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포츠부 올림픽 전문가가 겪은 2024 파리올림픽 리얼 후기

인터뷰

파리 2024파리스포츠도시

Paris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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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시간: 0 분게시일: 7 10월 2024

올여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이 화려한 막을 내렸다. 파리는 100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 하계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야외 개막식, 경기장으로 변신한 문화 유적, 최초의 양성평등 올림픽 등 전례 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혁신을 거듭한 파리 올림픽의 열기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KBS 백정현 스포츠 부장의 생생한 경험담을 소개한다.

France.fr: KBS 올림픽 중계팀에서 30년 넘게 일하시고 여러 번의 올림픽을 경험하셨다. 파리올림픽은 기존의 올림픽들과 비교할 때 어땠는가?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변화가 있다면? 

백정현 부장: 1994년 KBS에 입사해 30년 동안 스포츠 PD로 재직하며 한 두개 대회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하계올림픽과 FIFA월드컵을 현장에서 방송제작자로 경험했습니다. 특히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 2006 독일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은 현장 책임자로서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전체를 아울렀고, 이번 파리올림픽도 전체 중계제작 책임자로서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젊은 시절에 재밌게 본 <파리가 당신을 부를 때> 영화처럼 이번 파리올림픽은 ‘파리’가 주는 뉘앙스 자체로 ‘낭만’을 동반하는 상황이어서 저뿐만 아닌 많은 동료들의 막연한(?) 기대가 컸던 대회입니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앞두고 ‘센강이 여전히 더럽다’, ‘너무 더운데 에이컨이 없다’, ‘테러 위험이 있다’ 등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나오고 특히 대한민국 선수단의 기대 성적이 안 좋아 근심이 컸던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파리 올림픽은 7월 26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파리 시내 전역에서 펼쳐진 야외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대장정을 출발했습니다. 개막식을 보며 이번 대회의 모토인 “Games Wide Open”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어서 펼쳐진 에펠탑(비치발리볼), 그랑 팔레(펜싱,태권도), 앵발리드(양궁), 콩코르드 광장(브레이킹), 센강(트라이애슬론, 오픈워터), 베르사유(승마,근대5종) 등 파리 명소에서 펼쳐진 올림픽은 지금까지 올림픽이 펼쳐진 패턴을 완전히 뒤엎는 올림픽 버전의 프랑스혁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올림픽의 컨셉은 도시의 낙후 지역에 올림픽 파크 등의 관련 시설을 건설하고 그 주변을 개발해 도시 발전을 도모하는 컨셉이었는데 –서울 올림픽을 봐도 알 수 있음- 이번 파리올림픽은 도시 자체를 개방해 그 안에서 올림픽 자체를 모두 수용하고 융합하는 혁명적 발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올림픽은 올림픽 시설의 대부분을 동런던에 건설해 올림픽을 보고 웨스트민스터, 하이드파크 등을 보려면 다시 한참을 이동해 올림픽과 거의 별개의 다운타운을 살펴보는 경우였지만, 파리올림픽은 시내에서 파리의 역사, 문화, 풍광을 배경으로 올림픽의 열기를 그대로 느끼는 정말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유로 시내에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폐쇄된 도로로 불편하기도 했지만,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은 “올림픽”이라는 인류의 제전을 위해 기꺼이 이해하고 충분히 감내하는 모습이었고 이 또한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Paris 2024-Florian Hulleu
© Paris 2024-Florian Hulleu

France.fr: 한국에서는 파리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일부 있었다. 실제 올림픽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가? 선수들이나 기자단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어땠는지 궁금하다. 

백정현 부장: 전술한 바와 같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대회였지만 결론적으로 파리올림픽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번 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일단 습도가 낮고 날씨가 우려한 만큼 무덥지 않았고 도시 곳곳에 배치한 경찰 병력과 자원봉사자 등의 활약으로 그 어느 때보다 파리가 안전하고 깨끗하고 관광객들에게 친절했습니다. 그리고 통상의 여름 관광 시즌의 파리보다 한적했고, 순수하게 올림픽을 즐길 줄 아는 수준 높은 관중들이 많아 경기장 분위기는 최상이었습니다. 다만 파리올림픽 조직위가 워낙 경제성과 효율성에 방점을 둬 선수들이나 기자단 등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예를 들어 선수단 숙소의 식사 퀄리티와 기자단에게 제공하는 셔틀버스 등의 서비스 수준 등은 대회의 오점이라고 느낄 만큼 미흡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This is Paris”를 외치며 미소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파리니까…..ㅎㅎ    

France.fr: 파리의 치안과 청결 문제도 올림픽의 이슈 중 하나로 여러 미디어에 언급됐는데 실제로는 어땠는가? 

