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프랑스 관광청 한국 지사의 코린 풀키에 지사장이 직접 들려주는 올림픽 비하인드 스토리를 확인해보자.
누드 올림픽의 시대
올림픽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무려 기원전 7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그리스는 정치적으로 통합된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여러 개의 도시국가가 있었죠. 4년마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치르면서 서로의 기량을 뽐냈습니다. 여러 범 그리스 경기가 있었지만, 제우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올림피아에서의 경기가 가장 높은 명성을 자랑했습니다. 올림피아 제전이 시작되면 서로 전쟁을 벌이던 도시국가들도 휴전을 선언했으니까요. 당시에는 자유로운 그리스 남성만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믿기 어렵겠지만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경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여자들도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지만, 오직 미혼 여성에게만 관람이 허락되었답니다.🤭🤭
주요 종목은 원반 던지기, 투창, 멀리뛰기, 달리기, 전차 경주, 복싱, 레슬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승자에게 수여하는 메달이 없었습니다(메달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미주리 올림픽에서 최초로 사용). 대신, 승리한 선수의 고향에 동상을 세우거나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시를 쓰거나 그들의 초상화가 담긴 주화를 발행했습니다.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주화가 나오다니, 엄청난 일 아닌가요?
이 고대 올림픽은 서기 393년 로마의 황제 테오도시우스가 개최를 금지시킬 때까지 적어도 천 년 동안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테오도시우스는 왜 올림픽을 금지했던 걸까요? 당시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자 그는 이교도 신전을 모두 없애고, 올림픽 대회 또한 이교도 의식으로 규정하여 대회 주최를 금했습니다.
올림픽을 부활시킨 프랑스인
올림픽의 표어 ‘Citius, Altius, Fortius(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는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되었습니다(이 문구를 최초로 고안한 사람은 앙리 디동Henri Didon 목사이다).
19세기 무렵, 스포츠와 체육이 교육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쿠베르탱은 올림픽의 부활을 주장했습니다. 올림픽에서 여러 국가들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며, 청년들은 깊은 이해, 상호 존중, 우정이라는 올림픽의 보편적인 가치를 받아들여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4년에 한 번씩 올림픽이라는 초대형 스포츠 행사를 열고 전 세계 운동선수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죠.
최초의 근대 올림픽은 1896년 아테네 올림픽이었습니다. 14개국 241명의 운동선수들이 43개 종목에서 경기를 펼쳤죠. 하지만 그에 앞서 개최된 제1회 올림픽 총회는 1894년 파리의 소르본 대학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프랑스의 24개 스포츠 단체 및 클럽을 대표하는 58인, 벨기에, 스페인, 미국, 영국,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러시아, 스웨덴 등 외국 스포츠 연맹을 대표하는 20인을 비롯하여 2,000여 명의 스포츠인들이 처음으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1894년 6월 23일 폐회식에서 올림픽의 부활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동계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Manon Bourduge
프랑스는 지금까지 올림픽을 두 차례 개최했고, 곧 세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가장 먼저, 사상 최초의 동계 올림픽이 1924년 1~2월 샤모니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샤모니는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몽블랑(해발고도 4,808m)의 산자락에 둥지를 텄습니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샤모니 몽블랑은 옛 건축을 그대로 보존한 마을로 유명합니다. 마을의 골목길을 거닐면서 몽블랑 봉우리를 에두르고 있는 산맥과 대자연을 감상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릅니다. 샤모니 몽블랑은 등산 스포츠의 세계적 요람이기도 합니다. 샤모니에 가시면 알프스의 환상적인 뷰를 감상하며 스키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샤모니에 방문하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따뜻한 라클렛 음식을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라클렛은 치즈 덩어리를 녹여 감자, 고기 등에 올려 먹는 알프스 지역의 음식인데요. 그 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잠실 소피텔에서 진행 중인 샤모니 테마의 런치 뷔페를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마을은 우연한 기회로 전 세계적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1741년 샤모니 지역을 여행하던 두 영국인이 엄청난 규모의 얼음 동굴을 발견한 것이죠. 큰 감명을 받은 이들은 그 얼음 동굴에 ‘얼음의 바다’를 뜻하는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노새의 등에 오르거나, 혹은 가마를 타고 이 빙하를 오르내렸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에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 케이블카를 타거나, 몽탕베르(Montenvers) 기차를 타면 쉽게 메르 드 글라스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Manon Bourduge
우리가 몰랐던 올림픽 이야기
-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최초로 오대륙 선수들이 모두 한 곳에 모였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여성들이 수영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제안으로, 1912년부터 1948년까지 열린 근대 올림픽에는 예술 분야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건축, 문학, 음악, 회화, 조각 총 5개 분야에서 스포츠와 연관된 작품이 소개되었고 메달도 수여되었다고 하네요.
