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만큼 숲 속의 맑은 공기가 절실한 때가 있었을까. 프랑스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숲 속에서는 웅장한 나무와 아기자기한 공터, 신비로운 오솔길과 프랑스의 희귀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바스크 지방(Pays basque)부터 알자스(Alsace), 브르타뉴(Bretagne)에서 오베르뉴(Auvergne), 알프스(the Alps)부터 코르시카(Corsica)까지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숲 속으로 산책을 떠나 보자.
바스크 지방, 신비로운 이라티 숲(the Iraty Forest)
이라티 숲에서 자라는 나무의 기둥은 수 세기 동안 배의 돛대를 만드는 데 사용돼 왔다. 바스크 지방 중심에 위치한 이라티 숲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너도밤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바스크 신화에 따르면 걸을 때마다 나무가 바스락 거리며 숲의 전설을 속삭이는 것 같은 이라티 숲은 숲의 정령인 바사아운(Basajaun)과 반인 천사 라미낙(Laminak)이 만들었다고 한다.
브르타뉴, 전설적인 브로셀리앙드(Broceliande) 숲
마법사 멀린(Merlin)의 무덤과 요정 비비안(Viviane)의 숲이 있는 브로셀리앙드 숲을 거닐며 바랑통 샘(Barenton Fountain)에서 목을 축이고 발 상 르투르(Val sans Retour) 계곡에서 아서 왕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브르타뉴 지방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브로셀리앙드 숲은 소설 ‘아서 왕’의 배경이 된 곳이다. 거석, 오크나무, 피나스터 소나무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브로셀리앙드 숲의 손짓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헤더 꽃과 독미나리, 금작화가 만발한 황야와 깊은 연못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시간을 보내 보자.
오베르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크나무 숲 - 트롱세(Tronçais) 숲
오베르뉴 지방에 위치한 트롱세 숲. 이 숲에서 가장 오래된 오크나무는 무려 1580년에 심어졌다. 가히 ‘트롱세 숲의 수문장(the Sentinel)’이라고 불릴 만하다. 수 세기 동안 트롱세 숲을 지켜 온 나무는 그 외에도 많은데, 가을이 오면 제각기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트롱세 숲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크나무 숲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숲의 나무들은 근처 마을인 에리송(Hérisson)까지 그 가지를 뻗어낸다. 트롱세 숲에는 전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생 보네(Saint-Bonnet) 연못도 있으니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이들은 사이클링, 등산, 수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알프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 그랑드 샤르트뢰즈(Grande Chartreuse) 숲
그랑드 샤르트뢰즈는 800~1500미터(2624~4921피트)에 이르는 너도밤나무와 전나무가 모여 에메랄드 색을 내는 숲이다. 가파른 석회암 절벽과 평화로운 초원 사이로 펼쳐지는 알프스 산맥의 웅장한 풍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하고 깊은 명상에 빠지게 한다. 특히 도보로만 갈 수 있는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은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등산을 하기에 제격이다. 이 숲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한가로이 뛰노는 사슴이나 샤모아, 무플론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파리 근교, 왕들의 숲 - 퐁텐블로(Fontainebleau)
거친 암석과 사암, 그늘진 협곡이 어우러진 퐁텐블로 숲은 하이킹 매니아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곳이다. 파리에서 동남쪽으로 70킬로미터(43마일) 떨어진 퐁텐블로 숲은 파리 주변의 독특한 지형과 소나무와 오크나무 사이에 보석같이 숨어 있는 성 덕분에 남녀노소 즐겨 찾는 명소이다. 바르비종파 화가들과 르누아르가 즐겨 걸었던 길을 포함해 약 150킬로미터의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키가 큰 나무와 신비로운 연못, 이끼로 덮인 황야가 만나 자아내는 황홀한 분위기는 퐁텐블로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오 드 프랑스(Hauts de France), 역사가 숨쉬는 콩피에뉴(Compiègne) 숲
