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선선해지고 나뭇잎이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다. 버섯이 풍부하게 자라고, 하늘이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물들고, 놓쳐서는 안 될 주요 전시회가 개최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가을은 북적한 도시를 떠나 프랑스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이상적인 계절이기도 하다.
맛있는 제철 식자재
여름이 각종 과일과 채소가 뜨거운 태양 아래서 무럭무럭 자라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다 자란 농작물을 수확해 요리하여 일 년 동안 기다려왔던 음식을 다시 즐길 수 있는 계절이다. 향기로운 포르치니 버섯을 마늘과 함께 튀겨 먹거나, 살구 버섯 소스를 만들어 맛있는 요리에 곁들여 먹어 보자. 가을이 되면 시장 가판대는 가을 식탁의 주인공인 온갖 종류의 호박으로 가득 찬다. 호박 퓌레, 호박 수프, 호박 그라탱 등 원하는 대로 호박을 요리해 음미해 보자.
가을은 현지인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요리한 음식을 맛보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진정한 뵈프 부르기뇽을 맛보고 싶다면 부르고뉴 여행을 추천한다. 그랑 베니어 소스를 곁들인 사슴 구이, 베이컨을 곁들인 새 요리, 사슴 고기 스튜, 멧돼지 고기 스튜, 크랜베리를 곁들인 사슴 구이, 포도를 곁들인 메추라기 구이 등 각종 고기 요리를 좋아한다면 발드루아르와 알자스, 프로방스 여행을 추천한다.
가을에는 해안 지방에도 풍부한 먹거리가 넘쳐난다. 브르타뉴나 노르망디에서는 가을에 경단고동, 홍합, 가리비, 조개가 풍부하게 난다. 굴은 매년 9~4월이 제철이니 굴을 맛보는 것도 잊지 말자. 프랑스에서는 12개월 중 이름이 ‘r’로 끝나는 달에만 굴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전시회
프랑스의 개학은 9월이다. 9월이 되면 박물관도 개학을 맞아 전시회를 개최하기 시작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 뤽상부르 박물관, 구 상공회의소 – 피노 재단, 갈리에라 미술관, 외젠 들라크루아 미술관, 루이비통 재단, 오랑주리 미술관, 몰입형 그랑팔레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에서 새로운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
파리 뿐만 아니라 프랑스 어디서든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마르세유의 Mucem, 오드프랑스의 루브르-랑스 박물관, 보르도 빛의 수조(Bassins des Lumières), 노르망디 도빌의 레 프랑시스캔(Les Franciscaines), 코트다쥐르 니스 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et d'Art Contemporain de Nice) 로렌 퐁피두 센터 메츠(Centre Pompidou-Metz), 리옹 현대미술관(musée d'Art Contemporain de Lyon), 루아르 지방의 낭트 미술관(musée d'arts de Nantes), 툴루즈의 레 자바투아르(Les Abattoirs), 옥시타니아 술라주 박물관(musée Soulages), 렌 브르타뉴 박물관(musée de Bretagne),레 보 드 프로방스 카리에르 드 뤼미에르(Carrières de Lumières), 디종 국제미식·와인학교(Cité Internationale de la Gastronomie et du Vin) 등 프랑스 전역에 가득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해 보자.
황금빛 풍경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을 풍경은 황금빛으로 물든 생트 빅투아르산 정상의 전경이 아닐까. 세잔 덕분에 유명해진 프로방스의 가을빛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은 평생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한다. 인상파 작가인 반 고흐와 모네뿐 아니라 프랑스의 야수파 작가들도 캔버스에 가을의 따뜻한 색감을 담았다. 야수파를 대표하는 마티스와 드랭은 가을의 상징인 반짝이는 빛을 화폭에 담는 작업에 끊임없이 정진했다. 파리와 노르망디 사이에 위치한 지베르니 정원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무한한 영감의 원천지였다.
