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1/5 면적에 불과한 도시 파리에는 531개의 공원이 있다. 길을 조금 걷다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공원부터 산책과 조깅을 즐기기에 좋은 도심 생활의 오아시스와 같은 공원에 이르기까지 파리의 공원은 남녀노소가 생활처럼 드나드는 일상의 쉼표와 같은 곳이다. 3천여 종의 다양한 식물들, 백조를 비롯하여 다양한 새들의 지저귐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공원에서 즐기는 파리의 공원 중 관광지에서는 한 발짝 물러선 사색과 피크닉하기 좋은 공원 4곳을 추천한다.
빌레트 공원 Parc La Villette
1974년까지 도살장으로 사용되던 장소가 철거된 자리에 들어섰으며 1987년에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 의해 33헥타르의 녹지 공간으로 재개발되면서 파리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우뚝 섰다. 1983년 공모전에서 당선한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에 의해 설계되었는데 파도 모양의 지붕으로 덮인 직선형 갤러리와 폴리라고 불리는 붉은색 건물의 체계적인 패턴으로 유명하다. 어린이들의 과학적 탐구를 지원하기 위한 과학 공원,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인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Christian de Portzamparc)이 설계한 파리 국립 음악원과 이웃한 건물인 악기 박물관,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필하모니 드 파리, 북쪽에서 남쪽으로 운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 등이 있으며 여름에는 야외 잔디밭 위에 세워진 야외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는 야외 영화관, 가을에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수많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한데 모여 있다.
몽소 공원 Parc Monceau
파리 8구를 대표하는 공원으로 1769년에서 1773년까지 샤르트르 공작이 8헥타르가 넘는 공간을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만든 것이 시작이다. 공원의 개발을 맡은 루이 카르몽텔(Louis Carmontelle)은 이곳에서 전 세계 주요 기념물을 볼 수 있도록 다소 엉뚱한 상상으로 공간을 설계했는데 그 결과 중국, 이집트, 고딕 건축물이 공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폴레옹 3세의 통치 기간에 많은 개조를 거쳐 영국식 공원으로 바뀌었으며 '여자의 일생'으로 유명한 소설가, 기 드 모파상, 쇼팽을 비롯하여 유명인의 동상이 추가되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인 1793년 이후 국가 소유가 되었으며 세르누치, 카몽도, 로스차일드 가문 등에서 세운 대저택이 공원 주변에 세워졌다. 아시아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세르누치 박물관에서는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렬, 이배 작가 등의 특별전이 열려 우리에게도 반가운 곳이다.
뷔트 쇼몽 공원 Parc Buttes Chaumont
나폴레옹 3세의 요청에 의해 엔지니어 샤를 알팡(Charles Alphand)이 설계한 파리 19구의 고즈넉한 공원으로 전체 면적은 25헥타르에 이른다. 이 공원의 개관식은 1867년 4월 1일 만국 박람회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오래된 채석장 자리에 조성되어 동굴과 폭포, 현수교 등 가파른 언덕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내려오는데 높이차가 많이 나는 비탈진 언덕에서 평화로이 일광욕을 즐기는 파리지앵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파리 19구가 위험지대라 피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신흥 보보스들이 하나, 둘 이사 오면서 산책과 조깅을 즐기는 파리지앵들과 만나 볼 수 있는 평화로운 공원이다.
몽수리 공원 Parc Montsouris
파리시의 현재 모습을 완성시킨 오스만 남작이 파리의 각 주요 지점에 넓은 정원을 제공하겠다는 나폴레옹 3세의 명을 받들어 엔지니어 아돌프 알팡(Adolphe Alphand)을 투입해서 1859년에 설계했다. 14구의 알레지아 지하철역과 국제 기숙사촌 시테 유니베시테르 사이에 위치해 있다. 1,400그루 이상의 나무가 심어져 휴식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주며 백조들이 노니는 호수와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형극 전용 극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드넓은 잔디밭이 있어 주말에 가족과 친구들과 삼삼오오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By <시크릿 파리> 저자, 정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