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새롭고 흥미로운 전시로 가득한 문화 예술의 선구도시 파리. 올 하반기 파리에서는 에드바르 뭉크, 제라르 가루스트, 프리다 칼로, 마리아 칼라스, 모네 등 뛰어난 거장들의 작품을 되돌아보는 회고전을 비롯하여 찬사를 자아내는 걸작을 선보이는 여러 전시회가 열린다. 파리 내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며 배우고, 성찰하고, 영감을 얻고, 꿈꾸고, 무엇보다도 예술이 선사하는 놀라움에 빠져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여러 전시 중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전시회 11개를 엄선해 소개한다.
<들라크루아와 색채 Delacroix et la couleur> @외젠 들라크루아 국립 박물관
2022년 12월 31일까지
동양의 붉은색과 황토색, 프러시안 블루, 코발트 그린, 심지어 흑백 판화에 이르기까지. 낭만주의 화가이자 스스로를 ‘컬러리스트’라 칭한 외젠 들라크루아의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며 전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에 푹 빠져 보자. 이 전시에서는 그림 뿐 아니라 모로코 페스의 도기를 비롯하여 들라크루아가 해외 곳곳에서 가져온 오브제들, 그가 여생을 보낸 아파트에 남아 있던 옷, 크로키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세잔, 프로방스의 빛 Cézanne, Lumières de Provence>와 <칸딘스키, 추상의 오디세이 Kandinsky, L'odyssée de l'abstrait>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
2023년 1월 2일까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자랑하는 몰입형 미술관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 이곳에 세잔과 칸딘스키가 1년간 입주하게 되었다. 바닥에서부터 최대 높이가 10m에 이르는 움직이는 벽화, 각종 데생 및 사진 작품은 세잔의 프로방스 인상주의식 붓 터치와 정서를 한껏 드러내고, 칸딘스키가 추구한 추상의 여정을 생생히 되돌아본다. 원본 작품보다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디지털 작품을 바라보며 완전한 감동에 빠져보자.
마리아 칼라스의 <오페라 QM.15 Opera QM.15> @피노 컬렉션
2023년 1월 2일까지
관계미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는 공연예술계를 주름잡던 저명한 배우들과 시대를 풍미한 공연을 홀로그램을 활용해 부활시키는 능력으로 유명한 실험예술가다. 곤잘레스 포에스터는 2016년부터 1900년대 오페라 <새끼 독수리 l'Aiglon>의 사라 베르나르, 영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The Misfits>의 마릴린 먼로, 그리고 20세기 대표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등 3인을 홀로그램으로 재현하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연속적으로 선보였다. 구 파리 상업 거래소에 위치한 피노 컬렉션의 갤러리 3관에서 바로 이 작품 중 하나인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마리아 칼라스를 볼 수 있다. 마지막 공연 때 입었던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관람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마리아 칼라스는, 파워풀한 보이스로 <메데이아>, <라 트라비아타>, <라 조콘다> 등 주요 작품을 노래한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퍼포먼스다.
<제라르 가루스트 Gérard Garouste> @퐁피두 센터
2022년 12월 7일 - 2023년 1월 2일까지
현대 프랑스 화가 중 가장 중요한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제라르 가루스트(1946~)는 명확히 분류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화풍의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사물의 외관을 왜곡하고, 예술사 신화, 종교사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재구성해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작품을 만든다. 이번 전시회에서 퐁피두 센터는 제라르 가루스트가 완성한 100여 점의 회화, 조각, 그래픽 아트를 선보인다.
<세계의 거울 Miroir du Monde> @뤽상부르 미술관
2022년 9월 14일 - 2023년 1월 15일까지
예술품, 악기, 과학 서적, 천연 재료, 특정 민족의 오브제 등을 소장한 뤽상부르 미술관은 신성 로마 제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떨친 국가 중 하나인 작센 선제후국의 ‘예술품 상자’에 숨겨져 있던 100개 작품을 공개한다. 16~17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름다운 소장품과 다양한 기원을 지닌 희귀한 오브제를 한 데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세계의 거울> 전시회는 당시 작센 선제후국이 정치적, 문화적으로 떨친 영향과 유럽 중심적 세계관을 조명한다.
