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에서 보르도와 부르고뉴를 거쳐 프로방스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다양한 와인 로드 탐방을 떠나 보자. 자동차, 도보, 자전거, 배, 전동 스쿠터, 열기구 등 원하는 교통수단으로 여행할 수 있는 프랑스 와인 로드의 수는 프랑스 와인 종류만큼이나 많다. 지역 특산품 시식, 마을 축제, 와인 저장고·창고·고성 투어 등 먹고 마실 거리와 볼거리로 가득한 웰빙 와인 로드 8곳을 추천한다. 각 와인 로드의 문화유산과 활기찬 분위기를 느끼며 신나는 여행을 즐겨 보자. 적당한 음주량을 조절하는 것도 잊지 말자.
가장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알자스 와인 로드
2023년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관광 와인 로드로서 ‘비뇨블 & 데쿠베르트 (Vignobles & Découvertes)’ 라벨을 받은 알자스 와인 로드가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숙성한 포도나무들이 펼쳐진 멋진 풍경이 매력적인 알자스 와인 로드의 특징은 길이가 170km를 넘는 대규모 와인 로드, 7개 세파주로 만든 51종의 우아한 그랑 크뤼 다. 여기에, 원형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모양의 마을 에기솅(Eguisheim), 15세기 전통 목조 가옥과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tztraminer) 품종 생산지로 유명한 베르그하임(Bergheim), 지하 저장고에서 온갖 종류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리크위르(Riquewihr) 등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꽃이 만발한 작은 마을들과 요새성들이 북부의 마를렝하임(Marlenheim)에서 남부의 탄(Thann) 사이의 햇빛을 듬뿍 머금은 포도밭 사이로 모습을 나타내며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한다. 예술가라면 한 폭의 그림에 담아보고 싶어질 만큼 찬란한 풍경이 펼쳐진 앙들로(Andlau)의 산책로처럼, 알자스 와인 로드의 산책로들은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알자스 와인 로드와 평행하게 조성된 알자스 자전거 도로도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려 보자. 친환경 농법인 바이오 다이나믹 포도 재배를 1925년부터 시작한 유기농법의 개척자인 알자스 포도 재배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친환경 전기 자전거를 타는 것은 어떨까?
대서양을 품은 보르도 와인 로드
가론강과 대서양 사이 자리 잡은 보르도는 국제적 명성을 자랑하는 그랑 크뤼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급 와인 산지다. 메독 와인과 그 외 60개 그랑 크뤼 와인을 생산하는 5개 와인 로드를 포함해 전설적인 생테밀리옹-포므롤-프롱삭 와인 로드에 이르기까지, 각 와인 로드에서 명품 보르도 와인을 시음하며 보르도에 취해 보자. 제각기 다른 건축 양식을 자랑하는 성들과 중세 성곽 도시들을 비롯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요새가 있는 블라이의 구석기 시대 유적지까지, 보르도 와인 로드에서는 문화유산이 완성하는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당나귀 타기, 현대 미술 투어, 사이클 코스 등 느린 여행으로 보르도 와인 로드를 즐기며 포도원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보자. 올여름 보르도를 여행한다면 메독 샤토 와인 저장고 투어 후 아페리티프 시음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메독 ‘애프터비치’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도 추천한다. 와인 워크숍과 휴식을 결합한 감각 체험, 심신 안정을 위한 소프롤로지 훈련, 태극권, 스파 웰빙 체험 등을 즐기며 편안하고도 럭셔리한 기쁨을 누려 보자.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부르고뉴 와인 로드
욘(Yonne)의 샤블리(Chablis)에서 마코네(Mâconnais)에 이르는 부르고뉴 와인 산지 규모는 프랑스 전체 와인 산지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토록 작은 부르고뉴 와인 산지에서 100종 이상의 AOC 인증 와인이 생산되며, 심지어 그중 3분의 1 이상이 크랑 크뤼 인증을 받았다. 이렇듯 부르고뉴는 명실상부 작지만 강한 와인 제국이다. 부르고뉴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 배, 열기구 등으로 여행할 수 있는 6개 와인 로드가 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1,247개의 '클리마'가 있는 부르고뉴 그랑 크뤼 와인 로드다. 이 와인 로드는 낮은 벽을 따라 늘어선 포도덩굴이 아름다운 빈티지 와인 로드이다. 9개 그랑 크뤼 와인과 26개 프리미어 크뤼 와인 산지인 즈브레 샹베르탱(Gevrey-Chambertin), 수도승 양조자들의 역사를 계승하는 샤토 드 클로 드 부조(château de Clos de Vougeot) 등 부르고뉴를 상징하는 와인을 배우기에 이상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와인 로드 여행 중 디종 국제 미식·와인 센터(Cité Internationale de la Gastronomie et des Vins de Dijon)에도 들러 프랑스 미식의 비밀을 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 곳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오텔 디외 드 본(Hôtel-Dieu de Beaune)의 안뜰에서 순수하고도 화려한 고딕 양식의 다색 지붕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에 빠져 보자.
