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프랑스'라고 불리는 곳 중 하나인 프로방스는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빛의 땅이다. 수많은 이들이 영혼을 보듬어줄 햇살을 찾아 프로방스를 찾고, 도무지 잊지 못해 아예 짐을 싸서 제 2의 고향으로 삼는다. 문화 예술적으로 동시대적 감성이 스며들어 묘한 앙상블을 일으키는 변화의 풍경이 흐르는 곳. 스타일 조선의 고성연 기자가 담아온 프로방스 예술의 향기를 만나보자. 그 첫 번째 목적지는 '교황의 도시' 아비뇽Avignon이다.
파리에서 TGV로 2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도시 아비뇽은 프로방스 여행의 문을 열기에 좋은 시작점이다. 14세기 초, 왕권과 가톨릭 세력의 대립으로 불안해진 정세 탓에 바티칸으로 가지 못한 교황 클레멘스 5세가 아비뇽에 머물게 됐다. 7명의 프랑스 교황을 거치면서 70년 가까이 계속된 이른바 '아비뇽 유수'는 도시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처럼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유산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도시이다.
21세기형 아비뇽 교황청 투어
성벽 높이 50m, 두께 4m의 견고한 요새 같은 석조 건물은 한눈에 봐도 웅장하기 그지없고, 내부 또한 화려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단번에 이해된다. 특히 아비뇽 교황청 내부에는 3D 기술과 증강 현실 기술을 활용한 '히스토패드 태블릿 (Histopad Tablet)으로 마치 중세로 되돌아가 교황청 '식구'들이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도시를 이끌었는지 엿볼 수 있는 '몰입형 체험'을 할 수 있다. 내부 투어를 끝냈다면, 탁 트인 도시 풍경을 바라 볼 수 있는 정상으로 올라가보자.
격조있는 분위기와 풍부한 문화예술 콘텐츠
아비뇽에서는 중세와 르네상스 등을 아우르는 귀중한 예술품을 접할 수 있는 칼베, 프티 팔레 같은 뮤지엄들도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동시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도 눈에 띈다. 유명 컬렉터이자 딜러인 이봉 랑베르 (Yvon Lambert)가 기증한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는 현대미술관 '랑베르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Silence in the Museum'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미색 건물로 들어가면 정원의 설치 작품이 반기는 이 미술관은 미니멀 아트, 개념 미술, 대지 미술 등을 두루 망라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자신의 미술 소장품 상당수를 고향 아비뇽에 기부한 의사이자 컬렉터 에스프리 칼베 (Esprit Calvet)의 이름을 딴 칼베 미술관 (Musée Calvet)에서는 15세기 ~ 20세기 회화와 조각, 장식품 등을 볼 수 있으며, 구시가지 중심부에 자리 잡은 앙글라동 뮤지엄 (Le Musée Angladon)에서는 드가, 세잔,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19세기와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아비뇽의 문화적 자부심은 단연코 해마다 7월에 열리는 연극제이자 종합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이다. 인구가 10만 명도 되지 않기에 평소에는 한적하게 거닐 수 있는 아비뇽의 거리가 인파로 뒤덮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극장들은 물론이고 축제 시즌에만 '꽃단장'을 한 채 여는 일종의 '팝업 전시장'이나 호텔은 도시에 놀라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 들뜬 열기에 취하면 찜통 더위 마저 잠시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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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일 조선 - 고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