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아직도 민주화 운동에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 많다. 만약 이들이 프랑스에 간다면 아마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찾지 않을까? 민주 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강한 열망을 담은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 1830년 7월 28일>을 미리 만나보자.
사실 마리안느는....
1830년 탄생한 이 작품은 같은 해 파리에서 발생한 프랑스의 두 번째 혁명인 7월 혁명을 다룹니다. 따라서 7월 혁명의 두 축인 노동자와 부르주아가 각각 칼과 총을 든 채로 그림 왼쪽에 나타납니다. 이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보입니다. 그녀의 모습에는 그리스 신화와 같은 고전을 금기시해오던 낭만주의 화가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상반신을 드러낸 것만 놓고 본다면 올림포스 신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겨드랑이에 드러나는 체모와 먼지로 가득한 옷이 그녀도 혁명군과 똑같은 평범한시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프랑스인들은 그녀를 '마리안느'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프랑스 혁명기에 쓰이던 가장 평범한 여자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 퍼지는 혁명의 물결
물론 마리안느가 그림 속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은 단순히 혁명군을 이끄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존재감만큼이나 그녀가 들고 있는 프랑스 국기의 깃발이 그림 속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으로 구성되어 일명 삼색기라 불리는 이 깃발은 각각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면서 프랑스 혁명의 기조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이 삼색이 그림 전체를 물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에 붉은 빛을 머금은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중앙에 쓰러진 소년에게서도 동일한 색상의 조합이 보입니다. 아주 작긴 하지만 그림 우측에서 멀찌감치 보이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에서도 삼색기의 형상이 나타납니다. 그만큼 화가는 혁명의 물결이 온 세상을 물들이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가이드 노트
그림 왼쪽에서 모자를 쓴 한 소년이 어둠에 가려진 상태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가 눈을 번뜩이며 놀란 표정을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유를 위해 거쳐야 할 희생에 환멸을 느낀 탓일까요? 어린 나이에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만큼 19세기 프랑스에선 자유와 죽음을 떼어놓고 생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들라크루아의 작품에선 자유와 죽음이 공전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곤 합니다.
By <90일 밤의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공동 저자: 이혜준, 임현승, 정희태, 최준호 우리가 미처 몰랐던 더 넓고 감동적인 루브르 박물관. 100여 점의 선명한 도판과 함께 7천 년 역사를 담은 루브르 박물관 투어를 책으로 즐길 수 있다. 책의 저자로는 프랑스 국가 공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가이드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