짜릿한 스파클링 투어를 즐길 수 있는 샹파뉴 와인 로드
‘샴페인’ , 샹파뉴(Champagne)는 뛰어난 와인의 이름이자 지역명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포도원, 샴페인 제조 가옥, 샴페인 저장고가 있는 마뢰이 쉬르 아이(Mareuil sur Aÿ), 에페르네, 렝스를 포함하는 와인 문화 유적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4,500만 년 전 신생대에 샹파뉴 지방이 거대 달팽이가 서식하는 열대 바다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플뢰리 라 리비에르(Fleury-la-Rivière)에 있는 르그랑 라투르(Champagne Legrand-Latour)샴페인 양조장은 암석 위에 그대로 노출된 놀라운 화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라 카브 오 코키야주(la Cave aux Coquillages)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양조학·고생물학 투어를 진행한다. 샹파뉴 지방 토양의 미네랄 함량이 풍부한 것은 바로 이 화석 덕분이다. 이어서 명품 와인 보틀이 빛과 열을 피해 천천히 숙성해 가는 지하 백악 성당 저장고 투어도 즐겨 보자. 랭스에서는 메종 테탕저(maison Taittinger) 내 지하 18m 깊이에 숨어 있는 4세기 갈로 로만 시대 백악갱 투어를 할 수 있다. 에페르네에서는 작은 기차를 타고 메종 메르시에(maison Mercier) 아래 18km 깊이에 있는 지하 저장고를 탐험하고, 지하에 보존된 저부조 유물도 함께 감상하며 놀라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장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하는 프로방스 와인 로드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파란색 하늘과 바다, 초록색 자연, 그리고 장밋빛 로제 와인… 프로방스 와인을 생각하면 프로방스의 상징인 로제 와인이 떠오른다. 프로방스는 연간 로제 와인 1억 5,000만병을 생산하는 프랑스 AOC 로제 와인 주생산지다. 하지만 프로방스 와인 로드의 매력은 지중해 연안에서 초록빛 내륙까지 펼쳐지는 풍경만큼이나 다양하다. 카시스(Cassis)에서는 개울에서 카약을 타거나 칼랑크에서 요트를 타고, 과일 향이 풍부한 AOC 카시스를 맛보며 프로방스 화이트 와인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생트로페(Saint-Tropez)와 이예르(Hyères)사이, 모르(Maures) 산지에서는 로제 와인과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코트드프로방스 라롱드(Côtes-de-Provence La Londe)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프로방스 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와인 문화유산을 배우며 더더욱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예술의 도시로 인증받은 프레쥐스(Fréjus)의 로마 원형 극장, 시토 수도회인 토로네 수도원(Le Thoronet) 수도원, 카마르그 초입에 있는 아를 대저택, 생트빅투아르 산(montagne Sainte-Victoire) 초입에 자리 잡은 엑상프로방스 등 다양한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프로방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AOC 와인 산지이자 화가들의 고향이다.
가장 위엄 넘치는 발 드 루아르 와인 로드
발 드 루아르 와인 로드는 프랑스에서 가장 긴 와인 로드로, 루아르강 하구에서 베리(Berry) 중심부에 이르기까지 총길이가 800km에 달한다. 이곳에는 5곳 이상의 포도원이 있으며 AOC 와인 종류도 51가지나 된다. 왕실의 역사를 기억하는 루아르강을 따라 낭트(Nantes), 루아욤 드 뮈스카데(royaume du Muscadet), 앙주(Anjou), 소뮈루아(Saumurois), 투렌(Touraine), AOC 시농(AOC Chinon) 및 부르괴이(Bourgueil), 상트르루아르(Centre-Loire), 솔로뉴(Sologne), 상세루아(Sancerrois)에 포도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기호에 따라 자전거, 산책, 프랑스식 전통 거룻배, 전동 스쿠터 중 마음에 드는 이동 수단을 택해 비옥한 발 드 루아르 포도원을 누비며 새들이 서식하는 야생 둑, 감각 탐험에 이상적인 응회암 동굴, 프랑스식 정원, 전설적인 고성 등을 탐험해 보자. 이 지역 양조업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계승해온 유구한 전통이 절로 느껴질 것이다. 여름밤 별빛 아래 시음회를 즐기고 싶다면 슈농소성을, 포도나무가 고요히 자라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면 샹보르성을 추천한다. 샹보르성 내 14헥타르 넓이의 포도밭에는 16세기 프랑수아 1세가 프랑스에 최초로 들여온 포도 품종인 로모랑탱(romorantin)을 포함하여 5가지 세파주가 유기농법으로 다시 재배되고 있다. 포도밭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는 복숭아향과 배향을 가득 머금은 채 황금빛 로브를 뽐내는 웰컴 화이트 와인 한 잔이 주어진다.