콩피에뉴 숲의 생 장(Saint-Jean) 오크나무는 13세기 생 루이 왕(Saint-Louis, 루이 9세) 시절에 심어졌다. 콩피에뉴 숲은 예로부터 프랑스 왕들이 즐겨 찾는 사냥터였으며, 1918년 11월 11일에 레통드(Rethondes) 공터에서 역사적인 휴전 서명이 체결된 곳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파리에서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오 드 프랑스 지역에 위치한 콩피에뉴 숲은 오래된 나무 덕분에 그 자체로 역사 교과서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은 물론,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산책로는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알자스, 자연의 정취가 그대로 스며 있는 곳 - 아그노(Haguenau) 숲
아그노 숲은 프랑스에서 오크나무, 너도밤나무, 야생 산 소나무가 자라는 유일한 숲으로, 2020년 2월에 ‘특별한 숲(exceptional forest)’으로 지정되었다. 보주(Vosges) 산맥과 라인(Rhine) 강 계곡 사이에 위치한 아그노 숲은 알자스에서 가장 큰 숲이자 9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숲이기도 하다. 다섯 개의 강이 흐르고 곳곳에 연못이 있는 아그노 숲에는 비버, 스라소니, 도롱뇽과 같은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아그노 숲에 들린다면 알자스 와인 루트에 있는 리보빌레(Ribeauvillé) 숲도 꼭 가 보자. 리보빌레 숲도 더글라스 퍼 나무로 잘 알려진 곳이다.
코르시카, 남부의 따스함을 담은 비자보나(Vizzavona) 숲
수정 같이 맑은 물에서 즐기는 물놀이,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에서 부리는 한낮의 여유, 코르시카 섬의 상징인 커다란 소나무 밑에서의 꿀 같은 낮잠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비자보나 숲 만한 곳이 없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이라 불리는 코르시카의 숨은 보석인 비자보나 숲은 해발고도 1163미터(3815피트)에 자리해 그야말로 아찔한 절경을 선사한다.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비자보나 마을, 바스티아(Bastia), 아작시오(Ajaccio)를 오가는 코르시카 열차(Trinichellu)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다.
발 드 루아르, 전원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샹보르(Chambord) 국립공원
프랑스 왕가의 사랑을 듬뿍 받은 루아르 지역의 여러 고성들 중에서도 샹보르 성은 가장 유명세를 떨치는 곳 중 하나이다. 특히 샹보르 성을 둘러싼 큰 공원은 고풍스러운 첨탑 덕분에 동화 속 궁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파리 시내와 맞먹는 넓이의 이 공원은 5,440헥타르(13,442에이커) 면적을 자랑하며, 유럽 내 최대 규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공원을 가득 메운 오크나무, 소나무, 황야와 습지를 둘러싼 벽의 길이만 32킬로미터(20마일)에 달한다. 가을이 되면 사슴이 찾아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보, 자전거, 마차나 자동차도 좋고 공원 관리인과 함께 사륜구동차를 타고 투어를 해도 좋다.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동화 속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압도적인 규모의 랑드(Landes) 숲
보르도 근처 아르카숑(Arcachon) 분지의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유럽에서 가장 큰 모래사구인 뒨 뒤 필라(Dune du Pilat)에 올라보자. 한 쪽에는 방 다르갱(Banc d’Arguin) 국립공원의 작은 섬들로 수놓아진 푸른 대서양이 펼쳐지고, 반대편에는 초원과 소나무가 마치 끝없이 펼쳐진 녹색 융단처럼 절경을 이룬다. 프랑스 본토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랑드 드 가스코뉴(Landes de Gascogne) 숲은 모든 나무를 19세기에 심은 인공 숲이지만 모래길과 양치류 식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냄새 덕분에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지상 낙원이다.
By Pascale Filliâtre
여행 전문 기자, 프랑스 문화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 전문 기자. filliatre.pascale@orang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