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풋볼리스트’는 여자월드컵 개최도시를 방문해 축구와 문화 그리고 음식을 모두 아우르는 기행기를 준비했다. 그 첫번째 행선지는 바로 48년 만에 프랑스 FA 컵 우승을 거머쥔 렌(Rennes)이다.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방의 주도인 렌은 어떤 모습일까?
브르타뉴 공국
우선 브르타뉴의 역사를 조금 살펴보자면, 999년부터 1547년까지 브르타뉴 공국이었다. 프랑수아 2세의 딸인 안느가 프랑스왕 샤를 8세와 거의 강제로 결혼하면서 브르타뉴 공작 작위를 얻게 되는데, 브르타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프랑스의 힘에 굴복했으나 자존심은 끝까지 지켰다. 그 상징적인 장소가 아직도 렌에 남아 있다. 렌 시청사 앞에는 당연히 기념물이 들어서야 하는 공간이 비어 있다. 몇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원래 안느와 샤를 8세가 결혼하는 것을 기념하는 조각상이 있었다고 했다. 렌 사람들은 이 석상이 안느가 살짝 무릎을 꿇고 샤를 8세에 순종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없애버렸다.
프랑스에 합병된 후에도 브르타뉴 의회(Parlement de Bretagne)는 파리에 있는 프랑스 중앙 정부가 내린 판결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브르타뉴어?
역사적으로 켈트족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던 브르타뉴는 지금도 공식 간판에 프랑스어와 브르타뉴어를 병기한다. 스타드렌 FC가 쓰는 경기장 로아종 파크(Roazhon Park)도 브르타뉴어다. 로아종은 브르타뉴어로 렌을 뜻한다.
꼴롱바주 (Colombage)
렌은 특이한 목골 구조 가옥(프랑스어로 매종 아 콜롱바주(maison à colombages))로도 유명하다. 시내 중심부에는 아직도 나무로 뼈대를 만들어 세운 집(혹은 상점)이 많다. 브르타뉴에서 목골 구조 가옥이 가장 많은 곳이 렌이다. 400년에서 600년 전까지 지어진 건물들이라 나무 뼈대는 곡선에 가까운 곡선이지만 나름대로 멋이 있다. ‘프랑스 오래된 가옥들(VMF)’이라는 단체 엠블럼이 붙은 집들도 있었다.
리스 시장 Marchés des Lices
토요일에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리스 시장에 장이 선다. 생 말로로 떠나기 전에 직접 시장을 둘러봤는데 파는 물건과 건물 모습만 조금 다를 뿐 우리네 전통 시장과 다를 바 없었다. 브르타뉴 전 지역에서 올라온 식료품과 여러 물건들이 탁 트인 공간에서 새 주인을 찾고 있었다. 예전에는 마상 창 시합과 결투가 벌어졌던 곳에서 이제는 사람들이 만나 물건을 사고 판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갈레트와 사과주 조합은 ‘진리’
브르타뉴는 메밀로 만드는 갈레트로도 유명하다. 메밀을 갈아 반죽으로 만든 뒤 동그란 불판에 올려 구운 뒤 여러 가지를 넣어 만드는 음식이다. 밀가루로 만드는 크레프보다는 맛이 더 구수하다. 전통 방식으로 메밀을 갈아 낸다는 크레페리 뒤 퐁 레비(Crêperie du Pont Levis)를 찾아가니 사과주(Cidre, 시드르)를 권한다. 렌 반경 20km 이내에서 나는 재료로만 만든 시드르라고 소개했는데 갈레트와 조합이 괜찮았다.
축구 즐기기 좋은 도시, 렌
렌은 인구가 21만 6천명 정도(2016년 기준)인데 학생이 약 6만명이라고 했다. 600살이 넘는 목골 구조 가옥 사이로 젊은이들이 무리 지어 지나간다. 이 묘한 도시는 ‘2019 여자월드컵’ 총 7경기를 개최한다. 8일 중국과 독일의 예선전을 시작으로 예선전 총 5경기, 16강과 8강 각각 1경기씩을 품는다. 브르타뉴를 상징하는 동물 북방족제비(ermine)을 형상화한 기호를 전 경기장에 두른 로아종 파크도 준비를 마쳤다. 6월 렌은 축구를 즐기기에 적당한 도시다.
By 히든 K 류청 편집장
류청 기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스포츠 전문 미디어 히든 K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행과 문화 등 축구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책 <사람은 축구를 공부하게 만든다>,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월드컵 축구 엠블럼 사전>, <박태하와 연변축구 4년의 기적>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