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규모의 도시이다. 면적은 105.4km2로 우리나라 서울(605.2km2)의 1/6 크기밖에 되지 않지만 놀랍게도 이 작은 도시에 130개가 넘는 크고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고, 1100개가 넘는 갤러리가 위치하고 있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정희태 프랑스 국가 공인 가이드와 함께 파리 여행 중 방문해야 할 미술관 TOP 6를 알아보자.
이 작은 땅덩이에 1,200개가 넘는 장소에서 예술 작품들이 매일 소비가 되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프랑스는 예부터 강대국 중 하나로 손꼽히며 문화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예술과 문화를 사랑했던 16세기의 왕 프랑수아 1세부터 이탈리아의 앞선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르네상스의 꽃을 피웠던 곳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현재 루브르에 전시가 되어있는 것도 프랑수아 1세 덕분이다. 이후 프랑스의 성군이라 칭해지는 앙리 4세 시대를 지나 루이 14세 시대에 이르러 프랑스는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파도가 부서지기 직전이 가장 높을 때인 것처럼 프랑스도 점차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결국 혁명을 맞게 되었다. 그러면서 민중들을 대표하는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예술이 싹을 틔우며, 19세기 인상파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산업혁명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나타난 기계들로 인해 예술가들의 입지가 애매해지게 되기도 했다. 더 이상 현실을 재현하는 미술은 무의미해졌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많은 연구가 시작이 되며 현대미술을 탄생시키며 현재 프랑스의 예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듯 프랑스는 항상 역사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던 곳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파리를 여행하며 만나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는 것 만으로도 가장 과거부터 지금 현재까지의 모든 예술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을 누릴 수 있다. 오늘은 이 모든 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파리를 대표하는 박물관 미술관 여섯 곳을 소개한다.
루브르 박물관 (Musée du Louvre)
Musée du Louvre, Paris, France
연간 방문객이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박물관으로 대략적인 연간 입장료 수익만 약 3,000억 정도가 되는 곳이다. 이 수치만 보아도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곳은 원래는 12세기 영국으로부터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요새였다. 이후 궁전의 역할을 수행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확장되었고, 혁명 이후 1793년에 박물관으로 개장되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최대 강점은 고대부터 19세기 이전까지 모든 시대의 작품을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을 거슬러올라 세계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메소포타미아인들은 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친숙한 문구가 적혀있는 <함무라비 법전>을 통해 그들의 생활상을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사후세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미라와 피라미드를 만들며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던 이집트인들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아테나, 아폴론 등등 수많은 신들의 신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조각들 그리고 기독교라는 종교에 의해 모든 것이 운영되었던 중세 시절의 특별한 예술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등 예술의 꽃이라 할 수 있던 르네상스 시대 대가들의 향연이 펼쳐지며, <나폴레옹의 대관식>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통해 황제를 위한 예술과 민중을 위한 예술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 내용을 다루는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이 모든 작품을 통해 현재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는 곳으로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일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 (Musée d’Orsay)
Musée d'Orsay, Paris, France
1848년부터 1914년까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다. 가장 친숙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 프랑수아 밀레,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까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화가들로 가득 채워진 미술관이다. 이 곳은 기차 역사로 지어진 건물로,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때 파리에서 오를레앙까지 기찻길을 연결하며, 기차가 출발했던 역사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술이 낙후되었고, 미술관으로 변경되었다. 1986년 12월 1일에 공식적으로 미술관 개관을 하게 되며 올해로 40년이 안 된 곳이지만 오르세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으로 발돋움했다. 과거의 기차 역사에서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파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19세기로 떠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그리고 2024년은 첫 번째 인상파 화가 전시회가 열린 1874년을 기점으로 인상파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이후 1886년까지 총 8회에 걸쳐 인상파 전시회가 열리게 되는데, 이 인상파 전시회에 그림을 출품했던 사람들만을 인상파 화가들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존의 미술계가 인정하던 틀을 완전히 깨부숴버리며 발칙함으로 미술의 판도를 바꾸었다. 또한 그들은 19세기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었던 파리를 아름답게 담아내었던 화가들이었다. 그들의 작품을 만나며 가슴 설레는 여행을 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르세 미술관이다.
로댕 미술관 (Musée Rodin)
Musée Rodin, Rue de Varenne, Paris, France
과거와 현대조각의 기준을 나눈다면 그 기준에 서있는 작가가 오귀스트 로댕이다. 로댕 미술관은 그의 생각의 변천사와 일대기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전세계 유일무이한 미술관이다.
1732년, 이곳은 건축가 장 오베르가 저택으로 지었으나 로댕이 살았던 시절에는 싼값에 세를 놓게 되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장소였다. 로댕도 이곳에 들어와 다른 예술가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게 되었다. 이후 그는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며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마지막 꿈을 꾸게 되었다. 때마침 이 건물의 철거명령이 떨어졌고, 로댕은 국가에 이런 제안을 하게 된다.
