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류’ 하면 제일 먼저 샴페인, 와인, 1664맥주(크로넨버그 1664 블랑)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다양하고 맛 좋고 주류들이 프랑스 전역에서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프랑스 각지의 대표적인 술을 살펴보고, 자신만의 프랑스 주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자.
맥주 @프랑스 북부
프랑스 북부에서 사람들이 술 한잔 하자고 할 때는 십중팔구 로컬 맥주를 마시자는 뜻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도수는 세계 평균 맥주 도수인 4~6%보다 높기 때문에 릴(Lille) 지역 사람들은 맥주를 단독으로 마시기보다는 마루아유(Maroilles)나 미몰레트(Mimolette) 치즈 등과 함께 음미하듯 즐긴다. 맥주에 피콩(Picon)을 과감히 섞어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렌지 베이스 리큐르인 피콩을 라거 맥주와 함께 즐기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베네딕틴 @페캉 Fécamp
베네딕틴(Bénédictine)은 무려 27가지 허브와 향신료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리큐르로, 식전주 (아페리티프 apéritif)나 식후주 (디제스티프 digéstif)로 매우 훌륭하며 세계 각국에서 칵테일 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베네딕틴의 역사는 15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네치아의 수도승 돔 베르나르도 빈첼리는 노르망디의 어업 도시 페캉의 베네딕틴 수도원으로 오면서 불로장생 영약의 제조법을 가지고 왔다. 그 후 대혁명 당시 레시피가 사라졌다가 거의 백 년이 지난 1863년, 알렉상드르 르 그랑(Alexandre Le Grand)이라는 페캉의 와인상이 이 영약의 제조법이 적힌 책을 자신의 집 서가에서 발견했고 그대로 만들어 베네딕틴이라는 이름을 붙여 여러 나라로 수출했다. 페캉의 베네딕틴 성 (Palais Bénédictine)에 가면 르 그랑의 예술 컬렉션과 베네딕틴의 양조장을 둘러보고 시음까지 해 볼 수 있다.
로제 와인 @프로방스Provence
프랑스에서 로제 와인으로 유명한 프로방스는 면적의 약 90%가 로제 와인 포도원으로, 프랑스 내 로제 와인 최다 생산지이다. 프로방스의 기후와 와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테루아(terroir) 덕분에 매우 특별한 프로방스 산 로제 와인이 탄생할 수 있다. 드라이하고 우아하면서도 산뜻한 로제 와인의 투명한 분홍색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샴페인 @샹파뉴 Champagne
샴페인(Champagne)을 빼놓고 프랑스 술을 논할 수는 없는 법. 사실 샴페인은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졌다. 톡톡 튀는 탄산이 특징인 샴페인은 예전에는 병안의 압력 때문에 병이 폭발하고 코르크 마개가 튀어져 나왔기 때문에 ‘악마의 와인(le vin du diable)’이라 불리기도 했다. 당시에는 탄산 때문에 샴페인이 잘못 만들어진 술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 탄산의 청량감이 샴페인의 매력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오늘날 샴페인 양조업자들은 최상의 품질을 보장하고자 매우 엄격한 규칙을 준수해 샴페인을 만들며, 이렇게 만들어진 샴페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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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르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노르망디, 루아르 지역 모두 서늘한 해양 기후 덕에 사과와 배 재배에 제격이라 이 지역에서는 중세 시대부터 시드르(사과가 주재료) 제조가 이루어졌다. 브르타뉴와 노르망디 모두 코르누아이(Cornouaille), 페이도쥬(Pays d’Auge)의 공식 시드르 루트를 홍보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이 루트를 따라 아름다운 과수원 풍경을 즐기며 달콤한 시드르를 맛볼 수 있다. 오른(Orne), 망슈(Manche), 마옌(Mayenne) 주에서는 배즙으로 담근 푸와레(poiré)를 꼭 마셔 봐야 하며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돔프롱트(Domfront) 아펠레시옹 지역을 아우르는 푸와레 루트도 강력 추천 코스이다. 세계 최대 시드르 생산국인 프랑스의 가볍고 톡톡 튀는 시드르는 가히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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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와인 @알자스 Alsace
스파클링부터 달콤한 와인까지, 알자스산 와인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여러 원산지 명칭 통제(AOC) 체계에 의해 관리되는 알자스 산 와인은 독일 와인에 사용되는 포도 품종과 유사한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알자스에서는 드라이한 리슬링(Riesling)이나 향기가 매력적인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 등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된다. 알자스 화이트 와인을 마셔 본 적이 없다면, 버킷리스트에 꼭 추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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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와인 @보르도 Bordeaux
보르도(Bordeaux)에는 시테 뒤 뱅 (La Cité du Vin)이라는 와인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와인은 보르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무려 12만 헥타르에 이르는 포도원과 8,500 와인 생산인(샤토, chateaux)을 자랑하는 보르도는 프랑스의 최대 와인 생산지이다. 보르도 와인 대부분은 레드와인으로,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부터 매우 값비싼 세계 최정상급 와인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보르도 와인은 아펠레시옹만 54가지이기 때문에 레드와인을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보르도 와인 중에서 후회 없이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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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냑 @가스코뉴 Gascogne
꼬냑 마니아들이라면 맛보지 않고는 절대 지나칠 수 없는 꼬냑의 경쟁자 아르마냑(Armagnac). 무려 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르마냑 브랜디는 가스코뉴 지역의 보석과 같은 존재이다. 아르마냑은 콜롱바르(colombard), 폴(folle), 위니(ugni)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을 증류시켜 만든다. 양조 전 과정은 아르마냑의 품질 관리 전담 기관의 철저한 감독 하에 이루어진다. 아르마냑이 프랑스 브랜디 중 가장 오래전에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고 마시면 그 풍미가 더 깊게 느껴질 것이다.