백정현 부장: 파리를 다녀오신 분은 아시겠지만 파리가 규모면에서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닙니다. 그 얘기는 결국 적절한 리소스가 투입되면 통제하기가 쉽다는 의미입니다. 즉 시내 곳곳에 경찰과 안전요원, 자원봉사자들이 빼곡히 배치돼 치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소총을 든 경찰이 눈을 돌릴 때마다 있는데 소매치기나 부랑자들이 활동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문제가 될 만한 경력의 요주의 인물들은 대회 개막 전에 사전 조치를 했다는 파리 시민들의 전언도 있었고요. 청결에 관해서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악명 높은 파리 지하철이 예전만큼(?) 더럽지 않았으며 센강의 수질도 올림픽 수영 종목을 펼칠 정도로 개선돼 있었습니다. 물론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센강변에 행사 시설이 널브러져 있는 등 여전히 프랑스다운 전통(?)이 남아 있었지만 이 또한 그들의 문화라고 이해했습니다. 개똥은 여전히 거리에서 볼 수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예전의 파리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안전했습니다.

France.fr: 이번 파리올림픽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는가? 

백정현 부장: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였고 그랑 팔레라는 웅장한 경기장에서 엄청난 외모와 실력으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은 오상욱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과연 한국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피지컬이 압도적이었고 용모도 수려했으며 리액션이나 플레이 스타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KBS와는 현장에서 독점 인터뷰도 진행해 직접 만났는데 매너까지 갖춘 정말 멋진 선수였습니다.   

Junghyun BAIK
© Junghyun BAIK

France.fr: 파리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가?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 경험은? 

백정현 부장: 매일 2TV 15시간, 1TV 13시간 총 28시간의 생방송을 현장에서 제작하는 살인적인 일정이었기에 시간을 내 여행을 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옵션입니다. 그나마 가끔 시내에서 미팅과 촬영이 있어 올림픽의 열기를 시내에서 느꼈고, 대부분의 시간은 르 부르제에 위치한 국제방송센터(IBC)에서 근무했습니다. 저희 막내 PD들은 파리 온 지 2주가 넘었는데 IBC에 갇혀 편집만 하느라 에펠탑도 못 봤다고 푸념해 새벽 12시에 제가 직접 이들을 데리고 야간 시내 드라이브를 1시간 반 정도 해준 적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올림픽 로고를 달고 화려한 조명을 뽐내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후배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 그날 밤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France.fr: 파리의 식당이나 빵집의 맛은 전반적으로 어땠는가? 

백정현 부장: 파리의 현지 식당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음식의 맛과 서비스는 좋았습니다. 다만 접근성과 뷰, 가격 정도가 차이가 있었는데 추천하는 장소를 가다 보니 예외 없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현지식 식당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파리 시내 한국식당이었습니다. 당장 서울로 오더라도 맛집으로 소문날 정도로 한국식당의 퀄리티가 좋아 놀랐습니다. 메인 디쉬는 물론이고 반찬들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 모습에 감탄했고, 현지인들의 이용 비율도 높아 두 번 놀랐습니다. 그리고 진짜 매일 먹으며 소소한 기쁨을 느낀 건 바로 파리의 ‘바게트’와 ‘과일’이었습니다. 동네 이름 모를 빵집의 갓 구운 바게트를 사와 버터와 꿀을 발라먹으니 파리바게트가 왜 상표명이 됐는지 알게 됐습니다. 또한 복숭아, 체리 등 파리 시장에서 파는 과일들이 하나 같이 과즙이 가득하고 정말 맛있었습니다.

Junghyun BAIK
© Junghyun BAIK

France.fr: 다음 올림픽 개최지들이 파리올림픽으로부터 배웠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백정현 부장: 처음에 말씀 드린 대로 파리올림픽은 올림픽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즉 ‘도시와 함께 하는 올림픽’이라는 상상을 현실로 보여주었고 이것이 올림픽의 향후 나아갈 방향이라는 걸 성공적으로 제시했습니다. 26년 밀라노, 28년 LA, 30년 프랑스 알프스, 32년 브리즈번까지 파리의 레거시를 이어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2020 도쿄올림픽에서 IOC의 올림픽 구호 “Faster, Higher, Stronger”에 “Together”가 포함된 것처럼 파리올림픽의 레거시 “Open”도 영원히 올림픽 역사에 남을 겁니다. 

By KBS 백정현 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91학번으로 94년 KBS 21기 스포츠PD로 입사해 스포츠국에서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담당하고 있다. 2015년 한국방송대상 스포츠부문 수상자이며 현재는 스포츠국 중계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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