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데코 양식으로 건축된 수영장에는 태양을 형상화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수면에 비친 오색찬란한 빛깔 위로 풍덩 뛰어든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기분이란. 물론 지금 나는 수중이 아니라 조각품 사이를 유영한다. 박물관 가이드가 나누어 준 시향지를 코 가까이 대자 수영장 특유의 소독제 냄새를 고혹적인 내음으로 승화한 향이 솔솔 풍긴다. 동시에 수영장에서 물을 찰바당대는 상쾌한 기분이 든다. 수영장에서 박물관으로 변신한 루베(Roubaix)로 함께 떠나보자.
수영장이 박물관으로?
“루베 수영장(La Piscine de Roubaix)은 1932년에 건립되었어요. 여가 시설로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뿐 아니라 당시 위생이 사회의 큰 화두였기에 목욕탕과 미용실 그리고 매니큐어 및 페디큐어 살롱 등도 갖추고 있었죠. 그러나 1985년 염소 성분으로 인한 지붕의 구조적 손상으로 안전상 폐쇄되었고, 2001년 미술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영장을 개조한 전시관에 이르자 대칭이 완벽한 공간이 펼쳐진다.
완벽한 대칭을 뽐내는 전시장
원래 수영장에 있던 사자상에서 물이 졸졸 흘러나오며 40m 길이의 수로를 채운다. 수로 양쪽으로는 전시 중인 조각상이 늘어서 있다. 여기서 종종 패션쇼 같은 행사도 열린다고 한다. 1835년 설립된 루베 산업 박물관에서 기원한 컬렉션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원단 등을 망라해 이 도시의 근간이었던 섬유 산업을 상기한다. 19세기와 20세기의 응용미술 작품은 연대순으로 또는 주제별로 전시된다.
미술관에서 취하는 휴식
수영장의 카페테리아가 있던 곳은 메에르트 뮤제 드 라 피신(Méert Musée de la Piscine)이 들어섰다. 릴에서 들렀던 메에르트의 또 다른 지점으로 레스토랑 겸 티룸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스토랑 테라스와 마주한 정원에는 섬유 원료로 사용했던 여러 식물이 흐드러지게 하늘거린다. 여기서 나는 굴뚝의 도시라 불리며 섬유 산업의 중심지였던 루베의 지난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TIP
루베 수영장 박물관의 입장료는 9유로(약 1만 3000원)이며 특별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11유로(약 1만 6000원)이다. 빌라 카브루아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은 19.5유로(약 2만 8000원).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영어 오디오 가이드를 유료로 제공한다.
By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코리아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