<프리다 칼로, 겉모습 너머 Frida Kahlo, au-delà des apparences> @팔레 갈리에라
2022년 9월 15일 - 2023년 3월 5일까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던 화가 중 한 명이자, 장 폴 고티에, 알렉산더 맥퀸, 칼 라거펠트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었던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70년 가까이 흐른 오늘, 파리 패션박물관은 오랫동안 비공개였던 프리다 칼로의 옷과 장식품 200여점을 전시한다. 다채로운 색상의 멕시코 전통 드레스, 프리다 칼로가 수집했던 콜롬버스 이전 시대의 목걸이, 그녀가 직접 그림을 그려 꾸민 코르셋과 의족, 편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프리다 칼로가 나고 자란 저택에 숨겨져 있던 그녀의 개인 소장품들을 통해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작품과 퍼포먼스로 드러내고 정체성을 구축한 프리다 칼로의 내면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전시회는 파리에서 프리다 칼로가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나눈 교류에도 주목한다.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오르세 미술관
2022년 9월 20일 - 2023년 1월 22일까지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작품은 <절규> 등 대표작 몇 점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뭉크가 상징주의, 원시주의, 표현주의 사이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어 작업했기 때문일 것이다. 뭉크의 작품 세계를 더욱 잘 소개하고자 오르세 미술관은 예술사적으로 중추적인 시기에 뭉크의 작품이 지닌 중요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40여 점의 회화, 드로잉과 판화, 서신 묶음 등을 아우르는 100점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했다.
<베네치아가 드러나다 Venise révélée> @그랑 팔레 몰입형 미술관
2022년 9월 21일 - 2023년 2월 19일까지
파리에서 보석같은 베네치아 궁전들과 베네치아 도시 건설에 담긴 비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에 새롭게 문을 연 그랑팔레 몰입형 미술관(Grand Palais Immersif)이 선보이는 <베네치아가 드러나다>전을 주목해보자. 그랑팔레 몰입형 미술관은 빛과 사운드를 이용한 디지털 작품 전문 전시관으로, 본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드론으로 촬영한 3D 이미지, 웅장한 프로젝션, 인터랙티브 장치등을 동원해 생생하게 구현된 베네치아에서 동화 속 마법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샘 차프란, 화가의 집착 Sam Szafran. Obsessions d'un peintre> @오랑주리 미술관
2022년 9월 28일 - 2023년 1월 16일까지
샘 차프란(1934~2019) 영면 3주기를 기념하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린다. 고독한 예술가였던 그의 작품 중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 있으면서도 미술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작품을 재발견할 기회다. 아틀리에, 계단, 나뭇잎 등은 샘 차프란이 특히 좋아하고 집착하던 주요 주제였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크나큰 영감의 원천이 된 이 단순한 주제들을 다루며 차프란은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진행하고 혁신을 이뤘다. 파스텔화와 수채화를 독학하며 화가 활동을 시작한 샘 차프란은 시적이고 몽환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거장으로 우리 마음속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정물화의 역사, <사물들 Les Choses> @루브르 박물관
2022년 10월 12일 - 2023년 1월 23일까지
종종 사소한 장르로 여겨지지만,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예술 장르인 정물화를 향한 새로운 시각 제시하기. 올가을 정물화를 주제로 전시를 개최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야심찬 계획이다. 선사시대 도끼에서부터 마르셀 뒤샹의 레디 메이드를 거쳐 마네의 과일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회는 정물화 작품을 중심에 둔 채 관람객을 예술사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시킨다. 예술가의 손을 통해 재탄생된 일상 속 사물들을 보타보면 정물화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끝없이 샘솟게 될 것이다.
<클로드 모네 - 조안 미첼 Claude Monet - Joan Mitchell>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2022년 10월 5일 - 2023년 2월 27일까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미술사를 크게 뒤흔든 두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와 조안 미첼(1925~1992)의 작품들이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대화"에 주목한다. 조안 미첼 회고전으로 시작되는 본 전시는 지베르니에서 모네가 관찰한 패턴을 복원하고, 베퇴이유 라투르 아틀리에에서 미첼이 기억을 통해 감각을 전환한 방식에 집중하며 두 작가의 작품 사이에 아름다운 대화를 만들어 낸다. 빛과 색의 유희를 즐기던 두 예술가가 하나의 풍경을 각자의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By Colombe Freynet och Kévin Bonna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