- 1916년, 1차 세계대전에 의해 올림픽이 중단되었고, 1920년에 와서야 재개되었습니다. 올림픽 깃발과 "우리는 조국의 명예와 스포츠의 영광을 위하여 기사도의 정신으로 올림픽 대회에 참가할 것을 맹세한다"라는 쿠베르탱이 직접 작성한 올림픽 선서는 안트베르펜 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 1924년에 열린 파리 하계 올림픽에서 최초로 ‘올림픽 선수촌’이 조성되었고, 그 이후에는 올림픽 전통이 되었답니다.
-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이 한 해에 각 한 번씩 열린 때가 있었습니다. 1924년부터 1992년까지였죠. 그러다 1994년에 열린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동계 올림픽부터 2년씩 간격을 두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올림픽의 규모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1924년 동계 올림픽에는 총 15개의 종목이 있었고, 16개국 258명의 선수들이 경기를 펼쳤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종목 수가 102개에 달했고, 92개국 2,922명의 선수들이 참가했습니다.
- 1948년 런던 올림픽 기간에 맞추어 루드비히 구트만(Ludwig Guttmann) 박사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부상을 입고 불구가 된 퇴역 군인들을 위해 스포츠 경기를 주최했습니다. 이 이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패럴림픽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코린 지사장의 올림픽 이야기
1.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캐나다) 1976년 당시 저는 6살 배기 동생 파브리스와 함께 알프스 산악 마을 메리벨(Méribel)에 있는 친구네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몬트리올과 메리벨은 6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거의 매일 늦은 오후부터 저녁 시간까지 내내 경기를 지켜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몬트리올은 파리 이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두 번째 프랑스어권 도시입니다. 몬트리올 하계 올림픽 당시 올림픽 스타디움을 제때 완공하지 못해 큰 문제가 생기기도 했었습니다. 1987년이 되어서야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그때 당시 진 빚은 2006년이 되어서야 완납할 수 있었답니다.
2.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프랑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은 저에겐 아주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저는 행사기획 분야에 종사했고, 올림픽 기간 내내 노르웨이 석유 회사 스타토일(StatOïl)의 VVIP 초대 손님들의 의전을 담당했습니다. 스타토일은 2년 후에 개최되는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 올림픽의 후원사기도 했죠. 그들이 노르웨이의 유명인사들을 초청했던 겁니다. 저는 그분들의 의전을 담당하면서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의 개막식과 폐막식을 직접 관람하는 커다란 행운을 누렸습니다. 프랑스 안무가 필립 에스코피에(Philippe Escoffier)가 기획한 두 개의 아름다운 무대가 펼쳐졌죠. 므제브(Megève)에서는 노르웨이 대표팀 응원 차 방문한 노르웨이 국왕과 함께 소규모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커다란 테이블에 스무 명 정도 둘러앉아서 함께 만찬을 즐기고 있었는데 바닷가재 요리가 나와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해산물과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맛있게 즐기는 시늉을 하면서, 장식용 샐러드 밑으로 해산물을 숨기느라 식은땀을 꽤나 흘렸답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감동은 생생하네요. 일을 하면서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또한 알베르빌 올림픽 기간 동안 메리벨에서 펼쳐지는 아이스하키, 쿠슈벨에서 펼쳐지는 스키점프와 바이애슬론, 레 메누이르와 발 토랑스에서 펼쳐지는 남녀 스키 활강 및 대회전 등 수많은 경기를 직관할 수 있었답니다. 이 경기장이 펼쳐진 곳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키장, 레 트루아 발레(Les 3 Vallées)입니다. 스키 코스의 총길이가 600km에 달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와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다양한 난이도로 구성된 320여 개의 스키 코스가 쿠슈벨(Courchevel), 메리벨(Méribel), 발 토랑스(Val Thorens), 레 므뉘르(Les Ménuires), 생 마르탱(Saint Martin) 마을, 라 타니아(La Tania), 브리드 레 뱅(Brides les Bains)을 연결합니다.
