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여행이란 돌아서 천천히 가는 여행이 아닐까요? 때로는 프랑스를 여행할 때 계획된 일정은 잊고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여행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코트다쥐르로 떠나시나요? 칸 여행을 즐기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개해 드립니다. 또 운이 좋다면 칸에서 다이안 크루거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마주치지 않을까요?
오랜 친구 Anne이 갑자기 저에게 칸 국제영화제 기간에 코트다쥐르로 여행을 오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화려한 축제 분위기, 레드카펫과 계단을 오르는 멋진 스타들을 떠올리며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칸으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행 1일차: 비행기에 오르면서부터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혹시 카트린 드뇌브가 선글라스를 타고 맨 앞자리에 앉아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비행기에서는 전혀 스타를 보지 못했답니다... 니스 공항에서 내리자 오랜 친구가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친구와 함께 니스의 전통 스낵인 소카(socca)와 함께 음료를 한 잔 마시기로 했습니다. 친구가 저희를 데려간 셰 피포(Chez Pipo)라는 식당은 병아리콩 반죽을 즉석에서 구워 후추를 뿌려 먹는 소카 팬케이크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은 곳입니다. 니스 여행을 할 때 소카 팬케이크를 꼭 맛보세요!
2일차: 이날은 아침 늦게 눈을 떴습니다. 친구 Anne은 이미 4일 전부터 칸 영화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Anne은 "더 이상 영화제 인파 속에 있는 건 힘들 것 같아"라고 하며 생폴드방스(Saint-Paul-de-Vence)에 있는 마그 재단 미술관(Fondation Maeght)에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숨겨진 보물 같은 이 미술관에서 자코메티, 미로, 브라크, 샤갈, 파브리스 이베르(Fabrice Hybert) 등 유명한 근현대 미술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3일차: 이날은 비가 거세게 쏟아져서 칸에서 야외 활동이 힘든 날이었습니다. 원래 마르티네즈(Martinez) 해변에서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칵테일 파티가 열릴 예정이고, 기적적으로 파티 티켓을 구했기 때문에 한껏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친구와 함께 다른 일정을 세우고 아름다운 꽃과 허브 향을 느낄 수 있는 그라스(Grasse)로 떠났습니다. 그라스의 대표적인 향수 하우스인 갈리마르(Galimard)와 프라고나르(Fragonard)에서 가이드 투어를 하고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공방 프로그램을 체험했습니다.
4일차: 맑은 하늘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날은 어두운 극장에서 미카엘 하네케(Michael Haneke) 감독의 신작을 보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맑은 날씨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저희는 앙티브 곶(Cap d’Antibes)으로 가서 전설적인 에덴 록(Eden Roc) 호텔 옆에 있는 작은 천연 호수에 자리잡았습니다. 이곳에서 스타들을 보려면 망원경을 들고 잘 찾아봐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스타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절벽에서 잠수를 하고 바위 속에 숨은 고동을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머물렀던 벨 리브(Belles Rives) 호텔에 들러 피츠제럴드의 발자취와 아름다운 지중해 전망을 보며 멋진 칵테일을 즐겼습니다.
5일차: 이날은 Anne의 설명대로 유명 여배우들이 아침을 먹는다고 하는 생트마르그리트 섬(l’île Sainte-Marguerite)의 라 게리트(La Guérite)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던 날이었습니다. 저희도 스타 옆에서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부두에 도착해보니 섬으로 가는 보트는 오후 2시 이후에만 있었습니다. 오후에 섬에 도착하면 스타들은 모두 떠나고 없을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보트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안젤리나 졸리는 없을까하고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스타들은 전혀 보지는 못했지만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을 보며 소금으로 바삭하게 익힌 바닷가재와 농어를 맛보면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의 여행처럼 코트다쥐르에서는 스타를 만나거나 화려한 파티에 가지 않아도 우아하고 멋진 휴가를 보낼 수 있답니다!
By 폴린 웨버(Pauline Weber)
문화 전문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