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는 해변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일 뿐만 아니라 인상주의의 요람이기도 하다. 꽃이 만발한 지베르니를 사랑한 클로드 모네, 옹플뢰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외젠 부댕, 리옹라포레에 정착했던 폴 에밀 피사로 등이 이끈 예술사조인 인상주의가 번성한 곳이 바로 노르망디 지역이다. 오늘날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수많은 인상주의 회화에 영감을 준 풍경과 장소가 숨어 있는 노르망디로 여행을 떠나 보자. 파리에서 불과 2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이 얼마나 특별한 영감으로 가득한지느끼게 될 것이다.
고지대가 아름다운 곳, 라로슈귀용
발두아즈(Val-d’Oise)의 라로슈귀용 성(château de La Roche-Guyon)문을 열고 들어가 성채 꼭대기로 올라가 보자. 클로드 모네가 사랑한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센강이 주변 숲과 들판의 푸르른 녹색과 찬란한 금빛을 반사하며 노르망디를 따라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라로슈귀용 마을을 받치는 백색 석회암 절벽이 평화로이 흐르는 강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이렇듯 유니크한 풍경을 보유한 덕에 라로슈귀용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라로슈귀용 성벽에는 전성기 프랑스 역사와 시간의 편린이 아직 그대로 남아 숨쉬는 듯하다. 자갈돌이 깔린 마을 광장이나 센강둑을 걸으며, 라로슈귀용에서 아주 가까운 지역에 살았던 클로드 모네가 이젤을 설치한 채 순간을 포착해 화폭에 담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아침 햇살이 빛나는 곳, 지베르니
열기구들이 천천히 하늘로 올라간다. 아침 햇살을 받은 들판은 금빛으로 물들고, 숲은 미풍에 바스락거린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센강의 굽이진 길을 따라 걸으면 새로운 차원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지베르니에서 출발해 걷다가 버드나무로 만든 그네 의자에 앉아 클로드 모네의 집과 정원, 그에게 영감을 준 노르망디의 풍경, 왕족들의 거처였던 빌라르소성(château de Villarceaux)의 모습을 감상해 보자. 다시 길을 걸으며 지베르니 도심을 산책하고, 아트 갤러리 유리창 너머도 구경해 보자. 인상주의 시대의 미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플륌 정원(Jardin des Plumes)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산책 코스를 미식의 영역까지 확장해 볼 것도 추천한다. 플륌 정원은 앵글로색슨 양식의 매력적인 건축물로, 20세기 초의 고풍스러운 매력과 현대의 세련된 장식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한 곳, 레장들리
‘사자심왕’ 리처드 1세는 지베르니에서 수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레장들리(Les Andelys)의 바위가 많은 곶에 가이야르 요새성(Château-Gaillard)을 세웠다. 오늘날에는 안개가 자욱한 유적지만 남은 가이야르성은 노르망디 점유권을 두고 벌어진 프랑스와 영국 간의 전투 요충지였다. 성 아래로는 센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레장들리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유서 깊은 역사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레장들리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화가 폴 시냑은 1886년 수개월 동안 레장들리 센 강둑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 시기 폴 시냑이 완성한 그림 중 대표작으로는 오늘날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레장들리, 둑 Les Andelys, la berge>이 있다. 파리 여행 중 인상주의 화가들의 흔적을 찾아 교외로 떠나고 싶다면 레장들리를 방문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아름다운 중앙 시장이 있는 곳, 리옹라포레
규모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너도밤나무숲, 중세 시대 단단한 나무로 지어져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오는 중앙 시장 주변으로 펼쳐진 도심, 19세기 지어진 레스토랑과 상점 가판대. 루앙에서 40km 거리에 있는 내륙 지대, 리옹라포레(Lyons-la-Forêt)의 풍경이다. 리옹라포레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곳이다.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아들 폴 에밀 피사로가 이곳에 거주할 때, 그의 사유지 정원 설계를 담당한 이가 바로 피사로의 대부인 것으로도 유명했던 화가 클로드 모네였다. 리옹라포레에 정착한 시기에 폴 에밀 피사로는 노르망디 전원에서 보낸 삶의 순간을 포착한 여러 그림을 완성했다. 마을 교회, 사슴들이 목을 축이는 연못 등을 주제로 그린 그림은 오늘날 미술시장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저녁에는 도심 광장에서 요리를 즐기며 기운을 회복해 보자. 리옹라포레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골조 건축이 돋보이는 호텔인 라 리코른(La Licorne)에서의 숙박을 추천한다.
요트가 정박된 부두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 루앙
부두에 늘어선 하얀 돛이 바람에 펄럭인다. 5년마다 열리는 요트 축제 루앙 범선 축제(Armada)는 인상주의 시대에 이미 항구도시로 유명했던 루앙이 자랑하는 대표적 즐길 거리다. 인상파 화가들도 루앙의 요트 풍경, 드넓은 바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무한한 영감을 받았다. 루앙은 수도 파리와 그보다 서쪽으로 더 뻗은 노르망디 해변 사이 자리 잡은 완벽한 중간 기착지다. 육로 또는 센강을 통한 수로 중 선호하는 길을 택해 루앙에 이를 수 있다. 매년 여름 루앙 부두는 활기로 가득 찬다. 방문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갑판 의자가 설치되고, 가족들은 물가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긴다. 루앙에 들렀다면 루앙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de Rouen) 관람도 추천한다.
음식이 맛있는 곳, 옹플뢰르
옹플뢰르항은 거의 모든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옹플뢰르에는 외젠 부댕의 초대를 받은 이들이 즐겨 모이곤 했던 생시메옹 농장(auberge Saint-Siméon)이 있다. 옹플뢰르 마을 내 고지대에 자리 잡은 목재 골조 건축물인 이곳은 오늘날 고급 숙박시설인 생시메옹 를레 앤 샤토(Relais & Châteaux)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영불 해협을 향해 흐르는 센강의 풍경을 감상하고, 작은 보트에서 열리는 발레 공연을 즐기고, 과거의 풍미를 그대로 보존한 맛있는 요리를 음미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미식을 즐기고 싶다면 생시메옹 를레 앤 샤토에서 운영하는 비스트로인 라 부칸(La Boucane)을 추천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옹플뢰르의 자갈길을 거닐고 아담한 항구도 둘러보자. 외젠 부댕, 클로드 모네, 요한 용킨트 등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색색의 고택들이 가까이 붙어 늘어선 모습을 보며 화가들의 시대를 상상해 보자.
르아브르 해변에서 마무리하는 여행
항구 공장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 바다 위에서 춤을 추듯 오가는 배들… 2020년대 르아브르의 풍경은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카미유 피사로, 알프레드 시슬리, 외젠 부댕이 활동하던 시대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상주의 대표자들이 파업 현장을 영원히 기록하기 위해 이젤을 설치한 곳, 노르망드 양식 가옥들이 바다를 마주 보는 곳, 바다를 거니는 배와 한창 가동 중인 공장의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르아브르다. 클로드 모네는 대표작 <인상, 해돋이 Impression soleil levant>에 르아브르의 풍경 중 하나를 담기도 했다.
By Manon Ga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