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달리는 뱃머리에서 우리를 덮칠 듯 보고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é. 1863년 사모트라케섬에서 발견될 당시 파편으로 남아 있었는데, 2차례에 걸친 발굴을 통해 석상 뱃머리 부분과 니케상의 파편들을 발견했으며 이후 머리와 팔이 없는 현재의 형태로 복원해 1884년 이후 루브르에서 보관, 전시하고 있다.
승리의 상징
사모트라케는 그리스 에개해 북쪽에 있는 섬입니다. 니케 조각상은 기원전 190년 로도스섬과 사모트라케섬 사람들이 벌인 해전에서 이긴 로도스섬 사람들이 승전 기념물로 만든 것입니다. 승리의 여신은 최고의 대리석인 파로스 대리석으로 만들고, 배의 형상은 로도스섬에서 가져온 회색 대리석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산을 파서 신전을 만들고 분수에 물을 채운 뒤 물에 떠 있는 듯 설치했습니다. 뱃사람(해군)의 안녕을 비는 마음과 무사 귀환을 감사하는 마음도 담은 것입니다.
정교한 디테일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볼까요? 두 날개를 활짝 편 니케가 물살을 해치며 나아가는 뱃머리에 오른발을 디디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가슴 아래를 끈으로 묶은 옷은 맞바람을 맞고 흩날립니다. 앞에서 부는 해풍에 젖은 옷이 배에 닿아 복근과 배꼽, 약간 비틀고 있는 몸통이 그대로 드러나며, 뒤로 살짝 빠진 왼발과 몸통 뒤로는 바람에 흩날리는 망토의 주름이 생생합니다. 기원전 작품이지만 중세 유럽의 어떤 작품과 비교해도 뛰어납니다.
다시 돌아온 승리의 여신
다만 니케의 오른쪽 날개는 왼쪽 날개의 형상을 참고로 복원한 것이고, 왼쪽 가슴 부분도 파손되어 다시 만들었습니다. 팔과 머리는 없지만 다행히 원래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유물들이 있습니다. 신전 주변에서 오른손에 승리의 나팔을 들고 하늘에서 내려와 배에 안착하게 니케의 모습이 새겨진 기원전 동전 등이 발견된 것입니다. 제작 당시 기술로는 한 덩어리의 돌을 깎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팔이 시작되는 어깨 부분의 절단면을 보고 양팔, 상체, 하체, 두 날개 등 총 6개의 조각으로 만들었을 거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루브르에 승리를 선서하며
현재 니케 조각상은 'DARU' 계단에서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는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계단에서 올려다보면 니케가 날개를 펴고 내려오는 듯한 형상인데, 루브르 박물관의 자부심과 서양 미술의 영광이 더불어 느껴집니다. 조각상 오른쪽 발코니에서 바라보면 원래의 신전 입구에서 보는 것과 같은 구도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가이드 노트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롤스로이스는 1911년부터 조각가 찰스 사이크스(Charles Sykes)의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을 엠블럼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엠블럼은 니케 조각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니케 조각상과 어떤 부분이 비슷하게 표현되었는지 한번 찾아보세요.
By <90일 밤의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공동 저자: 이혜준, 임현승, 정희태, 최준호 우리가 미처 몰랐던 더 넓고 감동적인 루브르 박물관. 100여 점의 선명한 도판과 함께 7천 년 역사를 담은 루브르 박물관 투어를 책으로 즐길 수 있다. 책의 저자로는 프랑스 국가 공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가이드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