하지만 가을 햇볕이 유달리 따뜻하게 내리쬐는 곳이 있다. 바로 해안가다. 여름 해수욕장을 가득 채우던 인파가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은 코트다쥐르, 해변의 낮이 더욱 길어지는 대서양 인근 해안 지방, 해변에 드리운 그림자가 길어지는 노르망디 해변, 따뜻한 태양이 모래를 따뜻하게 데우는 비아리츠 해변, 태양 빛이 소나무 숲 위를 뒤덮는 랑드와 코르시카까지. 가을은 여름만큼 아름다운 계절임이 틀림없다.
따뜻한 가을 색으로 가득 찬 숲 산책
부츠 아래로 느껴지는 축축한 흙에서 향긋한 버섯 냄새가 올라온다. 건조한 기온에 바싹 마른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숲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 월동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숲의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프랑스의 각 지역은 가을에 제각기 고유의 매력을 자랑한다.
가을이 오면 발드루아르, 솔로뉴, 샹보르, 일드프랑스, 랑부예, 샹티이의 거대한 숲 지대는 여러 빛깔로 물들어간다. 포플러나무잎은 노란색으로, 너도밤나무잎은 주황색으로 물든다.
초가을 알프스, 보주 산맥, 쥐라 산맥, 오베르뉴, 피레네에서는 두 가지 색이 대비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어도 상록수 솔잎은 변함없이 짙은 녹색을 간직한다. 반면 활엽수는 가을 색으로 물들며 언덕과 산에 넘실대는 주황빛 물결을 만들어낸다.
도르도뉴, 부르고뉴, 바스크 지방의 언덕은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으로 물든다. 붉디붉은 언덕을 따스한 태양이 밝히며 가을의 도래를 축하한다.
테라스에서 맞는 늦여름과 초가을
늦여름 테라스를 비추는 마지막 햇살은 초봄을 떠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늦여름과 초가을이 교차하는 오묘한 순간을 즐겨 보자. 어깨에는 코트를, 얼굴에는 선글라스를 걸친 채로 말이다.
프랑스 도시의 길거리와 광장 어디서든 테라스가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덕분에 날씨만 좋다면 사계절 언제든 테라스에 자리 잡고 비타민 D를 충전할 수 있다. 테라스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거나 핫초콜릿을 마시면서 행인을 구경해 보자. 파리 외 코트다쥐르, 리옹, 릴, 낭트, 스트라스부르, 마르세유, 보르도에 새롭게 들어선 트렌디한 루프탑 테라스에 자리 잡고 앉아 하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여름이 떠나기 전 마지막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을빛으로 물드는 포도원
프랑스 대부분 지방에서는 가을이 오기 전 포도 수확이 마무리된다. 가을은 일 년 중 포도원에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계절이다. 농장과 마을에서는 추수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열린다.
포도 수확을 마친 양조업자들이 와인을 주제로 열정 넘치는 대화를 나누는 시기인 가을이 포도원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양조업자가 지하실에서 와인을 담그기 시작할 무렵 코트 뒤론, 발 드 루아르, 쥐라, 메독, 알자스, 부르고뉴, 코트다쥐르, 프로방스, 옥시타니의 포도나무는 붉은빛과 황금빛으로 물든다. 압착, 으깨기, 발효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양조 단계가 시작되는 계절도 바로 가을이다. 와인 제조 과정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면 가을에 프랑스 와인 로드를 여행해 보자.
와인 로드 투어만으로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면 노르망디 시드르 로드 투어도 추천한다.
시원한 운하 크루즈 투어
여유로운 가을은 붉게 물드는 나뭇잎이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감상하고, 좋은 책을 읽고, 가벼운 술 한 잔을 마시며 해 질 녘 노을을 감상하고 밤하늘에 뜬 별을 구경하기 좋은 계절이다.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고요한 환경을 찾는다면 프랑스 운하 크루즈 승선을 추천한다. 프랑스에 흐르는 수로의 총길이는 8,500km에 달한다. 옥시타니아를 대표하는 미디 운하(Canal du Midi), 부르고뉴의 수많은 운하, 론 운하(Canal du Rhône), 알자스 운하, 마른 운하(Canal de la Marne)를 비롯해 파리에서 노르망디 옹플뢰르 해안까지 이어지는 센강 운하 등 다양한 운하가 가을 사색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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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édaction Franc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