가장 이색적인 옥시타니 와인 로드
옥시타니는 51종의 AOP를 포함해 87개의 아펠라시옹을 보유한 26만헥타르 규모의 포도원을 갖추고 있다.이곳은 프랑스 전체 유기농 포도원 면적의 36%를 차지한다. 옥시타니에서 포도나무는 자연 그대로의 방식대로 자란다. 남서부에서 생산되는 와인과 햇빛을 가득 머금은 랑그독(Languedoc) 와인에서 루시용(Roussillon) 와인에 이르기까지, 옥시타니 와인 로드는 느린 여행에 최적인 여행지이자 놀랍도록 다양한 와인 맛을 선보이는 곳이다. 바뉠(Banyuls)의 산비탈에서 와인 재배자의 안내에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에로(Hérault)에서 외노란도스(OEnorandos®) 투어에 참여하여 예술적인 지하 저장고, 양조장 건축물 및 전망대를 돌아볼 수 있는 20여개의 검증된 산책 코스를 체험해보자.. 미니 크루즈를 타고 아페리티프 와인을 즐기거나, 타른 지방의 가이약(Gaillac)에서 콘서트를 관람하거나, 세벤(Cévennes) 기슭에서 말을 타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체험은 옥시타니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으로 손꼽히는 발마뉴 수도원(abbaye de Valmagne)에서 진행하는 100%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랑그독 와인 시음일 것이다. 프랑스 포도원 중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일한 포도원이 있는 제르(Gers) 지방 여행도 추천한다. 제르의 포도원에서는 포도나무 진딧물인 필록세라(phylloxera)로부터 살아남아 200년째 쑥쑥 자라고 있는 세파주를 직접 볼 수 있다.
섬 속 포도원에서 즐기는 코르시카 와인 로드
샤카렐루(Sciacarellu), 베르멘티누(vermentinu) 등 코르시카 세파주의 이국적인 이름에서는 기원전 4세기 포카이아 시대의 전통이 느껴진다. 세파주 이름을 발음해 보면 요정들이 귓가에 감미롭게 속삭이는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코르시카에서 나는 다양한 레드 와인, 로제 와인, 무스카트 와인, 화이트 와인을 골고루 음미하고 싶다면 9개 AOC 와인 생산지가 있는 일 드 보테(Ile de Beauté) 투어를 추천한다. 대부분의 와인 생산지는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다. 코르스 곶(cap Corse) 대지에 펼쳐진 계단식 포도밭을 말 안장에 올라탄 채 둘러보고, 아작시오(Ajaccio) 지역의 높은 언덕을 오르며 일몰 하이킹 아페리티프를 즐겨 보자. 바스티아(Bastia)에 방문한다면 유명 소믈리에 조셉과 함께 포도원을 거닐며 코르시카 와인에 대해 배워보는 것도 잊지 말자. 파트리모니오 언덕(collines de Patrimonio)은 적포도 품종인 니엘루시우(niellucciu)로 만든 레드 와인으로 유명하다. 코르시카 와인 로드를 걸으며 현지 특산물을 음미하고, 맛 좋은 샤퀴테리와 치즈도 먹고, 와인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지닌 양조인들과 교류하고, 칼랑슈 드 피아나(calanches de Piana)나 에귀이 드 바벨라(aiguilles de Bavella)와 같은 독특한 여행지도 여행하며 오감을 만족하는 탐험을 즐겨 보자.
더 알아보기 :
By 안-클레르 들로름(Anne-Claire Delorme)
여행 기자 anneclairedelorme@yaho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