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19세기에 SNS가 존재했다면? 이 화가의 그림은 수많은 '좋아요'를 받았을 것이고, 그림 속 소품과 의상은 불티나듯 팔려나갔을 것이다. 19세기 파리지앵의 삶과 당대의 트렌드를 날카롭게 포착한 화가, 구스타브 카유보트를 소개한다.
구스타브 카유보트
19세기 파리를 대표하는 멋쟁이 화가,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현재 핫한 인플루언서의 SNS 계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카유보트는 현재 파리에서도 가장 핫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 이유는 카유보트 특별 전시회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전은 2024년 10월 8일부터 2025년 1월 19일까지 열리니, 이 기간에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세계
카유보트는 당대 인간의 모습과 존재를 묘사했는데, 특히 그의 그림에서 흥미로운 점은 남성들의 모습에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노동자들의 모습에서부터 부르주아 남성들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당시 파리는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도시에는 가로등이 깔리고, 건축의 신소재였던 강철로 건축물은 더욱 튼튼하게 지어졌으며, 엘리베이터의 발명으로 건물의 높이는 더 높아졌다.
카유보트는 31살에 파리 근처에 있는 대저택을 팔고, 오페라 가르니에 바로 옆 오스만 대로에 위치한 건물 3층의 대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그는 발코니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모습을 그렸다. 그의 작품은 마치 도시를 장악한 남자가 세상을 내려다보며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관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발코니라는 공간은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지만, 한두 명밖에 설 수 없는 작은 공간이다. 이는 마치 도시화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겪는 고민과 고립감을 나타내며, 우리가 지금도 겪는 군중 속에서의 고독을 말하는 것 같다.
이번 오르세 미술관 카유보트 특별전에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은 <비 오는 날의 파리 거리>다. 이 작품은 원래 미국 시카고 미술관 소장작으로, 특별 전시를 위해 먼 프랑스 파리까지 여행을 떠나왔다. 세로 길이가 약 2m, 가로 길이가 약 3m에 달하는 큰 작품으로, 카유보트가 그린 가장 큰 그림이다. 이 작품 앞에 서면 마치 19세기 비 오는 날의 파리를 함께 걷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여가 문화들이 발전했다. 카유보트는 수영과 보트 타기를 주제로 많은 작업을 했으며, 1879년 인상파 전시회에 작품들을 출품했다.
사실 당대 다른 화가들에게 있어 이런 주제는 남녀의 사랑과 유혹을 다루는 것이 많았으나, 카유보트는 스포티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이를 표현했다. 이러한 스포츠는 당시 산업 사회의 어려움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했다. 지금도 우리가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해소하는 것처럼 말이다. 카유보트는 이처럼 당시 현대화되던 파리의 모습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개인적인 모습까지 담아낸 특별한 화가였다.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저택, 메종 카유보트
카유보트가 31살에 가족 소유의 대저택을 팔고,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근처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까지 살았던 대저택, 메종 카유보트(Maison Caillebotte)는 현재까지도 파리 근교에 잘 보존되어 있다. 파리에서 기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면 그가 살았던 집을 직접 방문할 수 있다.
카유보트는 이곳에서 약 80여 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다. 축구장 10개가 넘는 넓은 땅에 잘 정돈되어 있는 정원과 최근 복원된 저택 내부는 그가 살았을 때 부르주아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엿볼 수가 있다. 저택 내부는 유료이나 정원은 무료로 둘러볼 수 있어서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다.
반나절 정도의 시간으로 프랑스 파리를 벗어나 작은 시골 마을의 정취를 즐기며 여행하기 좋은 장소다. 다음 프랑스 여행은 오르세 미술관에서 카유보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잠시 근교로 이동해 그의 삶의 흔적을 거닐어 보자. 마치 19세기 파리의 부르주아가 된 듯한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메종 카유보트 Maison Caillebotte
8 Rue de Concy, 91330 Yerres, France
By 정희태 가이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