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다닐 수 있는 수로의 총 길이만 8,500 킬로미터에 이르는 프랑스는 그야말로 물을 따라서 여행을 다니고 싶을 정도로 유럽 최대 규모의 수로망을 자랑한다. 카누 위에서 퐁 뒤 가르(Pont du Gard)를 바라보는 것은 물론 도르도뉴(Dordogne) 계곡에서 성이 보이는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쉬농소 성의 아치 밑을 지나가거나 먼 옛날의 뱃사람처럼 평저선을 타고 알자스(Alsace)의 일(Ill)강을 따라 유유히 내려갈 수도 있다. 카누, 로잉 보트 등 수로를 따라 여행하는 8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카누를 통해 느끼는 쉬농소 성의 색다른 매력
쉐르(Cher)강 위에 지어져 루아르 계곡(Loire Valley)의 고성들 중 가장 물과 가까운 쉬농소(Chenonceau) 성의 아치로 카누를 타고 떠나 보자. 오른쪽 둑과 왼쪽 둑 중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고를 수 없을 것이다. 강을 따라 60미터 가량 이어지는 다섯 개의 아치교를 감상하기에 카누만큼 독특한 방법은 없다. 아치교의 회랑은 카트린 드 메디치의 연회장으로 사용되었으며,세계2차대전 당시에는 프랑스인들이 독일군 점령지인 성 오른쪽 부분을 피해 반대편으로 탈출하는 통로로 이용되기도 했다. 성의 르네상스 양식 파사드를 비추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면 어두웠던 역사는 먼 기억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카누로 떠나는 베르동 협곡 여행
절벽 속에서 신비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카누에서 즐기는 미니 크루즈로 베르동 협곡(Gorges du Verdon)을 둘러 보자. 노를 저어 나갈 수록 협곡의 모습이 점점 드러나는데, 초록이 우거진 높은 절벽 사이로 들어 가면 독수리, 개구리매, 검독수리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절벽을 지나면 이따금 보이는 신비로운 동굴인 보디나르 협곡(Gorges du Baudinard)은 선사 시대 때부터 은신처로 활용되어 왔다. 생트 크루와(Sainte Croix) 호수에 가면 이끼와 양치식물로 뒤덮인 절벽 덕분에 호수와 터키색 바닷물이 더 눈부시게 빛난다.
퐁 뒤 가르 아래에서 카누 즐기기
송수로이자 다리인 퐁 뒤 가르에서 2천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카누로 둘러 보다 보면 퐁 뒤 가르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무려 49미터에 이르는 높이를 자랑하는 퐁 뒤 가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로마 양식 송수로이다. 고대에 지어졌음에도 아직까지 견고한 퐁 뒤 가르는 세 개의 층이 잘 보존되어 있는 유일한 다리이다. 로마 시대에는 위쪽 지역에서부터 물이 흘러 들어와 분수대, 목욕탕, 고급 주택에 물을 공급했다. 오늘날에는 물이 강으로 이어지는데, 이 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무색하게 하는 퐁 뒤 가르의 우아함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나만의 속도로 도르도뉴 계곡 감상하기
강을 따라 도르도뉴 성을 둘러 보는 건 어떨까? 강을 타고 지나다 보면 이 지역의 특별한 문화 유산이 그 장관을 드러낸다. 황금색 돌벽 및 점판암 지붕으로 만들어진 집들이 가득한 마을과 베이냑(Beynac) 성이나 중세 전쟁 박물관이 있는 카스텔노(Castelnaud) 성의 모습은 마치 그림책에서 튀어 나온 것만 같다. 라 로크 가지악(La Roque Gageac)에서는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선원이 운행하는 바지선을 탈 수 있다. 건물이 물에 비쳐 탄생한 황금빛 절경과 바나나 나무, 야자수, 파피루스 꽃이 활짝 핀 절벽 및 열대 정원을 구경할 수 있다. 배에서 내리면 140개의 계단을 타고 동굴 요새로 올라가 보자.
루아르 강변에서 카누와 비박 즐기기
루아르(Loire) 강으로 말하자면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전체 길이 634마일 중 배가 다닐 수 있는 부분은 559마일)이자 유럽의 마지막 야계 하천이다. 이 말은 여행 중 카누나 비박을 즐기기엔 루아르 강 만한 곳이 없다는 뜻이다. 여름엔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노을이 비치는 강을 따라 유유히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강둑의 나무 밑 모래밭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며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스토브 위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계획이다. 다음날에는 새벽에 눈을 떠 새들을 구경하러 가 보자.
퐁텐블로 근처에서 로잉 배우기
“스윔(전진)”, “스윔(후진)”, “턴(회전)”… 퐁텐블로(Fontainebleau)에서는 성과 숲을 보러 가는 중간에 로잉 용어도 배우고 실제로 로잉 체험을 하면서 풍부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혼자든 여럿이든 로잉을 처음 배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강에서 로잉 실전에 도전하기 전 로잉 머신에서 연습해야 한다. 팔을 뻗고 다리로 누르면서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전에 최대한 집중해 보자. 1900년대 스타일 별장과 짙은 녹색 제방 사이를 흐르는 강은 파리까지 이어지며 그 풍경의 장엄함을 더한다.
알자스에서 평저선을 타고 선원이 된 기분 느끼기
도로보다 강이 안전했던 시기에는 평저선이 물건 운반용으로 쓰였지만, 오늘날에는 낚시나 강 산책용으로 활용된다. 리에드(Ried)에서 온 선원 패트릭이 운행하는 평저선을 타고 갈대가 둘러싸고 마도요새와 갈대 개구리매, 쇠부엉이가 즐겁게 뛰노는 일(Ill) 강의 둑을 지나 흘러가 보자. 셀레스타(Sélestat) 지방 근처의 뮈터숄츠(Muttersholtz)에 가면 기다란 전통 배를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드는 법을 보여 주기도 한다. 아그노(Haguenau) 숲에서 가져 온 전나무와 소나무를 사용하고 엮은 갈때와 이끼로 방수 처리를 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배라는 특별한 예술품의 미스터리로 빠져들게 된다.
노르망디에서 센강의 곡류를 타고 꿈 꾸듯 흘러 가기
인상파 화가는 물론 왕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긴 센(Seine)강의 자물쇠를 보며 센강을 따라 과거로 여행을 떠나 보자. 레장들리(Les Andelys)에서는 노르망디의 깃발이 아직 휘날리지만 안타깝게도 성채의 웅장함은 다소 빛을 바랬다. 샤토 가야르(Château-Gaillard)의 밑자락에 가면 사자왕이라고도 불린 리처드 1세의 요새가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 잉글랜드와 노르망디 공국 모두를 통치한 리처드 1세의 특별한 운명을 잠시 상상해 보자. 강이 굽이진 곳의 절벽 위에 자리한 샤토 가야르는 1198년에 완공되었지만 불과 6년 후 프랑스 왕의 군대에 함락당했다. 견고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센강에서 마주하는 샤토 가야르의 자태는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By 안-클레르 들로름(Anne-Claire Delorme)
여행 기자 anneclairedelorme@yaho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