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복숭아 말고도 프랑스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제철 과일

프랑스 맛있게 여행하는 방법

미식 & 와인도시

Ji Eun LEE
© Ji Eun LEE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7 6월 2024

여름이면 프랑스 시장이나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납작 복숭아가 많은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달고 시원한 데다 납작한 생김새로 이국적이기까지 한 납작 복숭아. 프랑스의 시장에는 납작 복숭아 외에도 계절 별로 즐길 수 있는 과일들이 가득하다. 프랑스에 왔다면 무엇을 꼭 먹어봐야 할까? 봄, 여름, 가을, 겨울 프랑스 시장과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과일을 소개한다.

딸기의 계절,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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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월은 단연 딸기의 계절이다. 농산물이 다양하고 풍부한 나라답게 프랑스의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딸기는 종류가 많다. 가늘고 새침한 모양에 신맛이 강한 딸기인 가리게트(Gariguette)는 생크림과 함께 먹으면 가장 맛있는 딸기다. 우리나라 딸기와 가장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클레리(Cléry)는 둥글고 큰데 부드러운 단맛에 진한 딸기향을 자랑한다. 5월은 마라 데부아(Mara des Bois)의 계절이다. 숲 속의 마라라는 이름 그대로 숲 속 나무 둥치에서 자생하는 야생 딸기에 가까운 향과 맛을 가졌다. 

봄에는 딸기와 함께 보드랍고 촉촉한 베리류가 시장에 얼굴을 내민다. 프랑부아즈(Framboise), 뮈르(Mûre), 미르틸(Myrtille) 같은 프랑스인들이 묶어서 프뤼 루즈(Fruit Rouge), 즉 빨간 베리라고 부르는 녀석들이다. 앙증맞은 종이 상자에 담긴 베리를 사서 하나씩 먹어가며 파리를 산책하는 것은 봄에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여름의 여왕,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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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여름은 7월부터 시작이지만 6월이면 벌써 시장은 여름의 색과 향으로 물든다. 여름의 여왕은 단연코 토마토다. 요즘 프랑스의 식재 마켓에서는 산업화에 밀려 사라진 과일과 야채를 되살리는 운동이 한창이다. 토마토 역시 마찬가지인데 중세 시대 토마토를 다시 재배해 만들어낸 옛날 토마토 시리즈는 개성 강한 색과 향이 일품이다. 누와 드 크리메, 아나나, 그린 제브라, 로즈 등 하나하나 보석 같은 토마토들을 맛보는 즐거움이란! 7월이 되면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토마토인 두 가지의 토마토가 좌판을 채운다. 복주머니를 닮아 손목에 딱 차고 다닐 수 있을듯한 코틀레(Côtelée, 복주머니라는 의미다), 아래가 뾰족해 정말로 심장 모양을 닮은 쾨르 드뵈프(Coeur de boeuf, 소의 심장이란 뜻)가 그것.

여름은 토마토 외에도 살구, 자두, 복숭아, 체리 등 먹을 것이 너무 많이 고민되는 계절이다. 프로방스에서 키운 살구, 노란색, 흰색 등 알록달록한 복숭아의 싱싱한 향도 놓칠 수 없지만 10종류가 넘는 체리는 꼭 맛보길 권한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뷔를라, 르베르숑, 나폴레옹, 진한 체리 맛을 즐기고 싶다면 바스크 블랙 체리, 신맛을 좋아한다면 그리오트를 골라보자.

포도와 무화과의 계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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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포도로 시작된다. 껍질이 얇고 가녀린 포도인 샤슬라(Chasselas), 아주 깊은 단맛이 나는 뮈스카(Muscat), 사각사각 알맹이가 씹히는 질감이 기분좋은 헤장 블랑(Raisin Blanc)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특히 샤슬라는 카망베르 치즈를 녹여 곁들이면 단짠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포도다. 

인디언 섬머가 이어지는 9월 초에는 한여름의 태양을 가득 머금은 무화과를 먹어야 한다. 특히 초록 껍질에 하얀 속살이 보드라워 하얀 여인이라고 불리는 담므 블랑쉬(Dame Blanche)는 염소 치즈와 잘 어울린다. 

8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는 프랑스인들이 그리움을 담아 부르는 미라벨, 퀘시 같은 자두 시즌이기도 하다. 생으로도 먹지만 대부분의 자두는 단맛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오븐에 굽거나 타르트에 곁들인다. 

싱그러운 시트러스의 계절,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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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장은 여름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차가운 겨울 공기를 따스한 오렌지빛으로 밝혀줄 시트러스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귤보다 크기가 살짝 더 크고 향도 맛도 더 진한 만다린. 핏빛 알갱이가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인 오랑주 상긴, 애기 머리통만 한 자몽과 그보다 더 큰 포멜로, 한여름의 카프리섬이 떠오르는 레몬과 라임, 울퉁불퉁하고 향도 강한 세드라와 베르가모트, 칼로 자르는 순간 잊을 수 없는 향을 선사하는 콤바바, 수천 개의 참깨 다이아몬드를 품고 있는 듯한 시트롱 캐비어 등 헤아릴 수없는 시트러스들이 겨울을 밝혀준다. 

By Jieun LEE

프랑스 생활을 즐기는 봉비방(Bon Vivant)이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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