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풋볼리스트’는 여자월드컵 개최도시를 방문해 축구와 문화 그리고 음식을 모두 아우르는 기행기를 준비했다. 세번째 도시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 그르노블 Grenoble 이다.
그르노블 관광안내소 직원인 아망딘 반 씨는 경기장 이름을 묻는 ‘풋볼리스트’에게 이렇게 답했다. 알프스 스타디움이라고 말하면 조금 이상해 보이지만, 그르노블은 엄연히 알프스와 관련이 있는 도시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그르노블로 갈 때 그르노블이 가까워질수록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바위산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시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르노블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다. 여름에는 날씨가 매우 좋아 피서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겨울에는 스키나 스노우보드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 ‘풋볼리스트’가 그르노블을 찾은 날도 화창하다 못해 햇살이 쏟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절벽과 색색 집의 조화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그르노블은 이탈리아계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다. 그르노블을 소개하는 사진에 많이 나오는 텔레페리크(케이블카, Telepherique)가 산 정상에 있는 바스티유 요새로 올라가는 장면을 보면 바위 산 아래 전면을 다른 색으로 바른 집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이탈리아계 사람들이 지은 집이라고 한다. 그르노블의 상징, 텔레페리크는1934년 9월에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했으며, 총 길이는 700m에 달한다. 텔레페리크를 타고 가면서 그르노블 시내를 보니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승차 지점에서 타면 4분 만에 해발 482m인 바스티유 요새에 도착할 수 있다.
숨 막히는 알프스 전경
지금은 한 해에 60만 명이 찾는 관광지가 된 바스티유는 1538년 프랑수아 1세가 만들었다. 이 요새는 그르노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산책 장소이기도 하다. 그르노블 출신으로 ‘적과 흑’ 등 세계적인 작품을 쓴 스탕달은 “나는 백보를 걸을 때마다 모습을 바꾸는 바스티유의 풍광을 비유할 능력이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을 자랑한다. 특히, 바스티유에 가면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까지도 볼 수 있다. ‘풋볼리스트’는 날씨가 좋아 몽블랑을 볼 수 있는 행운까지 맛봤다. 바스티유에 있는 식당 셰 르 페르 그라(Chez Le Per'Gras)에서는 최고의 닭다리 요리는 물론 알프스의 파노라믹뷰를 즐길 수 있다.
친환경적인 경기장, 스타드 데 잘프 Stade des Alpes
다른 도시의 경기장들은 대부분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데 그르노블 경기장은 시내에서 매우 가깝다. 시청 바로 뒷편에 있다. 반 씨는 “다른 도시도 이렇게 경기장이 시내 중심에 있느냐?”라고 물은 뒤 “아마 우리가 가장 경기를 보기 쉬운 도시일 것”이라며 웃었다. 경기장에는 걸어서도 갈 수 있고 트램을 타고도 갈 수 있다. 스타드 데잘프는 20,068석을 보유한 아담한 경기장으로 2부리그 소속인 그르노블풋38과 럭비팀인FC그르노블이 함께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다. 2008년에 지어진 이 경기장은 친환경적인 경기장으로도 유명하다. 태양광 패널을 경기장에 배치에 연간 7만 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기도 한다. 박지성의 절친으로 알려진 마쓰이 다이스케도 이 경기장에서 그르노블 유니폼을 입고 뛰었었다.
‘풋볼리스트’가 경기장을 찾았을 때 자메이카 대표팀이 공식기자회견과 경기장 방문했었다. 역경을 딛고 월드컵 본선에 처음으로 오른 ‘레게 걸즈’는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는 0-3으로 패했다. 경기장 옆에는 ‘FIFA 팬 익스피리언스 파크’가 들어서 있다. 주말인데도 많은 어린이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스타드 데잘프는 12일 한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비롯해 총 5경기를 소화한다. 예선 4경기와 16강 1경기가 이곳에서 열린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카페
시내는 아담하고 평온하다. 그르노블은 앞서 언급한 특징적인 집들과 아담한 광장으로 사진이 잘 나오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시내에서 가장 큰 광장인 플라스 생탄드레 광장(place Saint-André)에 가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카페 라 타블 롱드(Café La Table ronde)를 만날 수 있다. 이 카페는 1739년부터 영업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는 1686년 파리에 문을 연 카페 프로코프이다.
빛의 미술관, 그르노블 미술관
자연광으로만 작품을 볼 수 있게 만든 그르노블 미술관도 볼만한다. 그르노블 미술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 세워진 프랑스 최초의 현대 미술관으로 폴 고갱과 마르크 샤갈 작품을 다수 가지고 있다. 미술관 작품도 멋지지만, 미술관 건축 자체도 인상적이었다.
그르노블의 밤
그르노블의 밤은 차분하고도 생동감 넘쳤다. 시내 중심가는 주말을 즐기려는 청년들로 붐볐다.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파리나 리옹과 같은 대도시의 인파와는 달랐다. 밤 9시가 되도록 해가 지지 않았기에 공원에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와인과 맥주를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작지만 매력적인 도시는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했다.
By 히든 K 류청 편집장
류청 기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스포츠 전문 미디어 히든 K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행과 문화 등 축구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책 <사람은 축구를 공부하게 만든다>,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월드컵 축구 엠블럼 사전>, <박태하와 연변축구 4년의 기적>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