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풋볼리스트’는 여자월드컵 개최도시를 방문해 축구와 문화 그리고 음식을 모두 아우르는 기행기를 준비했다. 네 번째 행선지는 샴페인과 축구 그리고 대성당으로 유명한 도시, 랭스 (Reims)이다. 풋볼리스트 류 청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랭스에 대해 살펴보자.
랭스의 자존심
프랑스 사람들은 자존심으로 산다. 사실 나라 자체에 관한 자부심 보다는 자신이 사는 도시를 더 앞세울 때가 많다.
한국에서는 샴페인과 프랑스왕이 대관식을 하는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Reims) 그리고 축구(레몽 코파, 석현준 등)로 알려진 랭스를 찾았을 때도 그런 부분을 느꼈다. 프랑스 고딕 성당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랭스 대성당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높죠? 랭스 대성당이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보다 더 높고 큽니다.”
“랭스 대성당이 파리 대성당보다 더 늦게 지어졌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도시들이 성당을 더 높고 더 크게 짓는 경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라며 웃었다. 랭스 대성당은 1163년 공사를 시작한 지어진 파리 대성당보다 48년 뒤인 1211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파리 대성당 크기보다 더 크고 높게 설계했다는 이야기다. 랭스 성당 파사드(전면)은 모두 채색돼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6월부터 9월까지는 저녁에 두 차례 성당을 다채로운 빛으로 감싸는 빛의 축제(lumière REGALIA)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은 무료라는 점이다.
강력한 축구단 그리고 여자축구
랭스는 축구로도 이름이 높다. 한국에는 석현준이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입단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랭스 사람들은 자신들을 꼭 이렇게 부른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유러피언컵 결승전에 진출한 팀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드드랭스는 1950년대 프랑스를 넘어 전 유럽에서 이름을 떨쳤다. 얼마 전 작고한 ‘나폴레옹’ 레몽 코파와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지닌 쥐스트 퐁텐이 모두 랭스에서 뛰었다. 랭스는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유러피언컵에서 두 차례(1955/1956, 1958/1959)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사람들은 랭스를 ‘위대한 랭스’라고 불렀다.
랭스는 여자 축구로도 이름이 높은 도시다. 바지도 입기 어려웠던 1930년대에 반바지를 입었던 랭스의 여자축구 선수(혹은 동호인, les sportives de Reims)들은 시대를 앞서갔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여성의 선거권(1946년 허용)도 없던 시절에 여성 인권과 다양성을 부르짖었다. 여자월드컵 개최도시로 선정된 후 랭스 카네기 도서관에서는 여자축구 발생 100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오귀스트 들론 경기장
1935년부터 랭스를 품었던 오귀스트 들론 경기장은 시내에서 멀지 않다. 랭스는 작은 도시라 역에서 나오면 바로 시내가 펼쳐진다. 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대성당에 도착할 수 있고, 거기서 다시 15분이면 오귀스트 들론에 다다를 수 있다. 정치가이자 레지스탕스였던 오귀스트 들론의 이름을 딴 이 경기장은 매우 아담하고 아름답다. 경기장 옆에는 코파의 동상이 있고, 주변에는 큰 공원이 있다. ‘풋볼리스트’가 방문했을 때는 젊은이들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단체로 춤을 추고 있었다.
랭스가 자랑하는 삶의 방식, 샴페인
샴페인은 랭스의 자부심이다. 프랑스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어도 랭스가 있는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에만 삼페인이라는 이름을 허용한다. 다른 지방에서 만든 것은 크레망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샴페인은 술이 아니라 랭스 지역의 상징이고 삶이기도 하다. 호텔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테텡저 샴페인 하우스를 찾았다. 1734년에 문을 연 이 샴페인 회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자존심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한국에도 연간 7천병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테탱저 샴페인
4세기부터 존재했고, 테탱저도 창업 이후 써온 지하 저장고(cave)에 들어가자 엄청나게 쌓여 있는 샴페인병을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를 맡은 테탱저 직원은 샴페인을 만드는 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것인지를 알려줬다. “그래서 조금 비싸다”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축구와 샴페인
풋볼리스트 기자들을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준 현 사장인 피에르-엠마뉘엘 테탱저의 아들이자 현재 상무인 클로비스 테탱저와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랭스와 테탱저 샴페인 그리고 축구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는 월드컵 때마다 기념 샴페인을 만든다”라며 웃었다.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자랐다. 샴페인과 축구는 랭스 사람들의 삶이 방식과도 같다. 우리는 그런 특유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By Chung RYU
류청 기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스포츠 전문 미디어 히든 K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행과 문화 등 축구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책 <사람은 축구를 공부하게 만든다>,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월드컵 축구 엠블럼 사전>, <박태하와 연변축구 4년의 기적>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