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는 축구보다는 쁘띠 프랑스(La Petite France)를 품은 아름다운 도시와 크리스마스 마켓 그리고 유네스코 지정 세계 인류 유산(1988년 지정)으로 더 유명하다. 미식의 도시에서 맛있는 음식과 알자스 지방이 자랑하는 알자스 와인을 함께 즐기는 상상을 하는 이도 상당히 많다. 스트라스부르는 교통의 요지로, 독일어의 길(Straße)과 도시(Burg)를 합쳐서 만들어진 슈트라스부르크(Strassburg, Straßburg)에서 유래했다.
국적을 세 번 바꾼 구단
RC스트라스부르가 속한 알자스 지역은 과거 독일 제국의 일부였다. RC스트라스부르가 창단했던 1906년에는 스트라스부르가 독일 제국 영토였다. 당시 구단의 주축은 지역에 있던 다른 구단들과는 달리 독일 태생의 부르주아들이 아닌 알자스 지역민들이었다고 한다. 구단명은 1. FC Neudorf였다. 1919년에 알자스가 프랑스로 반환되면서 구단 이름을 RC스트라스부르로 바꿨다. 이는 올림픽 창시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만든 RC프랑스를 모티브로 했다. 이후 알자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다시 나치 독일에 편입됐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세 개 대회를 모두 휩쓴 팀
프랑스 축구계에서 얻을 수 있는 주요 트로피는 세 개다. 리그, 프랑스컵(FA컵), 리그컵이다. 이 세 트로피를 모두 든 구단은 여섯 개밖에 없다. RC스트라스부르는 이 세 대회를 모두 차지한 구단이다. 리그는 1971년, 프랑스컵은 1951, 1966, 2001년, 리그컵은 1964, 1997, 2005, 2009년 우승했다. RC스트라스부르는 최고 리그에서 2000게임 이상 소화한 여섯 개 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엠블럼이 팩맨?
RC스트라스부르를 상징하는 색상은 파란색(혹은 하늘색)과 흰색이다. 이 색상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RC스트라스부르는 유니폼은 물론이고 엠블럼에도 이 색상을 오래 썼다. 엠블럼은 알자스의 상징 황새와 도시의 문장에 있는 빨간색 대각선 그리고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문장은 1976년부터 쓰이다가 1997년에 현대적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그런데 이 엠블럼은 2006년까지만 쓰이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당시 팬들이 너무 도식화된 엠블럼이 마치 ‘팩맨’ 같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유서 깊은 경기장
RC스트라스부르는 스트라스부르 남부에 있는 스타드 드 라 메노(Stade de la Meinau)를 홈 구장으로 쓴다. 이 경기장은 1914년에 완공됐는데, 이후 리노베이션 한 차례, 증축 네 차례를 한 이후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다. 이 구장은 오래된만큼 역사도 깊다. ‘1938 프랑스 월드컵’을 개최했고, 유로1984도 품었다. 관중석은 한때 45,000석 규모였으나 1990년대 들어 새로운 안전 규정이 생기면서 29,000석 규모가 됐다.
동부의 명주
RC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동부의 패권을 두고 FC메츠와 싸운다. 두 팀이 만나는 경기를 동부 더비(Derby de l'Est)라고 부른다. 사실 두 도시는 150km나 떨어져 있기에 ‘더비’의 요소를 갖추지 못한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두 팀이 속한 알자스 지역 로렌 지역은 상당한 경쟁 의식을 가지고 있다. 두 구단은 1995년에 이제는 없어진 UEFA인터토토컵 결승에서 만났다. 유럽대항전 결승전에서 프랑스 구단이 만난 것은 당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승자는 RC스트라스부르였다. 2-0으로 이기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By 히든 K 류청 편집장
류청 기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스포츠 전문 미디어 히든 K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행과 문화 등 축구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책 <사람은 축구를 공부하게 만든다>,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월드컵 축구 엠블럼 사전>, <박태하와 연변축구 4년의 기적>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