 보자. 지역 고유의 전통 건축 양식이 녹아들어 있는 보라색 집들이 알프스 농경 마을만의 매력을 자랑한다.
숙박 추천: 생소뵈르쉬르티네 마을 중심부에 자리 잡은 현대적인 숙소에서의 편안한 하룻밤을 추천한다. 2018년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어 쾌적한 시설을 자랑한다.
생소뵈르쉬르티네 – 생달마발드블로르, 니스 내륙 지대 문화 탐험
생소뵈르쉬르티네 고지대에 위치한 생로크 예배당(Chapelle Saint-Roch)에서 발드블로르(Valdeblore) 고지 마을로 이어지는 옛길을 따라 걸으며 이 지역의 오랜 역사를 느껴보자. 여정의 시작은 ‘루빈(Roubines)’이라 불리는 작은 배수로와 이어진 루비나스트르 골짜기(Vallon de Roubinastre)다. 독특한 구조를 지닌 골짜기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감상해 보자. 랭플라스(Rimplas) 마을에서는 마지노선(Ligne Maginot)에 세워진 최초의 요새를 돌아보거나, 전통 민속 소박물관(Petit musée des Traditions Populaires)을 방문해 니스 내륙 지대의 전통과 문화를 더욱 깊이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숙박 추천: 벽난로와 마주한 테이블에 앉아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레 마르모트 산장(gîte Les Marmottes)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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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de Jouanne
여행, 라이프스타일,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