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하면 프랑스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앞서 양조 기술을 개발하고, 와인의 산지와 등급에 관한 법규를 세웠기 때문일 터. 결국 빠른 발전을 이루어 전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쥐었다. 프랑스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산지마다 뚜렷한 개성과 매력을 자랑하는 프랑스 와인 투어를 즐겨보자!
샹파뉴, 금빛으로 반짝이는 와인이 탄생하는 땅
흔히 발포성 와인은 모두 샴페인이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한 것만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역명과 동일하게 샹파뉴라고 부르지만, 이것이 영어식 발음인 샴페인으로 전파된 것이다. 샴페인의 고장 샹파뉴는 수도 파리와 가까워서 훌쩍 다녀오기 편하다. 파리 동역(Gare de l'Est)에서 약 1시간이면 샹파뉴의 주도인 에페르네(Epernay)에 닿는데, 에페르네 기차역 바로 앞부터 근사한 샴페인 하우스들이 늘어서 있다.
루아르, 프랑스의 정원이 키워낸 건강한 포도
루아르(Loire) 지역은 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강을 품은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린다. 와인 양조 방식도 루아르를 닮았다. 인위적인 작업을 배제하고 토양과 포도 고유의 풍미를 담은 와인을 만드는 데 힘써온 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의 와인 생산자들은 섬세한 손길로 우아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주로 만드는데, 근사한 고성을 품은 와이너리부터 시골집같이 정겨운 와이너리까지 다채로운 곳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보르도, 프랑스 와인의 왕
© beautifulscene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보르도는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특히 이곳의 근사하고 다양한 샤토(Chateau)는 와인을 모르는 이들도 설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샤토는 원래 성이라는 뜻인데, 보르도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포도원을 뜻한다. 역사적인 샤토들은 실제로 성이나 대저택인 경우가 많아서 여행에 즐거움을 더한다.
부르고뉴, 영화 속 모습 그대로
부르고뉴의 작은 마을들은 언제나 여행자와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특히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2017)이 세상에 나온 이후 여행자가 더 늘었다. 영화에선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고 포도를 재배하는 주인공 남매의 남다른 열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직접 가보면 이 영화가 부르고뉴를 과장이나 왜곡 없이,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담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연을 중시하는 와인 생산자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유기농이나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섬세하게 와인을 만든다.
남프랑스, 여름날의 낭만을 담아 와인을 만드는 곳
이 글에서 여행할 남프랑스는 여름날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생 레미 드 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와 루시용(Roussillon)이다.
동화 속 풍경을 쏙 빼닮은 프로방스는 알고 보면 전통적으로 핑크빛 로제 와인을 만들어 온 곳이어서 와이너리 여행에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더해지곤 한다.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의 옛 지역명이며, 현재는 여러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생 레미 드 프로방스는 고흐가 <꽃피는 아몬드나무(Fleurs d'Amandier)>를 그린 곳으로 유명하지만 도멘 밀랑(Domaine Milan) 같은 특색 있는 와이너리가 자리한 지역이기도 하다.
프랑스 남쪽 끝 스페인과 맞닿은 루시용은 프랑스의 그 어느 지역보다 개성이 넘치는 곳이다. 일부러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산화시켜 만드는 내추럴 와인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을 맛볼 수 있고, 껍질이 도톰한 그르나슈로 만드는 우아한 와인도 만날 수 있다. 와이너리를 찾아가다 만나는 해변들은 저절로 발길을 멈추게 하는데, 특히 콜리우르(Collioure) 해변은 피카소, 마티스, 앙드레 드랭 등 전설적인 화가들이 사랑했을 만큼 아름답다.
- 위의 글은 신간 도서 <유럽 와이너리 여행 : 어른에게도 방학이 있다면, 와인이 시작된 곳으로> 에서 발췌하였다. 프랑스의 매력적인 와이너리들과 대표 와인 정보, 근교 여행안내까지 놓치지 말자.
By Boyoung 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