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을 찾아 떠나는 프랑스 식도락 여행. 1편 알자스에 이은 이번 여행지는 오베르뉴 론 알프다. 오베르뉴 론 알프는 프랑스 미식 수도 리옹이 있는 그야말로 프랑스 미식의 중심지. 리옹의 전통식 부숑 리오네와 식사의 퀄리티를 높여줄 와인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박준우 셰프와 함께 오베르뉴 론 알프 미식 여행을 100% 즐기는 방법을 알아보자.
프랑스 미식의 정점, 오베르뉴 론 알프
© Tristan Deschamps@OnlyLyonTourisme 오베르뉴 론 알프 내 모든 지역의 음식과 와인은 오트 사부아부터 오트 루아르까지 어느 한 곳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두 훌륭하지만, 그중 리옹이 소재하고 있는 론은 유독 미식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론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부르고뉴 프랑슈 콩테의 부르고뉴 와인과 누벨 아키텐의 보르도 와인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프랑스 와인이기도 하다.
론 지역 와인은 높은 품질을 가진 화이트와 레드가 모두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루산느와 마르산느, 비오니에 등의 품종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과 시라를 사용하는 북부의 레드 와인, 그르나슈와 시라 그리고 무르베드르 등의 여러 포도 품종을 블렌딩하는 남부의 레드 와인은 전 세계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Paul Bocuse 론 지역은 와인뿐만 아니라 음식문화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물론 프랑스의 모든 지역이 각자 그들만의 전통음식과 개성 있는 미식 문화를 보유하고 있지만, 오베르뉴 론 알프의 수도인 리옹의 덕분인지 이곳은 유독 미식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아마도 프랑스 미식의 대부라고 불리는 고(故) 폴 보퀴즈의 영향이 무엇보다 클 것이다. 이곳에는 그의 레스토랑과 학교도 있고, 그의 이름을 내건 거대한 아케이드 형태의 시장도 찾을 수 있다.
가장 전통적인 음식 문화, 부숑 리오네
© G. Reynard_Auvergne-Rhône-Alpes Tourisme
이 지역의 가장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부숑 리오네(Bouchon lyonnais)’일 것이다. 리옹의 부숑이란 과거, 방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해 팔던 식당들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하우스 와인으로 곁들여, 동시에 간단하지만 다양한 지역의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정착하게 되었다. 메뉴는 주로 간단한 파테 등 샤퀴테리와 치즈 같이 차가운 음식부터 크넬(Quenelle), 앙두이에트(Andouillette), 코코뱅(Coq au vin) 등 따듯한 음식까지 매우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이 도시를 방문해 좋은 친구들과 함께 부숑에 자리를 잡고, 현지에서 생산된 가볍지만 맛있는 와인을 잔이나 병으로 주문한 채, 오베르뉴 론 알프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곁들이고, 부숑 리오네 특유의 왁자지껄 즐기는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면, 그것은 지역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굉장히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프티 살레 오 렁티유 Petit salé aux lentilles
부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식 중에 ‘프티 살레 오 렁티유(Petit salé aux lentilles)’라는 메뉴가 있다. 이것은 오베르뉴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로 돼지의 앞다리살이나 삼겹살, 등심 등 다양한 부위를 소금이나 소금물에 절여 저장식품으로 만들어 둔 ‘프티 살레 Petit salé’를 양파와 당근 등 이런저런 채소와 함께 스튜용 냄비로 천천히 끓여 조리한다. 메뉴의 이름에 ‘오 렁티유 aux lentillles’가 붙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이것에 렌틸콩을 곁들여 내기 때문이다. 렌틸콩은 프랑스 중부 지역에도 유명한 산지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퓌(Puy) 지역이다. 리옹이 속한 론에서 남서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당도하는 오트 루아르(Haute-Loire) 지역에 위치한 도시 퓌앙블레(Puy-en-Velay)의 렌틸콩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하고, 리옹의 부숑에서는 그곳의 렌틸콩을 이용한 프티 살레를 찾을 수 있다.
와인과의 페어링 🍷
염장한 돼지고기 부위를 물에 불려 과도한 짠맛을 제거하고, 스튜용 냄비에 간단한 채소와 함께 뭉근하게 끓여 적당히 부드러운 식감으로 익힌 프티 살레와 부드럽게 익힌 퓌 지역의 렌틸콩을 곁들인 이 한 접시에는 오베르뉴 론 알프 내에서 생산되는 론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좋다. 반드시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 du pape)’같은 고가의 와인일 필요는 없다. 적당한 크로즈 에르미타주(Croze hermitage) 한잔이면 이 음식의 맛과 부숑의 분위기에 제격일 것이다. 아니라면 브루이(Brouilly), 쉐나(Chénas), 줄리에나(Juliénas)같은 보졸레의 레드와인도 이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매우 훌륭한 와인들이다.
By 박준우 셰프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벨기에에서 현대 어문과 조각을 공부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요리와 와인을 배웠다. 2012년 오디션 프로그램인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참가해 준우승까지 올랐고, 이후 OliveTV <올리브쇼>, tvN <수요미식회>, JTBC <냉장고를 부탁해>,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등에 출연했다. 2013년 서촌 체부동에 '카페 오쁘띠베르'를 열었고, 2022년 같은 서촌의 통인동에 '카페 오쁘띠베르'를 다시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