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드 프랑스(Île-de-France)와 파리의 미식 이야기 by 박준우 셰프

셰프가 알려주는 프랑스 식도락 여행 꿀팁

파리미식 & 와인도시

저녁 거리 풍경
© Kavalenkava, Adobe Stock - 저녁 거리 풍경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14 8월 2024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는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Paris)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으로, 프랑스의 중심부이자 인구밀도도 가장 높은 곳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파리에 멋진 카페와 브라스리, 다양한 제과점과 레스토랑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에 비해 일 드 프랑스 지역의 미식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둘은 미식에 있어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일 드 프랑스와 파리의 미식에 대해 알아보자.

일 드 프랑스에서 만나는 숨은 미식 보물 🧀🍒

일 드 프랑스 지역을 둘러보자면, 우선 프랑스의 치즈 중 손에 꼽히는 인지도를 자랑하는 브리(Brie)가 있다. 이 치즈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브리 드 모(Brie de Meaux)이지만, 그 외 믈렁(Melun), 몽트로(Montereau), 낭지(Nangis) 등의 동네에서도 서로 미묘하게 다른 맛을 내는 브리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또, 파리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와 위치한 몽모랑시(Montmorency)에서는 작고 신맛이 좋은 체리를 생산하는데, 이 지역의 이름을 딴 체리 케이크가 만들어질 정도로 오랜 역사와 유명세를 자랑한다. 그 외에도 노플르르샤토(Neauphle-le-Château)에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리큐르인 그랑 마르니에(Grand Marnier)를 생산하고 있으며, 파리 동남쪽에 위치한 프로뱅(Provins)에서는 일종의 에그타르트인 니플레트(Niflettes)라는 전통 디저트가 유명하다.

 

이름에 '파리'가 들어간 음식?

일 드 프랑스 지역의 이야기를 위해 일부러 파리 이야기를 뒤로 미뤄 놓았지만, 일 드 프랑스와 디저트 이야기를 하며 슈 반죽과 헤이즐넛 크림을 이용해 만든 파리브레스트(Paris-Brest)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의 이름을 넣어 만들었으니 말이다(브레스트에 대한 것은 넘어가도록 하자).

파리라는 도시의 이름이 들어가는 음식이나 식재료는 생각보다 많다. 우선 국내에서 양송이라고 부르는 버섯도 사실 프랑스어로는 ‘샹피뇽 드 파리(Champignon de Paris)’라고 부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마카롱도 사실은 지역마다 약간씩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데, 국내에서 익히 알고 있는 매끈하고 화려한 외형의 디저트는 ‘마카롱 파리지앵(Macaron parisien)’ 또는 ‘마카롱 드 파리(Macaron de Paris)’가 정식 명칭이다.

 

가장 파리다운 음식, 잠봉 뵈르 샌드위치🥪

햄 중에도 파리의 이름이 붙은 것이 있다. 바로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잠봉 뵈르 샌드위치(Sandwich jambon-beurre)’에 들어가는 그것이다. 잠봉 드 파리(Jambon de Paris) 또는 잠봉 블랑(Jambon blanc)이라고 부른다. 파리라는 이름이 붙은 햄 때문이 아니더라도 거리를 거닐며 베어 무는 바게트 샌드위치는 매우 파리다운 음식이다.

물론 쌀쌀한 겨울이라면 브라스리에서 따듯한 양파 수프를 떠먹으며 쥐라 지역에서 생산한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며 창밖 거리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낭만적이겠지만, 더운 8월의 기분이라면 오히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게트에 풍미 좋은 버터와 파리식 삶은 잠봉, 그리고 약간의 코르니숑 피클이 들어간 잠봉 뵈르 샌드위치를 들고 센강변이나 공원 같은 장소의 그늘을 찾아 느긋하게 가벼운 식사를 즐기는 것이 좀 더 적당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적한 식사 장소를 찾기 전, 골목에 위치한 와인숍에서 와인 한 병을 사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몽마르트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맛보는 것도 일 드 프랑스 관광의 주제에 어울릴듯하지만 아마도 생각보다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일 드 프랑스와 가까이 붙어있는 루아르나 보졸레의 가메(Gamay)로 만든 레드와인을 구해 함께 마신다면 아마도 매우 도시적인 가벼운 한 끼 식사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By 박준우 셰프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벨기에에서 현대 어문과 조각을 공부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요리와 와인을 배웠다. 2012년 오디션 프로그램인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참가해 준우승까지 올랐고, 이후 OliveTV <올리브쇼>, tvN <수요미식회>, JTBC <냉장고를 부탁해>,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등에 출연했다. 2013년 서촌 체부동에 '카페 오쁘띠베르'를 열었고, 2022년 같은 서촌의 통인동에 '카페 오쁘띠베르'를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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