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관광청 지사장이 들려주는 '갈레트 데 루아'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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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gouillatphotos, Adobe Stock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6 2월 2022

매년 1월이 되면 프랑스의 빵집들은 걀레트 데 루아를 만드는 손길로 분주하다. 프랑스는 연초에 가족 또는 친구들과 모여 함께 갈레트 데 루아를 먹는 전통이 있다. 프랑스 관광청 코린 지사장이 들려주는 갈레트 데 루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년 새해 1월이 되면 프랑스인들이 필수로 먹는 디저트가 있습니다. 바로 로마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서 깊은 전통 디저트,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 입니다. ‘왕의 파이’라는 뜻의 갈레트 데 루아는 가족들과 함께 먹기도,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렌치 파티시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요새는 한국에서도 맛좋은 갈레트를 먹을 수 있죠.

프랑스 명물 디저트, 갈레트 데 루아에는 어떤 역사가 담겨 있을까요?

다양한 종류의 갈레트 데 루아

clarisse Foulquier
© clarisse Foulquier

갈레트 데 루아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제 남편 티에리는 아몬드 가루를 넣은 프랑지판 크림이 들어간 페이스트리 파이지를 오븐에 구워 만든 갈레트만이 정통 갈레트 데 루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와 제 남동생 파브리스는 갈레트 데 루아에 라즈베리 잼을 곁들여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갈레트 데 루아는 다양한 종류의 과일 잼을 넣은 페이스트리 파이지로 만들기도, 크림과 초콜릿을 채운 파이지로 만들기도 합니다(누텔라를 넣어도 정말 맛있습니다). 저희 친척들이 살고 있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 도시 엑상 프로방스에서는 오렌지 꽃 향과 절인 과일, 설탕을 곁들여 만든 달콤한 브리오슈 빵인 가토 데 루아(gâteau des rois)를 먹습니다. 왕관 모양을 한 가토 데 루아도 정말 맛있는 프랑스 디저트입니다.

동지를 맞아 먹는 디저트

Luiz Henrique Mendes, AdobeStock
© Luiz Henrique Mendes, AdobeStock

7일 동안 계속되는 동지(冬至) 기간, 고대 로마의 집주인 가족은 하루 중 가족 연회를 열어 노예들까지도 한자리에 초대했습니다. 마치 오래 전 한국의 설날과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연회에서는 노예 중 한 명을 ‘오늘의 왕 roi d’un jour’으로 뽑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왕’을 공평하게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하기 위해 로마인들은 갈레트에 강낭콩 한 알을 넣었고, 자신이 받은 갈레트 조각 속에서 강낭콩을 발견한 노예는 그날의 왕이 되어 하루 동안 주인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뿐 아니라 원하는 모든 소원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설날은 없지만 그 대신 가족들과 함께 갈레트 데 루아를 먹고 ‘오늘의 왕’을 뽑는 전통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강낭콩(Fève)’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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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risse Foulquier

페브(Fève)는 한국어로 강낭콩을 뜻합니다. 19세기 들어 플라스틱·세라믹·자기로 만든 페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강낭콩을 갈레트 속에 넣었습니다. 로마시대 때도 실제로 강낭콩을 넣었죠. 강낭콩은 봄에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나이가 들어서는 열매를 맺는 식물이기 때문에 삶, 다산, 출생을 상징합니다.

동방 박사들의 아기 예수 방문을 기리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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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대 이후, 갈레트 데 루아를 먹는 전통은 세 명의 동방 박사 멜키오르, 카스파르, 발타사르가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를 올린 기독교 축절, 1월 6일 주현절과 결합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매년 남동생과 저는 황금색 왕관을 쓸 수 있는 ‘오늘의 왕’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했습니다. 남매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어머니께서는 늘 갈레트 여러 개를 준비하고, 두 아이가 모두 ‘오늘의 왕’이 될 수 있도록 각 갈레트에 페브를 하나씩 더 넣으셨습니다. 자식들을 위해 사랑의 거짓말을 하신 어머니 덕분에 저와 동생은 둘 다 황금 왕관을 쓴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저희 남매를 위해 여러 모양의 페브를 수집하시기도 했습니다. 위 사진은 저희 어머니의 페브 컬렉션 사진입니다. 귀엽고 예쁘게 생긴 바로 저 페브들을 갈레트 안에 넣었었습니다.

clarisse Foulquier
© clarisse Foulquier

왼쪽부터 차례대로 살펴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페브는 플라스틱 재질로, 삼킬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습니다. 황금색 플라스틱 페브, 세라믹 페브가 쓰일 때도 있었고, 점차 다양한 테마에 맞춰 더욱 정교하게 만든 도자기 페브로 발전하였습니다.

‘오늘의 왕’을 뽑는 방법

요즘에는 손님 중 가장 순진한 사람, 즉 대부분의 경우 어린이가 ‘오늘의 왕’으로 선정됩니다. 왕이 된 어린이가 식탁 밑으로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은 갈레트를 하나씩 조각내어 자르고, 식탁 밑의 어린이는 갈레트를 한 조각씩 자를 때마다 조각을 누구에게 줄지 마음대로 결정합니다. 어린이가 식탁 밑에 들어가는 이유는 혹시나 어떤 갈레트 조각에 페브가 들어가는지 보지 못하게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갈레트에 관한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

Ludovic Marin (AFP)
© Ludovic Marin (AFP)

앞서 말씀드렸듯, 매년 1월 초가 돌아오면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모든 가정이 갈레트 데 루아를 먹습니다. 평범한 가정뿐 아니라 엘리제궁에 거주하는 프랑스 대통령 가정도 마찬가지로 전통을 따릅니다. 엘리제궁 소속 제빵사는 매년 XXL 사이즈 갈레트를 만들지만, 그 안에 페브는 넣지 않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혹시나 대통령이 오늘의 왕으로 선정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

갈레트 데 루아의 계절, 생각나는 노래

혹시 프랑스 인기 가수 쉴라를 아시나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가수 쉴라는 히트곡 <갈릴리의 동방 박사들처럼 Comme les Rois Mages en Galilée>으로 스타가 되었습니다. 제목 때문인지 갈레트 데 루아를 먹는 계절이 되면 이 노래가 떠오르더라고요.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

By France.fr

France.fr 편집팀은 최신 트렌드와 여행 소식을 바탕으로 프랑스 곳곳의 숨은 매력을 소개하며, 흥미로운 이야기와 정보를 통해 프랑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해주는 여행 길잡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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