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의 불면 찾아오는 진짜 프랑스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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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 와인겨울

Ellena Mcguinnes / Unsplash
© Ellena Mcguinnes / Unsplash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6 11월 2024

찬 바람이 불면 프랑스의 진짜 맛이 찾아온다. 양계업자, 농부, 치즈 전문가, 낙농업자, 어부 등등 식재료 산업의 주인공들이 일 년 내내 공들여 가꾼 식재료들이 시장을 장식하는 시기는 바로 연말. 추운 겨울 프랑스를 찾은 당신이 꼭 먹어보아야 하는 프랑스의 진미, 영혼을 녹일 듯 뜨겁고 부드러우며 벽난로처럼 얼어붙은 마음을 혼곤히 녹여줄 음식들을 소개한다.

풀라르드 오 모릴 poularde aux morilles

겨울은 양계업자들이 일년 내내 애지중지 키워온 닭들이 식탁에 오르는 계절이다. 프랑스인들은 대략 17종의 닭을 먹는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연말의 스타는 단연 풀라르드. 풀라르드는 알을 한번도 낳지 않은 암탉으로 미식가들의 박수를 받는 섬세한 맛으로 유명하다. 물론 귀한 닭인 만큼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닭집에 풀라르드가 등장하는 계절은 일년에 딱 두 달, 11월과 12월뿐이다. 풀라르드에 진한 크림과 모릴 버섯을 넣은 풀라르드 오 모릴은 쥐라 지방을 대표하는 요리인데, 그 이유는 호두 맛과 치즈 맛이 복합된 와인인 뱅 존으로 맛을 내기 때문. 닭 요리를 좋아한다고? 그럼 풀라르드 오 모릴을 먹어보라. 눈 덮인 겨울 산, 까만 밤하늘과 전나무의 향기가 입속에서 휘몰아치는 계절, 겨울이 마음 속으로 성큼 들어올 것이다.

포토푀 pot au feu

우리나라에 갈비탕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포토푀가 있다. 프랑스 겨울 가정식 중 대표주자로 꼽히는 포토 푸는 고기와 야채를 오래 끓여먹는 일종의 스튜다. 국물 요리가 드문 프랑스에서 야채와 고기를 우린 국물을 함께 곁들여 먹게 되는 포토푀는 프랑스의 겨울 보양식. 겨울에는 무가 맛있는 것처럼 프랑스의 겨울도 우리나라의 무에 해당하는 나베(Navet)의 계절이다. 색깔도, 모양도, 맛도 다양한 나베 중에서 특히 불 도르(Boule d'Or), 황금 볼이라고 부르는 나베는 은은한 오렌지색에 씁쓸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겨울의 진미. 나베와 파, 감자, 파 등 속을 갈빗살이나 우둔살과 함께 오래 조리한 포토푀를 요즘에는 식당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가정식의 붐을 타고 쉐프의 손길이 닿은 포토푀가 레스토랑의 메뉴판에 등장한 것.

타르티플레트 tartiflette

겨울은 알프스와 쥐라 지방에서 생산된 소젖 치즈가 맛있는 계절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면 치즈 가게의 선반은 모르비에, 그뤼에르, 르볼로숑, 콩테같은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생긴 치즈들로 가득 찬다. 알프스 산맥의 그늘, 눈과 스키장, 치즈로 유명한 사보야르 지방 전통 요리인 타르티플레트는 겨울 바람을 단번에 녹여줄 소젖 치즈를 감자, 양파, 베이컨에 녹여 먹는 그라탱이다.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겨울 샬레의 벽난로 앞에서 먹는 타르티플레트의 맛을 알고 있을 터. 눅진하게 녹아내린 치즈에 잘 익은 감자의 부드러움과 베이컨의 고소함이 입 안에서 휘몰아치는 타르티플레트 한 그릇이면 겨울도 두렵지 않다.

코코뱅 coq au vin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의외로 프랑스인 중에도 제대로 된 코코뱅을 먹어본 이는 드문 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코코뱅의 주재료 콕(Coq)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 콕은 수닭인데 원래 코코뱅은 농가에서 아침마다 우렁찬 소리로 울어대는 수탉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출발했다. 늙은 수탉의 질긴 살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레드 와인에 재고 부케가르니를 비롯한 온갖 향신료를 넣어 맛을 살리는 전통 레시피는 그렇게 완성된 것이다. 양계 산업이 발달한 요즘은 수탉을 키우지 않기 때문에 전통 방식의 코코뱅은 맛보기 어렵다. 하지만 조리법은 시대를 반영해 끊임없이 발전하기 마련. 요즘은 수탉이 아닌 부드러운 암탉의 살결을 살리거나 뿔닭을 사용해 코코뱅을 만든다. 레드 와인의 맛이 알알이 배어든 닭살은 씹을 것도 없이 혀 위에서 부드럽게 퍼지고 곁들인 야채가 다채로움을 더해주는 코코뱅은 프랑스 미식계의 겨울 전설이 아닐 수 없다.

슈 파르시 chou farci

할머니의 요리하면 대번에 슈 파르시를 떠올리는 프랑스인들이 많다. 실제로 슈 파르시 조리법을 검색해 보면 태반이 '할머니의 손맛'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다. 슈 파르시는 그만큼 프랑스인들의 정서를 건드리는 음식이다. 겨울이면 시장에 등장하는 초록 사보이 배추에 마늘, 양파 등으로 양념한 소시지 속을 넣어 오븐에 굽는 요리인 슈 파르시는 배추를 사용해서인지 우리 입맛에도 낯설지 않다. 지방에 따라 양념 방법이 달라지는데, 푸아그라를 듬뿍 넣어 푸아그라의 향과 맛이 듬뿍 밴 푸아그라 슈 파르시는 정말이지 겨울의 맛이다. 쟁반 위에 곱게 올라앉은 슈를 자르면 육즙과 함께 드러나는 뜨거운 속, 야채와 고기가 어우러진 슈 파르시로 프랑스의 겨울을 느껴보자. 

By Jieun LEE

프랑스 생활을 즐기는 봉비방(Bon Vivant)이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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