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밤나무와 플라타너스를 중심으로 20여만 그루의 가로수와 각양각색의 꽃들로 가득한 유럽 최고의 에코 도시, 파리의 자연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가장 아름답다. 일교차가 큰 3월을 지나 4월 중순이 되면 자연의 순리대로 파란 새싹을 띄우는 나무와 꽃들이 만개하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김밥이라도 준비해서 피크닉 삼아 공원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도 하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며 기념 촬영을 즐길 수 있는 파리와 파리 근교의 공원으로 떠나보자.
바가텔 공원 Parc de Bagatelle
바가텔 공원은 1775년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시동생 아르투아 백작이 한 내기 덕분에 탄생한 곳으로, 조경가 벨랑제와 건축가 토마스 블라이키의 설계로 조성되었다. 성과 작은 다리, 연못과 1,200여 종이 넘는 장미와 다양한 꽃들이 심겨 있는 로맨틱한 정원은 당시 중국에서 돌아온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재현한 건물과 니콜라 푸생의 몽환적인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1억 5천만 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라우카리아라는 희귀종 나무를 비롯하여 장미, 붓꽃, 백합, 베고니아와 같은 다양한 꽃들이 만개하는 4~6월이 방문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힌다.
서울 정원 Jardin de Seoul
3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파리의 허파’로 불리는 불로뉴 숲의 초입에는 42종의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공원인 아클리마타시옹 공원과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있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출구로 나와 놀이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서울 공원은 2002년 서울시와 파리시의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700여평의 대지 위에 조성되었다. 성리학의 영향을 받은 조선시대 건축을 상징하는 단청을 입힌 육각형 정자, 경주 월성 석교를 본떠 만든 월화교를 비롯하여 우리네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된 돌담길, 다리 등은 건축 자재 모두를 한국에서 가져와 조성했다. 대나무와 소나무, 수양버들, 진달래가 심긴 공간을 걷다 보면 마치 한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파리 식물원 Jardin des Plantes
4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 식물원은 동물의 진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주는 자연사 박물관과 작지만 흥미로운 볼거리가 있는 동물원, 그리고 광석과 지질 박물관 등이 한 울타리 안에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곳으로 파리 6구에 자리한다. 프랑스어로 ‘백설 공주’ 라는 별명이 붙은 시로태 벚나무가 만개하는 4월 중순에 방문하면 흰색 또는 분홍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화려한 꽃의 향연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다.
트로카데로 정원 Jardins du Trocadéro
1937년 만국 박람회 기간 동안 조성된 3만여 평의 녹지 공간. 20여 개의 물대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바르샤바 분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에펠탑이 있어 언제나 많은 인파로 붐비는 파리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공원이다. 해마다 4~5월이면 에펠탑을 배경으로 벚꽃이 만개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자신이 파리에 있음을 뽐내기에 이보다 훌륭한 장소는 없을 것이다.
쏘 공원 Parc de Sceaux
파리 근교 오드센의 쏘(Sceaux)에 위치한 대규모 녹지공원으로 ‘작은 베르사유 궁전’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울창한 숲과 산책로, 운하와 연못이 잘 조성되어 있으며, 일 드 프랑스 박물관(Musée de l’Ile de France)도 함께 들어서 있다. 정치가였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요청으로 베르사유 궁전과 튈르리 정원 등을 설계한 조경사, 앙드레 르 노트르가 설계했으며 총면적은 180 헥타르에 이른다. 매년 4월, 150여 그루의 벚꽃 나무가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놀이처럼 장관을 이루며 눈길을 끄는 이곳은 파리 교외선 RER 을 타고 갈 수 있다.
By <시크릿 파리> 저자, 정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