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동안 화려하게 등장한 파리의 신규 호텔들을 살펴보자. 파리 몽파르나스 구역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오두막집에서 하룻밤 보내기, ‘스트릿 아트’의 세계에 빠져보기, 황홀한 루프탑에서 파리의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보기 등, 파리에서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
1. 메종 메르(Maison Mère) : 가장 하이브리드한
"고객에게 내 집 같은 편안함을" 하이브리드 호텔의 결정체, 메종 메르가 자신 있게 내건 슬로건 이다. 친근한 분위기의 이 호텔에 발을 한번 들여놓는다면, 이곳이 나의 집이고, 내가 파리 9구의 동네 주민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시골 별장처럼 널찍한 공간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53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각각의 객실은 세월이 느껴지는 책, 사진, 빈티지 오브제로 꾸며져 있다. 방의 크기는 12m2의 아늑한 스튜디오부터 대가족을 위한 47m2 스위트룸까지 다양하다. 특히 스위트룸에서는 파리의 아름다운 지붕들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 아래층에는 레스토랑, 바, 아트 갤러리, 컨셉 매장, 코워킹 스페이스가 마련되어 있어, 친구네 집에 놀러 온 듯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2. 조&조 파리 나시옹(Jo & Joe Paris Nation) : 가장 힙한
스케이트보드와 롱보드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그 답을 찾고 싶다면 아코르(Accor) 그룹의 세 번째 조&조 호텔로 향해보자. 유스호스텔과 저가 호텔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한 이곳에서는 ‘스트릿 컬처’의 정신이 끓어오른다. 1층에 위치한 파리 스케이트 컬처(Paris Skate Culture) 샵에서 전시된 보드를 구경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알아보자. 이곳에서 스케이트보드 강습도 받을 수 있으며, 보드를 잠시 빌려서 색다른 방법으로 파리를 누려보는 것도 가능하다. 무려 162개나 되는 기숙사 및 개인 숙소와 루프탑까지, 건물의 모든 공간의 바닥, 벽, 천장은 유명 스트리트 아티스트 5명의 작품으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100m2의 널찍한 루프탑에 올라 파리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감상해보자.
3. 호텔 카반(Hôtel Cabane) : 가장 자연과 가까운
몽파르나스 지구,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커플, 아눅 솔라네(Anouk Solanet)과 루이 솔라네(Louis Solanet)가 오르소 호텔(Orso Hotels) 그룹의 의뢰를 받아 설계한 특별한 호텔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정원으로 들어가 프라이빗 통로를 한참 걷다 보면, 오두막 한 채가 우리를 포근하게 맞이한다.
면적23m2의 공간에 킹사이즈 침대, 광선요법을 받을 수 있는 2인용 샤워실, 온돌이 깔린 욕실까지, 커플을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나머지 41개 객실의 인테리어는 클래식하지만, 그곳에서도 호텔을 굽어보는 숲의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다. 이곳 인테리어는 목재와 현대적인 소재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밝은 참나무 색깔의 바닥에 70년대 Togo 소파와 브로이어(Breuer), 베르토이아(Bertoia)가 철제 프레임을 구부려서 만든 디자인 의자를 만나보자. 한적한 이곳에서 ‘파리 디자인 위크’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4. 호텔 뒤 상티에(Hôtel du Sentier) : 가장 순수한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비밀스러운 호텔이 궁금하다면, 카이로(Caire) 파사주와 카이로 광장으로 향해보자. 카이로 파사주는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을 기념하며 지어진 건축물로, 피라미드 천장이 달린 파사주로는 파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1798년 축조) 파사드에 고대 이집트 여신 하토르(Hathor)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 이제 호텔을 살펴보자. 외벽에는 76개의 창문이 달려있고, 몇몇은 특이하게 클로버 모양을 하고 있다. 창문을 열고 내부 공간을 살펴보면, 과거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객실 30곳은 유석 대리석, 거대한 참나무 등 최고급 자재만을 사용하여 만들어졌으며, 복잡함을 최대한 덜어내고 빛을 이용하여 순수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최상층에서는 2층짜리 스위트룸 2채를 만날 수 있다. 개인 테라스에 앉아, 수세기에 걸친 역사의 흐름을 느껴보자.
5. 슈발 블랑 파리(Cheval Blanc Paris) : 가장 상징적인
슈발 블랑 컬렉션의 다섯 번째 호텔이자 파리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장 잘 살린 호텔을 원한다면, 1926년에 축조된 사마리텐(La Samaritaine) 백화점 건물로 향하자. LVMH 그룹은 센강을 마주보는 이 예술적인 아르데코 건물을 인수하여 슈발 블랑의 최초 도심 호텔로 탈바꿈 했다. 72개 객실과 스위트룸을 설계한 피터 마리노(Peter Marino)의 목표는 이곳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프랑스 명장의 최고급 노하우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호텔 내부에는 파리 특유의 관능적이고 자극적인 요리를 선사하는 아르노 동켈레(Arnaud Donckele)의 레스토랑, 모자이크로 장식된 수영장, 디올 슈발 블랑 스파는 물론이고 공간을 꽉 채운 수많은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예술 작품은 단연 650m2의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센강과 파리의 뷰가 아닐까.
