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가 매력적인 여행지인 이유는 시내뿐 아니라, 파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가볼 만한 소도시들이 많다는 점이다. 가능하다면 예술가들의 발자취가 남겨진 소도시이면 더 좋다. 특히, 파리는 전 세계에서 예술가들이 찾아왔던 곳이기에, 그들의 발자취가 담긴 근교 마을들도 많다. 예술가들은 아름다움을 찾아서 평생 기록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머물렀던 곳들 또한 다른 곳에 발견할 수 없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만종'의 배경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마을 , 바르비종으로 떠나보자.
바르비종, 화가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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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비종은 파리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19세기 중반 파리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에 혁명, 왕정복고 게다가 콜레라까지 겹치면서 파리 사람들은 지쳐만 갔다. 그중 카미유 코로를 시작으로 밀레, 테오도르 루소 같은 화가들은 파리를 떠나 바르비종에 찾아오면서 이곳은 화가의 마을이 된다.
새로운 그림의 형태로 가는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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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당시에 유행하던 귀족들이 좋아하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그림의 소재로 삼기보다, 자신들이 사는 농촌 마을과 퐁텐블로 숲의 풍경들을 야외에서 그려냈다. 이 화가들을 바르비종 학파라고 부르고 이들의 숫자는 150명이 넘었다. 당시 실내에서 그림을 제작하던 일반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농민들과 생활하면서 자연과 친밀한 교감을 하며 화폭에 옮겨낸다. 이후 그들의 그림은 모네, 르누아르 등으로 대표되는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전형적인 프랑스 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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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비종은 그랑 (Grand rue)라고 불리는 거리를 중심으로 걸어서 여행할 수 있다. 거리의 시작부터 끝까지는 걸어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프랑스인들의 생활에 필수인 빵집, 꽃집, 치즈 가게. 유기농 제품 판매점, 식당, 부동산부터 병원까지 있어서, 실제 프랑스인들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마을에 하나뿐인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는 바르비종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의 만남의 장소이다.
예술이 녹아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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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이지만 짧게 보고 떠날 곳은 아니다. 일단 거리 곳곳 벽에는 바르비종 학파에 속했던 화가들의 그림이 원본과 같은 모양으로 모자이크 형태의 타일로 남아 있다.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 등 밀레의 작품을 비롯해 바르비종 학파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존 컨스터블 작품까지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마을에서 가장 많은 가게가 바로 갤러리다. 즉, 마을 자체가 야외 미술관이다.
밀레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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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비종에서 꼭 방문해야 할 곳은 밀레가 작업실로 썼던 곳을 개조해서 만든 '밀레 박물관'이다. 개인이 운영 중인데, 밀레의 팔레트부터 스케치, 편지 등의 다양한 개인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고, 내부엔 지금 바르비종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도 한다. 박물관을 운영 중인 주인분은 밀레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호의적이고, 정치인 김종필 씨가 방문했을 때의 사진도 붙여두었다.
가볼 만한 장소
- 밀레 박물관 : 27 Grande Rue, 77630 Barbizon
- 바르비종 박물관:92 Grande Rue, 77630 Barbizon
- 만종 배경장소: 30 Rue du 23 Août, 77630 Barbizon
밀레와 테오도르 루소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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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와 루소에 관한 우정에 관련된 일화가 있다. 밀레는 처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인지도를 가진 작가는 아니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밀레의 어려운 시기에 루소는 밀레의 작품을 마치 갤러리에서 산 것처럼 속이고, 본인이 직접 밀레의 그림을 구매해 주었다. 이후 밀레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친구의 우정에 감동했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입으로 전해지는 일화이기에 사실을 알 수는 없지만, 이 내용을 바탕으로 조각가 앙리 사퓌는 퐁텐블로 숲에 조각을 만들어 두었다.
가볼 만한 장소 - 밀레, 테오도르 루소 동상: 2 Chem. du Bornage, 77630 Barbizon,
By 이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