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앤 뉴, 다시 만난 파리가 보여준 조화의 멋

여행 아이디어

곽서희
© 곽서희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2 5월 2022

그 어느 때보다 여행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지난 2년. 다시 프랑스를 찾는 기분은 어떨까? 1분 1초를 아낌없이 알차게 보내기 위해 2주간 4개 도시의 구석구석을 뛰어다닌 여행 매거진 '트래비' 기자가 다시 만난 프랑스 여행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첫 주제는 유에서 끝없는 유를 창조하고 있는 모든 여행자들의 연인, 파리다.

낯설어진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서 내려다본 파리 전경
© 곽서희 - 몽마르트 언덕에서 내려다본 파리 전경

파리가 낯설다. 아니, 낯설어졌다. 벌써 4번째 방문인데 말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파리에선 못 보던 스폿들이 야금야금 데뷔했다. 없던 건물이 뿅 생겼다기보단 기존에 있었던 역사적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시켰다는 표현이 맞겠다. 말하자면 무에서 유가 아니라 유에서 유의 변화다.

새로운 옷을 입은 사마리텐 백화점

사마리텐 백화점
© 곽서희 - 사마리텐 백화점

파리는 보수공사에 진심인 도시다. 옛 형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공간으로 세련되게 메이크오버하는 데엔 파리만 한 능력자도 없다. 사마리텐 백화점(La Samaritaine)이 좋은 예다. 151년 된 유서 깊은 백화점은 장장 7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작년 6월 화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픈과 동시에 백화점을 둘러싼 화젯거리들이 끊이지 않았는데(자국 대통령이 오픈식에 참석했다든가….), 그런 뉴스를 차치하고서라도 기꺼이 박수 쳐 줘야 할 부분은 바로 완벽에 가까운 복원이다.

곽서희
© 곽서희

“꼭대기 층 유리 천장 아래 사면의 벽을 보세요. 아르누보 양식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손꼽히는 공작새 프레스코입니다. 과거의 색상과 화려함이 온전히 되살려졌죠.” 가이드가 하늘을 가리킨다. 오후 2시, 백화점 하늘에 해가 들기 시작했다. 빛이 쏟아진다. 공작새가 날개를 편다. 한 번의 날갯짓에 카메라가 반응한다, 찰칵.

상업거래소에서 현대미술관으로, 피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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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늘을 봤을 땐 상인들이 배 위를 오르는 중이었다.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 유리 돔 위엔 다섯 개의 대륙 간에 일어나는 무역을 찬양하는 19세기 벽화가 새겨져 있다. 전문 복원팀이 몇 달 동안 땅으로부터 20m 떨어진 철근 위에서(!) 작업한 결과다. 피노 컬렉션도 파리의 브랜드 뉴 명소 중 하나다. 150년 넘게 파리의 상업거래소였던 곳을 3년간 쓸고, 깎고, 다듬어 작년에 현대미술관으로 공개했다. 케링 그룹의 회장인 피노의 보물상자를 열어 둔 격이라 작품 퀄리티는 두말할 것도 없고, 건축물 자체만 보고 와도 실망할 일은 없다. 하필 피노 컬렉션의 유리 돔 아래에서 카메라 메모리 카드가 터진 게 그를 증명한다.

언제나 그리운 파리

곽서희
© 곽서희

새로운 명소에 눈을 돌리니 옛사랑이 그립다. 에펠탑은 잘 있나, 몽마르트르 트러플 피자집은 여전한가, 몽쥬 약국은 아직도 립밤을 1유로에 파나. 참, 노트르담은? 여행 내내 홍삼 즙을 달고 다녔어도 호텔 침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안녕을 확인해야 했으니까. 옛것과 새것을 동시에 챙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파리가 대단한 이유!).

몽마르트 언덕의 골목길
© 곽서희 - 몽마르트 언덕의 골목길

그날은 하루 종일 파리 시내를 휘저으며 인사를 하고 다녔다. 꼬몽 싸바(Comment ça va), 잘 지냈냐고. 짧게 보고하자면 에펠탑은 여전히 예뻤고 몽마르트르 피자집은 줄이 더 길어졌다. 몽쥬 약국은 한국인 관광객이 뜸해진 뒤로 물량이 많이 안 들어온다고 했다. 립밤과 핸드크림이 약간 비싸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마음이 아프지만 부지런히 회복 중이다. 수술은 2년 뒤에나 끝난단다.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 쾨르 대성당
© 곽서희 -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 쾨르 대성당

반가운 마음엔 ‘에밀리’의 영향도 컸다(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얘기다). 드라마 속 에밀리가 썸 타던 레스토랑, 에밀리가 다니는 회사, 에밀리가 조깅하던 공원을 차례로 돌았다. 에밀리 뺨치는 인증숏을 찍기 위해 쇼핑에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썼다. 결과는? 대만족. 후회는 없다. 나의 여행은 대체로 그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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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밤. 에펠탑 앞에서 눈물나게 바삭한 크로아상을 삼켰다. 곧 어제의 프랑스가 될 풍경들.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확인받았을 때의 그 감동이란. 세상의 어떤 것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준다. 이제 보니 슬프고 지친 마음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이 파리에 다 있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오랜만에 본 프랑스는 옛날 그대로던가? 묻는다면 글쎄. 나의 답은 O, X, △ 중 △다. 그렇기도,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파리 호텔 추천

파리 메리어트 오페라 앰배서더 호텔 (Paris Marriott Opera Ambassador Hotel) 16 Boulevard Haussmann, 75009 Paris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럭셔리의 연속. 대자로 뻗어 누워도 공간이 남는 침대부터 그렇다. 아침을 거르는 타입이더라도 조식을 꼭 먹을 것. 8층 레스토랑의 뷰가 엄청나다.

By Travie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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