6. 킴튼 생 토노레(Kimpton Saint-Honoré) : 가장 1900년대 느낌이 나는
사마리텐 백화점의 변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카푸친 대로에 위치한 구 사마리텐 건물이 호텔로 변신을 꾀했다. 카페 드 라 페(Café de la Paix)를 마주한 149개 객실과 스위트룸의 컨셉은 ‘시크한 파리지엥의 아파트’로, 아르데코의 심플함과 옛 건물의 화려함을 적절하게 매치했다. 플로럴 모티브와 모자이크로 꾸며진 1917년식 파사드는 아르누보 분위기를 상기시키며, 로비에는 대리석과 철재로 된 2중 나선 계단뿐 아니라 목재 엘리베이터까지도 그대로 남아있어 옛 향수를 자극한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위치한 루프탑으로 향해보자. 눈 앞으로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며, 오페라 건물과 방돔(Vendôme) 광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7. 호텔 아미(Hôtel Ami) : 가장 차분한
15세기의 한적한 시골 느낌을 느껴보자. 오르소 그룹의 막내 ‘아미’는 3성급 부티크 호텔로, 오르소 만의 시그니쳐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에 뿌리를 두고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 게사 한센(Gesa Hansen)은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인테리어를 이곳에 녹여냈다. 오크색 벽에 트왈 드 주이(toile de Jouy) 패턴의 커튼이 달려 있고, 숲이 연상되는 녹색 가죽 소파, 친환경 목재로 만든 밝은 노란색 가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푸르른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41개의 객실에서, 소박하고 단순한 행복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8. 르 플레이 호텔(Le Pley) : 가장 빈티지한
이 호텔의 이름을 들으면 ‘플레엘 공연장(salle Pleyel)’과 플레이리스트의 ‘플레이’가 떠오르지 않는가? 100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을 갖춘 이곳은, 실제로 호텔이 위치한 샹젤리제 근방에서 새로 둥지를 튼 여러 라디오 방송국을 오마주 했다. 생 투앙 벼룩시장(Puces de Saint-Ouen)에서 구입한 오래된 라디오 수신기, LP판, 광고 포스터들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라디오의 전성시대가 떠오른다. 플레이 호텔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행복한 바이브가 뿜어져 나온다. 이곳의 레스토랑에서는 특별한 고기 요리와 친환경 생선 요리를 맛볼 수 있고, 바에 앉아 ‘라디오 가가’나 ‘부에나 온다’ 칵테일을 맛보고, 옥상에 올라가 1921년에 세워진 프랑스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 즉 에펠탑의 모습을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다.
9. 생 제임스 파리(Le Saint-James Paris) : 가장 로맨틱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이곳은 가족을 위한 성일까 아니면 프라이빗 클럽일까? 생 제임스는 를레&샤토 체인이 운영하는 19세기 풍 호텔로, 기존 건물에 로맨틱한 인테리어와 영국의 클럽 분위기를 살짝 가미한 새로운 모습이 5월 말 공개되었다. 예술품 수집가의 저택에 온 듯, 50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은 프랑스의 전통이 숨 쉬는 맞춤 가구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변화도 살펴보자. 정원에는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기 위한 바-테라스가 생겼고, 기존 벨푀이(Bellefueille) 레스토랑은 온실로 다시 태어났다. 목재와 가죽만을 이용하여 꾸민 바-서재는 신비로운 아우라를 내뿜으며 프라이빗 클럽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10. 캐노피 바이 힐튼 파리 트로카데로(Canopy by Hilton Paris Trocadéro) : 가장 아방가르드한
힐튼 그룹이 프랑스에서 최초로 캐노피(Canopy) 브랜드 호텔을 선보이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던 중 아주 특별한 곳을 발견했다. 바로 1932년에 지어진 변전소다. 예술과 산업을 섞어 놓은 인테리어를 구현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곳의 123개 객실과 공용 공간은 르 코르뷔지에가 즐겨 사용하는 색감과 말레 스티븐스(Mallet-Stevens) 디자이너의 조명으로 꾸며져 있으며, 샬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작품 및 그와 어울리는 가구가 놓여져 있다. 이곳은 최신 트렌드에 맞춰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레스토랑은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고, 팝업 스토어를 통해 파리 로컬 디자이너를 지원한다.
11. 마담 레브(Madame Rêve) - 가장 친환경적인
‘숨 쉬세요!’ 마담 레브의 예술 감독은 이 문장을 항상 주문처럼 되뇌곤 한다. 마담 레브는 옛 루브르 우체국 건물에 들어선 아르누보 스타일의 새로운 5성급 호텔로, 푸른 미래를 꿈꾸는 곳이다. 식물이 가득한 거대 유리창 안에는 82개의 객실과 스위트 룸이 갖춰져 있다. 이곳은 욕조 개수 제한,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한 온수 50% 공급, 분리수거, 물 절약 등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곳의 루프탑에 올라가면 숨이 멎을 듯한 파리의 전경이 펼쳐진다. 수영장이 없는 대신 모든 공간에서 식물과 만날 수 있다.
By 안-클레르 들로름(Anne-Claire Delorme)
여행 기자 anneclairedelorme@yaho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