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을 구경하지 않는 남프랑스 여행은 팥 없는 찐빵과 다를 바 없다. 프로방스에서 가장 멋지다고 손꼽히는 로컬 시장 5곳을 소개한다. 시장을 한가로이 누비며 프로방스산 올리브나 누가를 사면서 로컬 주민이 된 느낌을 한껏 즐겨 보자.
생 레미 드 프로방스 시장
생 레미 드 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 시장은 이름에서부터 프로방스 느낌을 물씬 풍긴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장터에서 상인들은 올리브와 올리브유, 허브, 꿀, 과일, 채소를 비롯해 여러 맛있는 식재료를 판다. 프로방스식 수공예 애호가들은 도자기, 직물, 프로방스식 도기 등 현지 특산물을 ‘득템’하러 이곳 시장을 찾는다. 웰빙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방스산 라벤더, 로즈메리, 백리향으로 만든 에센셜 오일과 비누 제품도 많다. 시각과 후각에 골고루 만족을 선사하는 진정한 로컬 마켓이다.
카르팡트라 트러플 시장
보클뤼즈주에 있는 소도시 카르팡트라(Carpentras)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트러플 명소다. 11월 중순~3월 말 매주 금요일 아침 아리스티드-브리앙 광장(Place Aristide-Briand)에서 열리는 카르팡트라 트러플 시장은 놓쳐서는 안 될 대표 명소다. 이곳 시장은 제철에만 나는 보물인 트러플 가격을 흥정하는 만들어내는 트러플 생산자와 전문 구매자들이 자아내는 특별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카르팡트라 트러플 시장은 여름이 되면 화이트 트러플, 일명 생장 트러플(truffe de la Saint-Jean) 판매에 집중한다. 트러플 애호가이든 아니든, 카르팡트라의 보물을 시장에서 구경해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트러플 시장 개장 시간이 오전 8시인데다가, 물건도 아주 빨리 동나기 때문이다.
마르세유 수산 시장
연중무휴 오전 8시~낮 1시. 마르세유 구 항구는 밤바다에서 건진 보물을 파는 마르세유 어부들의 구수한 남부 사투리로 시끌시끌하다. 한때는 라 크리에(La Criée)라 불렸던 마르세유 수산 시장은 1909년부터 이 지역의 명물이었다. 마르세유를 여행한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고등어나 정어리 등 종류도 다양한 생선들이 천장에 걸린 모습은 프랑스 작가 겸 영화감독 마르셀 파뇰(Marcel Pagnol)이 작품에서 묘사한 그대로다. 상인이 즉석에서 바로 손질해 주는 물고기는 품질과 신선도가 일품이다. 맛있는 부야베스 만들기에 도전하고 싶다면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수산 시장인 마르세유 수산 시장에서 재료를 구하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압트 시장
프로방스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압트(Apt) 시장은 프로방스에서 아름다운 시장 중 하나로도 손꼽힌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압트 구시가지는 ‘메이드 인 프로방스’ 제품을 판매하려 모인 300여 명의 상인들이 펼친 각양각색의 점포로 가득 찬다. 16세기부터 구시가지에 터를 잡은 압트 시장은 남부의 맛을 찾아 이곳을 찾아온 수많은 관광객, 지역 주민, 미식가를 유혹한다. 가판에 진열된 타프나드 소스와 살구, 누가를 보며 손님들은 입맛을 다신다. 프랑스 우수 시장 인증도 받은 압트 시장은 그야말로 뤼베롱의 보석이라 불릴 만하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면 압트 시장 구경이 한층 더 재미있을 것이다.
엑상프로방스 꽃 시장
엑상프로방스에서 일 년 내내 열리는 15여 개 시장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꽃 시장이다. 매주 화요일·목요일·토요일 장미, 라눙쿨루스, 달리아 향기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시청 광장에 열린 꽃 시장에 어느새 도착해 있을 것이다. 꽃다발, 화분, 향기로운 허브, 작은 과일나무 등 여러 식물 제품이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판대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연에서 피어난 색색의 예쁜 식물들의 모양새를 감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화요일·목요일·토요일을 제외한 다른 요일에는 프레쉐르 광장(Place des Prêcheurs)에 꽃 시장이 선다.
By Sandy Péro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