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프랑스 치즈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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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Stock / Dmitry-E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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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시간: 0 분게시일: 9 12월 2024

치즈에도 계절이 있다는 건 프랑스인이면 다 아는 상식이다. 초록이 물결치는 여름 산에서 젖을 짜 조물조물 만든 치즈들이 산 아래로 내려오는 겨울은 단연 소젖 치즈의 계절.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치즈 가게의 선반이 가득 차는 겨울,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혼곤히 녹여줄 겨울 프랑스 치즈 TOP 5를 소개한다.

푸름 당베르 Fourme d'ambert

1972년 AOP를 딴 푸름 당베르는 프랑스 중부 산간 지방을 대표하는 치즈다. 고도 600-1,600미터의 산간에서 만들어지는 이 치즈는 유지방이 풍부한 부드러운 맛이 특징. 성인의 손을 가득 채울 만큼 둥근 푸름 당베르의 단면에는 초록 곰팡이가 콕콕 박혀있는데 덕분에 울창한 숲, 나무 아래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콧등을 톡 쏜다. 푸름 당베르를 잘게 썰어 감자나 야채 위에 올리고 오븐에 구운 그라탱은 겨울 산간 지방의 별미.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푸름 당베르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콩테 Comté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치즈 리스트에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콩테는 수레바퀴 모양의 거대한 치즈다. 스위스 국경지대인 쥐라 지방의 자랑인 콩테는 그야말로 문화유산인데 4개월부터 36개월까지 숙성해 판매한다. 특히 한 여름 가장 신선한 젖으로 만들어 숙성한 콩테의 노란 겉면에 입맛을 다시지 않을 프랑스인은 드물다. 콩테는 퐁뒤나 샐러드에도 이용되지만, 소금 결정이 씹히는 30개월 이상의 콩테는 와인 한 잔만 곁들여 그냥 먹는 게 제일 맛있다. 겨울 프랑스를 방문하게 된다면 치즈 가게에 들러 다양한 개월 수의 콩테를 테이스팅 해보자. 어떤 개월 수가 제일 입에 맞는지, 숙성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어떤 풍미가 생기는지 직접 느끼는 콩테의 맛이야말로 프랑스 겨울의 맛이다.

몽도르 Mont d'Or

몽도르는 9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만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겨울 특선 치즈다. 쥐라 지방의 산봉우리 몽도르에서 만들어져 이름도 몽도르인데 아주 부드럽고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전나무 상자안에 앙증맞게 담긴 몽도르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라클레트처럼 오븐에 녹여 감자와 샤퀴테리,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 게 제격. 루이 15세가 너무나 좋아했다는 몽도르는 뜨겁고 부드러우며 동시에 섬세한 치즈다. 몽도르를 한번 먹고 나면 라클레트는 쳐다도 보지 않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겨울의 진미. 우유를 살균하지 않고 만들어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어려우니 겨울 프랑스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그뤼에르 Gruyère

프랑스의 겨울 하면 눅진한 치즈가 국물과 함께 영혼을 녹이는 프렌치 양파 수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테다. 프렌치 양파 스프에는 다양한 치즈가 쓰이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그뤼에르다.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에서 만들어지는 그뤼에르는 프랑스 치즈가 아니지만 프랑스 치즈만큼 사랑받는다. 자국 치즈가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을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인정받는 치즈인 것. 우유를 틀에 부어 6개월에서 9개월까지 숙성해 만드는 치즈인 그뤼에르는 구멍이 없고 조밀한 질감으로 특유의 씹는 맛을 선사한다. 한 덩어리에 27킬로나 되는 그뤼에르를 썰어서 기름종이에 싸는 풍경이 겨울의 한 장면일 만큼 겨울 치즈 가게의 스타다.

오소 이라티 Ossau-Iraty

바스크 지방에서 생산되는 양젖 치즈인 오소 이라티는 바스크 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1996년 AOP를 취득한 오소 이라티는 양젖을 80일에서 120일간 숙성해만든다. 따스한 노란색으로 벌판을 물들이는 건초와 호두의 맛과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오소 이라티가 생산되는 농가들을 이은 오소 이라티 길을 따라가는 순례자들이 많을 정도. 입에 넣자마자 향과 맛에 감탄하게 되는 오소 이라티는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서 블랙 체리조림을 곁들여먹는 게 제일 맛있다.

By 이지은 Jieun LEE

프랑스 생활을 즐기는 봉비방(Bon Vivant)이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