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이 사랑하는 파리 카페 TOP 4

🗺️ 현지인이 추천하는 파리

파리미식 & 와인도시

Jieun LEE
© Jieun LEE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8 1월 2025

2024년 통계에 의하면 파리에는 4,000여 개의 카페가 있다고 한다. 날로 오르는 부동산 비용에 커피값 상승, 바빠서 카페에 들를 시간이 없는 파리지앵들의 라이프스타일 등등으로 날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여전히 카페는 파리지앵들의 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는 유명 카페도 좋지만, 파리지앵의 생활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카페에서 느긋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취향과 분위기에 따라 한 번쯤 가보면 좋을 파리 현지인의 페이보릿 카페리스트를 소개한다.

생귤리에 (Cafe Singuliers)

생귤리에는 '유니크한'이라는 이름처럼 다소 특이한 컨셉으로 시작된 카페다. 카페 생귤리에의 모체는 프랑스 전역의 가치 있고 독특한 부동산을 소개하는 부동산업체 '생귤리에'로 그 때문에 카페 바로 옆에 부동산 매장이 붙어 있다. 무가지임에도 어지간한 잡지보다 훌륭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잡지까지 발행하는 정말이지 문화적인 부동산 업체다. 책장에 생귤리에 매거진과 요리책, 잡지들이 자연스레 전시된 실내는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와 더불어 유기농 홈메이드가 컨셉인 런치 메뉴와 프랑스 디저트의 진수를 보여주는 디저트 메뉴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파리의 그 어떤 동네보다 자유롭고 고급스러운 보헤미안 부르주아의 취향이 짙게 배어 있는 11, 12구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카페 생귤리에를 추천한다. 칼하트의 워크 재킷에 안경, 뉴발란스 운동화와 아크네의 캐시미어 머플러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더더욱.

☕ 생귤리에 (Cafe Singuliers) 2 Rue Titon, 75011 Paris @cafe.singliers 

레 제디퇴르 (Les Editeurs)

시몬 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가 드나들었던 '카페 드 플로르', 미술학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카페 데 보자르', 1884년부터 문인들의 집결지였던 '레 뒤 마고' 등등 생제르맹 데프레는 20세기 초반부터 이름을 날렸던 고전적인 카페들이 많은 동네다. 그 중 '레 제디퇴르'는 '편집자들'이라는 이름 그대로 프랑스 문학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카페다. 유명 프랑스 편집자들을 바로 옆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문학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잦으며 유명 작가들 역시 자주 출몰한다. 약간 어둑한 분위기에 빨간 의자, 고전적인 초상화가 걸려있는 실내는 저절로 글 한 편이 나올 정도로 근사하다. 여러 행사에도 활짝 열려 있어서 '파리 좌안의 랑데뷰'라는 독서클럽 뿐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 북 사인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식사 메뉴도 정식 레스토랑 수준으로, 눅진한 치즈가 올라간 프렌치 양파 수프가 자랑거리다. 평소 갈리마르처럼 기라성같은 프랑스 출판사들의 팬이었다면 놓칠 수 없는 곳이다. 몰스킨 다이어리에 펜, 클래식한 셔츠에 트위드 코트, 처치스의 고전적인 신발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꼭. 

☕ 레 제디퇴르 (Les Editeurs) 4 Carr de l'Odéon, 75006 Paris

www.lesediteurs.fr / @lesediteurs_caferestaurant

라 카페오테크 (La Caféothèque)

파리에는 두 가지 종류의 카페가 있다. 일단 골목골목마다 자리 잡은 고전적인 카페는 '카페'라고 부른다. 커피 맛은 보잘것없지만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반면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와 다양한 원두, 고소한 라떼를 마시고 싶다면 '커피숍'을 찾아야한다. 핸드폰도 기어이 폭따블(portable)이라는 불어 명칭을 고집하는 프랑스인들이 커피숍만은 카페가 아닌 커피숍이라 불러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커피숍의 방점은 수다나 만남, 사랑방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커피에 있다는 것. 

라 카페오테크는 바리스타의 불모지였던 파리에 커피숍 유행을 불러온 커피의 성지라 할 수 있다. '커피의 도서관'이라는 이름 그대로 원산지에서 직접 수입해 볶은 품질 좋은 원두와 다양한 커피들을 맛 볼 수 있는 카페오테크에서는 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유명 바리스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바바리에 두툼한 양말, 티셔츠에 청바지처럼 자유롭고 눈에 띄지 않지만 세련된 무드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라 카페오테크에서의 커피 한잔을 추천한다. 더불어 진짜 진한 라떼를 찾는 당신에게도. 

☕ 라 카페오테크 (La Caféothèque) 52 Rue de l'Hôtel de ville, 75004 Paris @lacafeotheque

르 샤 보쉬 (Le Chat Bo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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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eunlee

카페의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파리지앵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르 샤 보쉬가 제격이다. 르 샤 보쉬는 파리지앵에게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카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관광객들에게는 가장 파리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카페다. 은근 흔한 것 같아도 보기 드문 파리식 카페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찾아가 테이블을 차지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겨운 파리 카페를 찾는 이라면 르 샤 보쉬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을 듯하다.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을 읽는 나이 지긋한 단골들과 가장 프렌치다운 점심 식사, 정겨운 수다와 인사가 있다. 오전에는 근처 알리그르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온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오후에는 노트북과 책을 펼쳐 놓고 일하는 이들의 진중한 분위기가 이방인을 파리지앵으로 만들어 주는 곳. 집에서 막 나온 듯한 옷을 입고 마치 파리지앵처럼 거리를 걷고 싶은 당신이라면 이보다 안성맞춤인 장소는 찾기 힘들 거다.

☕ 르 샤 보쉬 (Le Chat Bossu) 126 Rue du Faubourg Saint-Antoine, 75012 Paris

By 이지은 Jieun LEE

프랑스 생활을 즐기는 봉비방(Bon Vivant)이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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