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왕 루이 14세의 탄생 설화가 깃든 곳, 코티냑(Cotignac)

여행 아이디어

종교, 성지순례소도시 & 전원

HEETAE JUNG
© HEETAE JUNG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26 9월 2024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코티냑은 그 아름다움으로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마을이다. 다채로운 색감의 건물들이 인상적인 이 마을은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의 탄생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예언 속에 태어난 왕

태양왕 루이 14세. 그는 프랑스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왕으로, 수많은 업적을 남기며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건축하고 머물렀던 베르사유 궁전만 보더라도 그의 위대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궁전의 면적은 약 2만 평, 정원의 면적은 약 240만 평에 달하며, 수많은 조각과 그림 그리고 잘 정돈된 정원이 그의 막강한 권력을 상징한다. 스스로를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라 칭한 이 인물은 그 탄생 설화 또한 남다르다.

루이 14세의 아버지는 루이 13세, 어머니는 안느 도트리슈였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데 빅투아르 성당(Notre-Dame des Victoires)의 피아크르 수사가 왕실로부터 받은 보살핌에 감사하며 성모마리아에게 프랑스에 황태자를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1637년 11월 3일, 피아크르 수사에게 성모마리아가 나타나 루이 14세가 될 인물의 탄생을 알리며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신의 어머니이고, 네가 보는 이 아이는 신이 프랑스에게 주고 싶어하는 황태자다.” 라고 말했다.

필립 드 샹파뉴, <루이 13세의 맹세>
© - 필립 드 샹파뉴, <루이 13세의 맹세>

그 후 성모마리아는 노트르담 데 빅투아르 성당,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그리고 프랑스 남부 코티냑에 위치한 노트르담 드 그라스 성당(Notre-Dame de Grâces)에서 9일간의 기도를 요청했다. 이 소식은 즉시 왕실에 전해졌고, 1637년 11월 8일부터 12월 5일까지 기도가 이어진 후 프랑스 왕실은 마침내 황태자를 얻게 되었다. 루이 13세는 이 기쁜 소식에 크게 기뻐하며, 1638년 2월 10일 프랑스를 성모 마리아께 봉헌했다. 이 사건이 바로 유명한 ‘루이 13세의 맹세’다.

1638년 9월 5일, 안느 도트리슈는 생제르맹 앙 레(Saint-Germain-en-Laye) 성에서 아들 루이 14세를 낳았다. 루이 14세는 어린 시절 ‘루이 디우도네(Louis, Dieudonné)’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는 ‘신이 주신 루이’라는 뜻이다.

노트르담 드 그라스 성당

루이 14세가 봉헌한 석판
© HEETAE JUNG - 루이 14세가 봉헌한 석판

시간이 흘러 1660년 2월 21일, 루이 14세는 어머니 안느 도트리슈와 함께 코티냑에 위치한 노트르담 드 그라스 성당으로 순례를 떠난다. 이는 자신의 탄생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이 순례에서 자신의 탄생을 증거하고, 성모 마리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석판을 기증했다. 석판에는 프랑스의 국왕 루이 14세와 그의 어머니인 안느 도트리슈가 이 교회를 위해 봉헌한 것임이 적혀있다. 루이 14세가 직접 이 석판을 마차에 실어 가지고 와 이곳에 봉헌했을 그 순간을 상상해 보면 경외감이 든다.

HEETAE JUNG
© HEETAE JUNG

예배당 한켠에는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걸려 있다. 그 위에는 루이 13세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고, 좌측에는 루이 14세가 무릎을 꿇고 있다. 그 앞에는 왕관, 칼, 왕홀, 정의의 손 등 프랑스의 권력과 힘을 상징하는 물건들이 놓여 있다. 이는 루이 14세가 자신의 탄생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프랑스를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한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파아크르 수사의 심장이 묻혀있다는 표식
© HEETAE JUNG - 파아크르 수사의 심장이 묻혀있다는 표식

예배당 왼쪽 벽면에는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하고 루이 14세의 탄생을 알렸던 피아크르 수사의 심장이 묻혀 있다. 1684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피아크르 수사는 루이 14세에게 편지를 써서 코티냑의 노트르담 드 그라스 성당에 자신의 심장을 안치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 요청한다. 루이 14세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고, 피아크르 수사는 이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 유일 성가족이 발현한 장소, 코티냑 

성 요셉 발현지의 모습
© HEETAE JUNG - 성 요셉 발현지의 모습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루이 14세가 이곳을 다녀간 지 약 3개월 뒤인 1660년 6월 7일, 노토르담 드 그라스 성당에서 성 요셉이 발현하여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요셉이다. 이 돌을 들어올리고 물을 마셔라.” 이는 마치 요셉이 루이 14세의 방문을 축하하며 코티냑에 또 다른 축복을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루이 14세는 하늘의 보살핌을 받으며 프랑스를 통치한 왕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노트르담 드 그레이스 성당
© HEETAE JUNG - 노트르담 드 그레이스 성당

이처럼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코티냑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가족(성모 마리아, 아기 예수, 성 요셉)이 모두 발현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또한, 루이 14세의 흥미로운 탄생 이야기가 깃든 작지만 아름답고 의미 있는 곳이다. 프랑스 남부를 찾는다면, 이곳에서 역사적 의미와 경이로움을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By 정희태 가이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