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호수, 깊은 숲 속, 부드러운 산세... 단풍으로 빨갛게 불타오르는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쥐라(Jura)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보자.
돌(Dole)의 거리에 마음을 빼앗기다
쥐라 지방의 북쪽에 위치한 돌(Dole)은 애석하게도 롱 르 소니에(Lons-le-Saunier)에게 ‘쥐라의 수도’ 타이틀을 내어 줬지만, 사실 남부러울 곳 없는 마을이다. 돌은 과거 부르고뉴의 백작들이 거주했던 곳이며, 1822년에는 루이스 파스퇴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지나는 두(Doubs) 강의 물길은 수많은 운하로 이어진다. 라인(Rhin)강에서 론(Rhône)강으로 향하는 운하는 유람선과 요트가 차지해 버렸고, 무두장이의 운하(canal des Tanneurs)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악취를 풍기던 무두질 작업장은 벌써 백 년도 전에 모두 자취를 감추었고, 오늘날에는 4km에 달하는 ‘술래잡기 코스(circuit du chat perché)’를 따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콩테(Comté) 지방 특유의 높은 집들로 둘러싸인 강가에는 꽃이 만발하고, 마을 중심에서는 48개의 역사적 기념물이 골목골목에 숨어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노트르담 성당(collégiale Notre-Dame)의 종탑이다. 상공 73m에 위치한 이곳에 올라서면 드높았던 하늘도 손에 닿을 듯 가까워 보일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단 하나도 놓칠 수 없다면, 윈 벨 아방튀르(Une Belle Aventure)와 함께 강 위를 거닐어보자. 1963년 건조된 베니스의 수상택시를 타고 운하를 둘러보면서, 더욱 달달하고 로맨틱한 돌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제비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옛 추억이 샘솟는 TER 기차에 올라 2시간 25분 동안 느긋하게 123km의 ‘제비 코스(ligne des hirondelles)’를 달려보자. 창문 밖으로는 쥐라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끝없이 펼쳐질 것이다. 돌에서 출발하여 쥐라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생 클로드(Sain-Claude)에 다다를 때까지 총 기차역 10개, 터널 36개, 육교 18개를 지나친다. 코스 중간에 액티비티를 즐기며 콧바람을 쐬는 것도 놓치지 말자. 쇼(Chaux) 숲에서는 하이킹을 만끽하며 여우, 꽃사슴, 멧돼지를 만날 수 있고, 주(Joux) 숲에서는 거대한 가문비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되었으며 절벽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샤또 샬롱(Château-Chalon)에서는 희귀한 ‘뱅 존(vin jaune, 옐로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을 거닐 수 있다. 살랑 레 방(Salins-les-Bains)에 왔다면 마을 가장 깊숙한 곳,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지하 소금 회랑’으로 향해보자. 과거에는 금에 비할 정도로 고귀했던 소금의 위상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개들과 함께하는 숲 속 산책
모르비에(Morbier)는 쥐라에서 생산되는 치즈뿐만 아니라 ‘제비 코스’ 중간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이름이기도 하다. 가슴속 깊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면 된다. 알렉시스 샴피옹은 허스키와 알래스칸 허스키 22마리를 이끄는 프로 썰매꾼이다. 겨울이 되면 관광객들을 썰매에 태우고 달리는 것이 그의 전문 분야이지만, 다른 계절에는 개 산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말 그대로, 개들과 함께 평야와 숲을 산책하는 것이다. 우선, 참가자들은 산책을 함께할 개와 교감을 나누고 개와 연결된 벨트를 착용한다. 상쾌한 공기에 잔뜩 신이 난 개들은 출발 신호와 함께 산책을 시작한다. 개의 성격에 따라(온화하거나 활동적이거나), 그리고 선택한 코스에 따라(순탄하거나 험준하거나) 원하는 난이도의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첫 시작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으면,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개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광활한 자연과 맞닥뜨린다.
오 쥐라(Haut-Jura)의 지역 공원에서 바람 쐬기
자연이 설계한 스키장 레 루스(Les Rousses)에서는 다양한 운동을 즐기면서, 완벽한 바디라인을 만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쥐라기 벨로 투어(Vélo Jurassic Tour)’는 자전거 투어 전문 업체로 산악용 전기자전거(MTB)로 오 쥐라의 지역 공원을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려 50개의 코스가 마련되어 있으며, 코스의 길이는 15km에서 60km까지로 다양하다. 위대한 ‘전기의 힘’을 빌려 숲 속 오솔길, 루스(Rousses) 호수, 계곡 사이를 거침없이 달려보자. 조금 더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는 오트 콤브(Hautes-Combes)가 시원한 공기로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한다. 해발고도가 1,000m에 달하는 이 고원지대에서는 드문드문 있는 농장을 제외하고는 인적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구불구불한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저 멀리 지평선에 보이는 것은 쥐라 산맥의 봉우리뿐이다. 테디는 이곳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사랑하는 하이킹 가이드다. 오늘은 스라소니나 영양이 보이지 않지만, 몽벨리아르 암소가 종을 울리며 부드러운 음악을 연주한다. 그의 동료 가엘은 가볍게 간식을 즐기며 투어를 마무리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건 보통 간식타임이 아니다. 중장비를 갖추고 6~8m 나무를 올라야만 나뭇가지 위에 설치된 테이블에 다다를 수 있다. 이렇게 힘들게 맛보는 그 간식은 정말 꿀맛이 아닐 수 없다.
로컬 문화를 맛보다
사냥꾼의 통나무 집, 나무 위 오두막집, 집시 카라반까지... 로주 뒤 코앙셰(Loges du Coinchet)는 생 클로드로부터 20km 떨어진 곳에서 자연 속 독특한 숙소를 운영한다. 여기에 짐을 풀고 오 쥐라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시골냄새가 나는 마을들을 살펴보자. 돔 모양의 성당 종탑을 감상하고, 로컬 문화를 제대로 맛볼 수도 있다. 루스의 옛 군사 요새 안으로 향하면, 강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며 서서히 숙성되고 있는 콩테 치즈 13만 5천 개가 눈앞에 펼쳐진다. 고산지대에 자리를 잡고 있는 레스토랑 셰 프레오도르(Chez Fréodor)에서는 가문비나무향이 첨가된 맥주와, 우리의 혀끝을 놀라게 할 훈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특산물인 나무는 장작 그대로, 혹은 현지에서 아름답게 조각되어 판매된다. 모이랑 앙 몽타뉴(Moirans-en-Montagne)에는 아주 사랑스러운 장난감 박물관이 있으며, 이 지역에 위치한 빌락(Vilac)은 1911년부터 로컬 노하우를 이용하여 다양한 원목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 환경을 생각한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생 클로드에서는 나무를 깎아 만든 파이프가 유명하다. 박물관을 방문한 다음, 즈노 비우(Genod Viou)나 샤콩(Chacom)의 작업실에 잠깐 들러 멋진 파이프를 구경해보자.
By Thierry Beaurepè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