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브르타뉴 여행 1편 : 낭트 Na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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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트 Nantes
© Le voyage à Nantes - 낭트 Nantes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27 9월 2020업데이트: 28 8월 2022

프랑스 북서부의 작은 반도, 브르타뉴를 여행했다. 중세 골목길을 휘감은 가을바람이 낯선 여행자를 어루만졌다. 처음 만난 낭트는 놀라울 만큼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였다. 어스름이 스민 거리 곳곳의 역동적인 분위기는 피로를 단숨에 날려 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골목마다 늘어선 카페와 레스토랑의 환한 불빛 아래로 북적거림이 한낮의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 갔다.

Ara KO
© Ara KO

낭트의 인구는 프랑스 도시 가운데 여섯 번째로 많은 62만 명이다. 유럽에서 삶의 질이 높고 경제 성장이 가파른 도시로 꼽히며 매년 1만 명씩 인구가 늘고 있다. 낭트를 더 깊이 보고자 한다면 한 가지 알아야 할 게 있다. 이토록 생기 넘치는 낭트가 불과 30년 전엔 도시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위기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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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교통의 중심을 이루는 항만도시라는 독특한 지위가 낭트가 누린 번영의 기반이 되었다. 중세에 별도의 국가를 유지한 브르타뉴 공국의 주도가 된 것은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십분 발휘한 덕분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낭트 조선소는 활황을 맞았다. 프랑스 전체 선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낭트의 몫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또한 시대적 조건이 알맞은 지점에서 굴곡을 만드니, 동아시아 조선업계의 급성장에 타격을 입은 조선소가 차례로 쓰러져 갔다. 1987년 마지막 조선소가 문을 닫자 낭트는 쇠락의 늪에 빠졌다. 낭트는 선택을 해야했다.

낭트의 새로운 미래, 마쉰 드 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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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틑날, 일 드 낭트로 향했다. 폐업한 조선소가 남긴 거대한 공장을 훼손 없이 놀이공원으로 탈바꿈한 낭트의 새로운 미래는 눈이 부시도록 화려했다. 선박을 건조하는데 썼던 철과 가죽으로 만든 코끼리, 나무, 곤충 등 갖가지 기계 조형물을 수많은 관광객이 타고 만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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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기계는 '코끼리'다. 50명을 등에 태운12미터 높이의 우람한 코끼리가 물을 뿜으며 걷는 모습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낭트에서 태어난 공상 과학 소설 선구자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바다 세계 회전 목마'도 놓치기 힘든 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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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보아도 신기하고 멋스러운 기계 조형물이 그득한 일 드 낭트는 2007년 개장했을 당시에 이미 낭트 제일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낭트시에 따르면 현재 연70여만 명이 일 드 낭트를 찾고 있으며, 곧 100만 명을 돌파하리라 예상한다고 했다. 해체될 뻔한 낭트의 과거가 재생의 계단을 딛고 미래가 되어 가는 광경이 자뭇 뭉클했다.

재생과 창조의 도시, 낭트

루아르 강 하구에 설치된 후앙 용 핑의 작품 <바다뱀, Serpent d'Ocean>
© Ara KO - 루아르 강 하구에 설치된 후앙 용 핑의 작품 <바다뱀, Serpent d'Ocean>

환한 낯빛의 관광객들로 떠들썩한 일 드 낭트 중심부에서 벗어나 가장자리인 앤틸리스 강둑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대서양 연안의 도시 생나제르까지 이어지는 루아르강 하구 에스튀에르 비엔날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낭트는 생나제르와 손 잡고 '루아르강에 세워진 집' '삼각형의 연속' 등 예술 작품 30여 점을 60킬로미터에 이르는 루아르강 하구를 따라 설치했다.

다니엘 뷔랑의 <고리, Les Anneaux>
© Ara KO - 다니엘 뷔랑의 <고리, Les Anneaux>

일 드 낭트 프로젝트가 낭트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에스튀에르 비엔날레 프로젝트는 창조적 영감으로 충만한 문화 예술 도시 이미지를 입혔다. 앤틸리스 강둑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랑의 작품 '고리'를 세웠다.

밤이 되어 고리에 불이 켜진 모습.
© Martin Argyroglo - 밤이 되어 고리에 불이 켜진 모습.

밤에 켜지는 조명이 예뻐서 이곳을 사진에 담으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고리를 투과해 바라보이는 낭트의 풍경이 지점마다 다르다. 재생과 창조의 도시, 낭트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숱한 고리에 비낀 하늘과 건물과 강 어디쯤, 당신이 선 그 자리에서 낭트는 감춰왔던 미래를 드러낼 것이다.

By KTX 매거진 김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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