꼬냑 @샤랑트 Charente
방금 전 잠깐 언급된 꼬냑(Cognac)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자. 꼬냑은 아르마냑과 마찬가지로 포도로 만든 브랜디이다. 꼬냑이라는 이름은 샤랑트 마리팀(Charente-Maritimes) 지역의 꼬냑이라는 도시 이름에서 유래했다. 매우 까다로운 기준에 맞춰 생산된 꼬냑만이 그 이름을 가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구리로 만든 증류기에서 두 번 증류 과정을 거치고 리무쟁(Limousin) 또는 트롱세(Tronçais) 지역에서 생산된 오크 배럴에서 최소 2년 동안 숙성되어야 한다. 꼬냑도 위스키나 와인과 마찬가지로 숙성될수록 그 풍미가 훨씬 깊고 진해진다.
칼바도스 @노르망디 Normandie
칼바도스(Calvados)는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 브랜디로, 19세기 초 이전에는 생산한 농가 가족들만 소소하게 즐기던 술이었다. 노르망디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즐겨 마셨지만 다른 지방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프랑스 철도가 발달함에 따라 타지역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사랑받게 되었다. 칼바도스 아펠라시옹은 칼바도스, 칼바도스 페이도쥬(Calvados Pays d’Auge), 배 혼합률 30%인 칼바도스 돔프롱테(Calvados Domfrontais)로 총 세 가지이며, 빈티지로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배럴에서 오래 숙성될수록 칼바도스의 풍미가 더 풍부해진다).
파스티스 @마르세유 Marseille
파스티스(Pastis)는 프랑스 남부, 그중에서도 마르세유(Marseille)에서 특히 사랑받는 술이다. 파스타갸(Pastaga)라고도 불리는 파스티스는 아니스 향이 물씬 풍기며 물로 증류해 우유 빛깔 노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여유로운 프로방스 라이프 스타일에 아주 잘 어울리며, 무더운 여름 날 페탕크(pétanque) 한 게임하며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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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브르타뉴 Bretagne
좋은 위스키를 마시려면 스코틀랜드에 가야만 한다는 편견은 버리자. 브르타뉴(Bretagne) 지역은 1998년에 와렝헴(Warenghem) 양조장에서 ‘아르모리크(Armorik)’라는 위스키를 첫 선보이면서 뒤늦게나마 위스키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르모리크가 생산된 이후 메니르 양조장(Distillerie des Menhirs)은 100% 메밀로만 만든 에두(Eddu)를 내놓았고 벨 일 엉 메르(Belle-Ile-en-Mer)에서는 카에릴리(Kaerilis)가 생산되었다. 또 글랑 아르 모르(Glann ar Mor) 양조장에서 여러 전통 방식 위스키를 출시했다.
미라벨 @로렌 Lorraine
미라벨(Mirabelle)의 세계 생산량 70%가 로렌(Lorraine)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라벨 브랜디는 가히 ‘로렌의 여왕’이라 불릴 만하다. 미라벨은 미라벨 드 로렌(Mirabelle de Lorraine) 아펠라시옹(appellation, 품질 인증 마크)을 획득한 유일한 과일 브랜디로, 두 번의 증류 과정을 거친 덕에 특유의 깊고 진한 미라벨 풍미를 자랑한다. 미라벨은 저녁 식사 후에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라벨 소르베에 브랜디를 섞어 만든 트루 로렌(Trou Lorrain)으로도 즐길 수 있다.
샤르트뢰즈 @그르노블 Grenoble
샤르트뢰즈(Chartreuse)만큼 특별한 술이 또 있을까. 샤르트뢰즈는 1737년부터 카르투지오회 수도승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 이름은 아름다운 그르노블(Grenoble) 산 근처에 자리한 그랑드 샤르트뢰즈(Grande Chartreuse) 수도원에서 유래했다.
코인트로 @루아르 지역 Val de Loire
오렌지 향이 일품인 코인트로(Cointreau)는 체리 리큐르인 귀뇰레(Guignolet)의 개발자 아돌프와 에두아르-장 코인트로(Adolphe and Edouard-Jean Cointreau) 형제가 만든 트리플 섹(triple sec) 리큐르이다. 코인트로는 1875년에 출시되자마자 단숨에 히트를 쳐 전 세계 150여 개 국에서 매년 약 1,300만 병이 판매된다. 식전주나 식후주로 제격인 코인트로는 마가리타나 코스모폴리탄과 같은 칵테일의 주재료로도 활용된다. 코인트로의 향은 따라올 술이 없기 때문에 한 병쯤 꼭 소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By France.fr
France.fr 편집팀은 최신 트렌드와 여행 소식을 바탕으로 프랑스 곳곳의 숨은 매력을 소개하며, 흥미로운 이야기와 정보를 통해 프랑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해주는 여행 길잡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