ⓒCorinne Foulquier
3. 2018년 평창 올림픽(한국) 평창 올림픽이 열릴 당시 한국에 정착한 지 9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던 때지만, 당시 올림픽 열기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올림픽은 대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행사 기획, 서울-평창 KTX 개통부터 날씨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온 선수들도 추위에 떨었다니, 날씨까지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열일한 셈입니다. 저희도 평창에 가서 두 개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왔습니다. 평창 올림픽에는 프랑스 홍보관이면서 대표팀 지원시설이었던 '클럽 프랑스'가 있었는데요. 저 또한 ‘클럽 프랑스’에서 점심 식사를 즐기며 몇몇 선수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클럽 프랑스에는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이름이 종목과 함께 샴페인 병에 적힌 모습도 볼 수 있었답니다. 기쁘거나 축하할 일이 생기면 늘 샴페인을 터트리는 프랑스의 전통을 알고 계시나요? 프랑스 선수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샴페인은 필수였죠. 저도 축하할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항상 냉장고에 샴페인 한 병을 준비해 둡니다. 인생을 즐기는 전형적인 프렌치 라이프 스타일(French life style)이죠.
ⓒCorinne Foulquier
4. 2020 도쿄 올림픽(일본) 도쿄 올림픽에서는 양궁에 출전한 안산 선수의 활약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사무실에 모인 직원들과 함께 흥분하고, 안산 선수를 열렬히 응원했어요. 너무나 흥분해서 국기를 흔든 나머지 국기가 찢어지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스무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안산 선수는 한국에 금메달 3개를 안겨주었고, 여자 양궁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024년 파리에서 치러질 경기에서도 안산 선수가 눈부신 활약을 하며 수많은 메달 사냥에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때도 응원하겠습니다!
5. 2024년 파리 올림픽(프랑스) 파리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은 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될 것입니다. 사상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파리 도시를 배경으로 개막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센강 주변 지역과 센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고, 각국의 선수들이 배를 타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에펠탑을 향해 나아갑니다.
ⓒ애정하는 남편 Mon mari d'amour❤
여러분도 파리에 방문하게 된다면, 올림픽 선수들처럼 유람선에 올라 센강 주변과 다리들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센강 유람선은 파리의 대표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방법입니다. 위 사진은 남편과 2018년 함께 탔던 바토무슈 디너 크루즈에서의 사진인데요. 샴페인과 함께하는 로맨틱한 디너 크루즈를 여러분도 파리에 오셔서 직접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기억나죠 남편?🥰 에펠탑 아래에서 정말 로맨틱했던 밤이었어요. 멋진 시간을 선사해주신 바토무슈 감사합니다!)
끝으로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기다리는 여러분께 프랑스 배우 겸 가수 바네사 파라디와 마티유 셰디드가 센강에 대해 부른 노래 ‘라 센(La Seine)’을 추천드리며 인사드립니다!
By 코린 풀키에 Corinne Foulquier
프랑스 관광청 한국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