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수도로 불리는 스트라스부르에서 특별한 겨울 추억을 만들어보자. 1570년부터 이어져 온 전통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 아기자기한 샬레, 그리고 따뜻한 뱅쇼와 함께 진정한 유럽의 겨울을 선사한다. 중세의 낭만이 가득한 이 도시에서 맛있는 요리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크리스마스의 마법에 빠져보자.
유럽의 가장 큰 명절, 크리스마스
유럽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축일로, 기독교 국가에서는 가장 큰 명절로 꼽힌다. 이날은 마치 우리의 설날이나 추석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서는 연인과 함께하는 날로 여겨지지만, 프랑스에서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날이다.
그리고 11월 말부터 사람들은 성탄절을 기다리며 도시 곳곳을 예쁘게 꾸미게 된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부터 아기자기한 장식,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들이 꽁꽁 얼어붙은 도시를 따스한 온기로 채우게 된다. 이와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며 수많은 도시의 특산품과 장인들의 수공예품이 판매되고,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유래
크리스마스 마켓의 역사는 중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행사는 니콜라스 성인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니콜라스 성인은 약자를 돌보며 선교를 했던 인물로, 가톨릭 국가에서는 그의 축일인 12월 6일에 가족 중 한 명이 니콜라스 성인으로 분장해 착한 아이에게 상을 주고 나쁜 아이에게 훈계를 하는 전통이 있다.
그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가난한 아버지가 세 딸을 출가시키지 못하고 있을 때, 니콜라스 성인은 이 소식을 듣고 딸들이 출가할 수 있을 만큼의 넉넉한 돈을 자루에 담아 세 번에 걸쳐 늦은 밤 아무도 모르게 놓아두고 왔다. 그리고 세 딸들은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며 선물을 몰래 주는 산타클로스의 전통으로 발전했다. 니콜라스 성인을 기념하는 이 행사가 오늘날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은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다.
크리스마스의 수도,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는 크리스마스의 수도(Capital de Noël)로 불린다. 1570년부터 이어져 온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11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화려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스트라스부르 중앙 클레베르 광장(Place Kléber)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다. 높이 31m, 무게 약 6톤, 70년 수령의 전나무로 만들어진 이 트리는 스트라스부르의 색상으로 꾸며져 있으며 크리스마스 설화와 전설을 담고 있다. 매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음악과 함께 화려하게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세워진 샬레(chalet)라 불리는 작은 오두막들에서는 스트라스부르의 특산품과 장인의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소품부터 지역 특산물까지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어, 선물 쇼핑에 안성맞춤이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도시 자체의 매력이다. 중세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쁘띠프랑스(Petit France)와 웅장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Cathedrale)은 겨울의 낭만을 한층 더해준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조명이 빛나며, 크리스마스 소품과 장식들로 꾸며진 풍경은 사진을 찍기에도 최적이다. 따뜻한 조명 아래 즐거운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는 이곳은, 마치 꿈결 같은 하루를 선사한다.
스트라스부르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크리스마스 마켓의 매력은 먹거리에서도 빛을 발한다. 스트라스부르를 방문하면 꼭 맛봐야 할 요리들이 있다. 가장 먼저 추천되는 음식은 타르트 플랑베(Tarte Flambée)다. 얇고 바삭한 반죽 위에 크림, 베이컨, 양파 등을 얹어 구운 이 요리는 스트라스부르식 피자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흰 배추를 절여 소시지와 햄 등과 함께 조리한 슈쿠르트(Choucroute)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다. 시큼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인 이 요리는 추운 겨울에 특히 잘 어울린다. 간식으로는 소금이 뿌려진 브레첼(Bretzel)과 향신료 빵과 건포도가 들어간 브리오슈 쿠글로프(Kouglof)를 추천한다. 그리고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리슬링(Riesling),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라는 특별한 포도 품종으로 만든 이곳의 화이트 와인은 모든 음식들과 찰떡궁합이다. 추운 날씨를 따뜻하게 데워줄 음료로는 뱅쇼(Vin Chaud)가 제격이다. 레드 와인에 과일과 계피를 넣어 끓인 이 음료는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의 상징적인 음료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By 정희태 가이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