“나의 모든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로댕 미술관이라 하고, 내 남은 생을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국가에서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실제로 로댕은 미술관이 개관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1918년에 미술관이 개관한 반면 로댕은 1917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개인 저택의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집안을 돌아다니는 느낌으로 따스한 빛과 함께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1층부터 2층까지 시대순으로 작품이 전시가 되어있다. 추함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했던 첫 번째 중요작품 <코가 일그러진남자>부터 수십 년을 바쳤지만, 미완성으로 남은 대표작 <지옥문>까지 그가 어떤 고민을 하며, 작품을 완성 시켜나갔었는지 모든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비운의 천재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의 방이 따로 마련이 되어있다. 로댕과는 떼어 놓을 수 없는 여인이다. 그녀의 조각 또한 만나보게 되면서 로댕의 삶을 더욱더 깊이 알아보자.
오랑주리 미술관 (Musée de l’Orangerie)
이곳은 본래 오렌지를 키우는 온실로 쓰이던 장소였다. 하지만 인상파의 거장이자 빛의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화가 클로드 모네가 자신의 작품 <수련 연작>의 일부를 국가에 기증하게 되면서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비탄과 슬픔에 빠진 프랑스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클로드 모네는 그림을 기증하기로 한다. 그가 수련을 바라보고 그리며 얻었던 삶의 위안을 똑같이 프랑스인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작품의 총길이는 약 100m에 달하는 대작으로 두 개의 방에 나뉘어 전시가 되어있다. 청명한 아침의 수련의 풍경과 햇살이 내리쬐는 따스한 오후의 모습 그리고 해질녘의 붉은 수련까지 잔잔한 연못에 떠 있는 수련을 보고 있자면 그의 색감과 붓질에 감탄하게 되고, 저절로 힐링이 되는 장소이다.
또한 오랑주리 미술관은 인상파 화가들의 열렬한 팬이었던 컬렉터 폴 기욤의 기증으로 더욱더 빛을 발하게 된다. 이를 통해 르누아르, 세잔 등 기존에 알려진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모딜리아니, 마리 로랑생, 모리스 위트릴로 등 특히 몽마르트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화가의 작품들이 모이게 된다. 그렇기에 이곳은 파리의 수많은 미술관 중 가장 파리다운 미술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Centre Pompidou, Paris, France
1969년부터 1974년까지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조르주 퐁피두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사람들의 생각에 큰 변화가 일게 되었고, 예술의 중심은 미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곳은 다시 한번 파리를 세계 최고의 예술 도시로 만들기 위한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국가사업 중 하나로 탄생한 장소이다.
본래 퐁피두 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은 보부르라 불리는 곳이었다. 과거에 대서양에서부터 센강을 거슬러 올라온 크고 작은 배들이 현 파리 시청사 앞에 정박을 하고, 가져온 물품들을 하역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약 500m 떨어진 보부르 지역으로 물건들을 가지고 와 판매했다. 한마디로 이곳은 파리에서 가장 큰 시장이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삶을 이어갔던 장소였었다. 반면 1860년대에 진행된 파리 재개발 사업 때 배제가 되었던 지역으로 파리에서 가장 더러운 장소 중 하나였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은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복합센터를 만들기로 결정하며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5층에는 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색채의 폭발이라 일컬어지는 야수파의 그림들, 특히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필두로 피카소, 마크 샤갈, 칸딘스키 등 걸출한 인물들의 작품이 펼쳐진다. 특히 남자 소변기를 작품으로 출품하게 되면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마르셀 뒤샹의 작품들 또한 만나볼 수있다. 그리고 4층에는 1965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퐁피두 센터는 단순히 미술관으로써의 기능만 하고 있지 않다. 아이들을 위한 특별 공간, 도서관, 영화관, 레스토랑 등의 역할도 수행하며 수많은 파리지앵을 모이게끔 만드는 파리를 대표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Avenue du Président Wilson, Paris, France
미술관 내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며 동시에 창문 너머로 에펠탑을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15,000점이 넘는 근현대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마티스, 피카소, 샤갈, 드랭, 피카비아 등 뛰어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 무엇보다 눈에 띄는 작품은 라울 뒤피의 <전기의 요정>이다. 이 작품은 1937년 국제 전시회에서 빛과 전기 기술력을 소개하는 건물의 구부러진 벽면을 꾸미기 위해 탄생했다.
600㎡(약 180평) 규모의 대형 작품으로, 전기의 발전으로 새로운 빛의 시대가 찾아온 과학 기술을 기념하기 위해 그려졌다. 중앙에는 올림푸스 신들과 제우스의 번개로 연결된 발전소의 발전기들이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각종 기계와 전기 발전에 기여한 110명의 과학자와 발명가의 초상화들이 라울 뒤피만의 밝고 화려한 색채로 가득 채워져있다.
또한 우리나라 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 <올랭프 드 구주>가 전시되어 있다. 이는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형태의 비디오 아트 작품이다. <올랭프 드 구주>라는 제목은 프랑스 혁명기에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외쳤던 혁신적인 여성 시민 혁명가의 이름이다. 당시 새로운 목소리를 내던 여인을 새로운 예술의 형태인 비디오 아트로써 표현하며 또 다른 혁신을 외쳤던 고 백남준 작가의 재치와 뛰어난 작품성을 볼 수 있는 작품임이 분명하다.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은 관광객이 거의 없어 한가로이 방문해 볼 수 있다. 특히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미술관이기 때문에 꼭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By 정희태 가이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