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 vs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달콤쌉싸름한 리그앙 라이벌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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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Kursikowski, Unsplash
© Chris Kursikowski, Unsplash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29 3월 2024

“프랑스 여행을 가는데 리그앙에서 단 한 경기를 봐야 한다면?” 고민되는 질문이지만, 답은 낼 수 있다. 파리 생제르맹(PSG)과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가 벌이는 ’르 클라시크(Le Classique)’를 추천하겠다. 두 팀 모두 실력과 인기를 겸비했고,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무엇보다 이 대결은 프랑스가 지닌 많은 측면 중 하나를 극명하게 보인다. 두 팀이 연고로 한 파리와 마르세유는 각각 프랑스를 상징하는 도시고, 파리 팬과 마르세유 팬은 대척점에 서 있다. 르 클라시크는 리그앙에서 가장 ‘평균 열기’가 높은 대결이기도 하다.

미디어가 불씨를 놓은 더비

“어부의 도시 마르세유 vs 빛의 도시 파리.” 파리와 마르세유는 프랑스가 지닌 각각 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도시다. 하지만, 두 도시를 둥지로 쓰는 축구팀들은 처음부터 살벌하게 싸운 게 아니다. 마르세유는 1899년 창단한 팀으로 전통의 강호였고, 열광적인 팬들을 품었다. PSG는 1970년 태어난 신생구단이기에 바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마르세유는 1980년대까지는 AS생테티엔, 지롱댕드보르도와 같은 강호와 긴장감이 있었고, 지역 라이벌인 OGC니스, 님올랭피크와도 뜨거웠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양팀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마르세유 구단주 베르나르 타피와 PSG를 1991년 인수한 방송사 카날 플뤼스 Canal+는 두 팀이 가진 상징성과 가치를 잘 파악했고, 경쟁 구도를 만들어갔다. 게다가 PSG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연고지 파리와 마르세유가 상징하는 지리적, 문화적, 사회적인 차이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두 팀이 각자에게 “최고의 적”이라는 기사에 나온 표현이 이를 말해준다.

르 클라시크의 기원

1991년 PSG를 인수해 2006년까지 운영한 카날 플뤼스는 두 팀에 더비라는 씨를 심고 수확까지 했다. 이 방송사는 2000년대에 이 더비가 지닌 가치를 높이려고 멋진 표현을 만들려고 했다. 처음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벌이는 ‘엘 클라시코’를 그대로 가져오려고 했다. 그런데 프랑스 최대 스포츠 일간지 <레키프>는 스페인어 표현보다는 프랑스어를 쓰고자 했고, 르 클라시크라는 이름표를 만들었다. 이후 이 표현이 정착했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프랑스가 아닌 외국 언론에서도 이를 그대로 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르 클라시크는 순항 중이다. 프랑스 리그 시청자 기록은 두 팀이 2005-06시즌 프랑스컵 결승에서 만났을 때 나왔다. 당시 이 유료 채널로 경기를 본 이는 1,076만 명이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두 팀 경기만 다루는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 경기를 싫어합니다

PSG와 마르세유, 마르세유와 PSG가 만나면 축구팬들은 열광하지만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와 프랑스 정부는 긴장한다. 두 팀 팬들이 경기장에서 실제로 부딪히거나, 서로 싸우지 않더라도 경기 후에 난동을 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1975년 5월 9일은 르 클라시크 역사책에서 ‘충돌’ 편이 시작된 날이다. 마르세유 스타드 드 벨로드롬에서 프랑스컵 8강 1차전이 끝난 후, 마르세유 팬들이 PSG 선수들이 나오는 출입구를 봉쇄했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마르세유 팬들은 PSG 선수단 버스에 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이날 폭력 사태는 프랑스에 큰 충격을 줬고, 그때까지 별다른 긴장감이 없던 파리 팬들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프랑스 풋볼> 편집장은 “축구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축구를 죽일 수는 없다”라며 마르세유 팬들을 비판했다. 이후에도 두 팀이 만나면 부상자가 속출하고 많은 팬이 연행된다. 지금까지도 말이다. PSG 팬인 방송인 파비앙은 이 경기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는 경기가 단 하나였어요. 마르세유 경기는 정말 위험했어요. 아버지와 옆집 아저씨와 딱 한 번 경기에 갔는데, 아버지가 ‘위험하니 경기장에 들어갈 때까지 유니폼을 입지 말라’고 하셨죠. 경비가 삼엄해서 경기장 들어가는 데만 3시간 정도 걸렸어요.”

PSG, 더비를 뒤집다

초반에 상대를 압도한 쪽은 마르세유였다. 마르세유는 2010년대 중반까지도 PSG를 눌렀다. 하지만, 2011년 카타르투자청(QSI)이 PSG를 인수한 뒤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PSG는 점점 승수를 쌓아가더니 마르세유를 넘었다. 현재는 50승 21무 35패(리그 기준으로는 36승 20무 32패)로 PSG 우세다.

By 히든 K 류청 편집장

류청 기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스포츠 전문 미디어 히든 K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행과 문화 등 축구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책 <사람은 축구를 공부하게 만든다>,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월드컵 축구 엠블럼 사전>, <박태하와 연변축구 4년의 기적>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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