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봄 날씨가 돌아왔다. 따스한 공기를 맞으며 콧바람을 쐬고, 친구들과 가족과 함께 길을 거닐고, 테라스에 앉아 햇살을 즐겨보자. 프랑스에서는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다. 지금보다 더 여유를 갈망한 적이 과연 있을까? 삶의 달콤함을 일깨워줄 프랑스 도시 15곳으로 향해보자.
스트라스부르, 자전거의 파라다이스
스트라스부르는 보행자와 자전거의 천국이다. 이제는 역사 지구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주변에는 자동차의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목가적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 일(Ill) 강가도 모터가 달린 이동수단에 접근이 금지되었다. 이렇게 조용해진 쁘티 프랑스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예쁜 꽃장식이 된 목조 건물을 따라 거닐다 보면 꿈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600km에 달하는 스트라스부르에 방문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코스가 있지만, 말로 섬(île Malraux), 유럽연합 건물, 유네스코에 등재된 노이슈타트(Neustadt) 구역,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역사적인 시립 수영장(Bains Municipaux)을 지나가는 ‘일-라인(Ill-Rhin)’ 코스(30km)를 추천한다. 황홀한 푸르탈레스 공원(parc de Pourtalès), 로베르소(Robertsau) 자연보호구역, 마른 오 랭 운하(Canal de la Marne au Rhin)도 빼놓을 수 없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색다른 방법으로 스트라스부르를 즐겨보자.
파리, 운하를 따라 즐기는 색다른 매력
화창한 날씨가 돌아오자, 파리 전체가 에너지를 방출한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센 강과 샹젤리제 대로를 거닐고, 사마리텐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새롭게 태어난 옛 상업거래소(Bourse de Commerce) 건물에서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파리지엥들로 거리가 붐빈다. 그런데 가끔씩은 이런 클래식한 루틴에서 벗어나 보는 것은 어떨까? 파리의 북동쪽, 빌레트(Villette) 공원을 지나면 나오는 우르크 운하(canal de l’Ourcq)를 추천한다. 운하로 향하는 길에 파리 필하모니 건물에서 열리는 Hip Hop 360 전시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이후에 운하 주위를 천천히 거닐며 파리 스트릿 아트를 상징하는 가장 아름다운 작품도 더불어 감상해보자.
릴, 오 드 프랑스에서 만나는 유토피아
2004년에는 유럽 문화 수도, 2020년에는 세계 디자인 수도에 선정된 릴은 아방가르드한 도시로 정평이 자자하다. 릴은 매년 Lille 3000을 개최하여 릴을 상징하는 트리 포스탈(Tri Postal), 생 소뵈르 역(Gare Saint-Sauveur), 팔레 데 보자르(Palais des Beaux-Arts)를 비롯한 도시의 여러 랜드마크에서 퍼레이드, 전시, 콘서트, 공연, 새로운 도시 공간, 신비로운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유토피아’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예술 하이킹, 도보 및 자전거 산책 프로그램들도 마련되어 있다. 한바탕 몸을 쓰고 난 후에는, 옛 갤러리 라파예트 건물에 들어선 음식의 성지이자 릴의 새로운 푸드 코트 ‘그랑 센(Grand Scène)’으로 가서 ‘먹고, 마시고, 놀아보자’.
도빌, 플랑슈(Planches) 산책로 뒤로 펼쳐지는 푸른 노르망디
‘도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플랑슈 산책로. 해변가에 설치된 유명한 탈의실과 벨 에포크 양식의 우아한 빌라 사이를 거니는 것은 시크함의 상징이 되었다. 연인과 함께 바닷가에서 산책을 즐긴 후, 아름다운 레 드 메르(Lais de mer) 공원으로 향하여 로맨틱한 하트 정원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조금만 더 멀리 가면 부클르 드 라 투크(boucles de la Touques)가 나오는데, 보행자 전용도로를 따라 강둑을 따라 걸으면 ‘메이드 인 노르망디’의 자연을 한껏 들이마실 수 있다. 도빌의 문화 중심지로 새롭게 떠오르는 프랑시스켄(Franciscaines)에서도 차분함을 느껴보자. 박물관, 미디어테크, 공연장은 물론이고 수도원, 예배당, 아름다운 대규모 구내식당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는 이곳은 유쾌한 창의성을 곁들여 우리를 미의 전당으로 안내한다.
마르세유, 프로방스에서 즐기는 스쿠버 다이빙
첫 번째 옵션은 뮤셈(Mucem) 박물관 옥상 테라스로 가서 거미줄 같이 생긴 건물의 벽을 타는 것이고, 두 번째 옵션은 마르세유의 칼랑크(calanque, 바위로 둘러싸인 만)에서 발견된 고고학의 보물의 완벽한 복제품인 코스케 동굴(grotte Cosquer) 속으로 바닷속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흥미로울까?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뮤셈 박물관과 구 항구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빌라 메디테라네(Villa Méditerranée)에서는 6월부터 역사 속의 동굴벽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첨단 탐험 기술이 장착된 모듈을 타고 단 몇 분만에 27,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다시 육지로 떠오를 때까지 엄청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햇살이 우리의 두 눈을 깜빡이게 할 것이다.
니스, 코트 다쥐르와 별 헤는 밤
높은 곳에 올라 유명한 앙주(Anges) 만을 두 눈 안에 가득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영국인들의 산책로(Promenade des Anglais)에서가 아닌 새로운 시점에서 도시를 조명하고 싶다면, 니스와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시미에즈(Cimiez) 구역으로 향하자. 올리브 나무가 빽빽한 언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곳에는 레스토랑도 없고, 술집도 없고, 가게도 없다. 하지만 보석같이 아름다운 자연과 고대 로마 도시 케메넬룸(Cemenelum)의 로맨틱한 유적지를 만나볼 수 있다. 원형 경기장, 목욕탕, 대강당까지… 수많은 유적지와 흥미로운 고고학 박물관도 우리를 환영한다. 아름다운 정원, 벨 에포크 시기의 빌라와 옛 별장, 마티스 미술관과 샤갈 미술관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거대한 천문대의 돔 천장과 새롭게 조성된 Universarium에서 별을 헤며 아름다운 밤을 마무리해보자.
보르도, 누벨 아키텐에서 즐기는 산책
유네스코에 등재된 특별한 도시 유적과 고적으로 등재된 350개 이상의 건물이 존재하는 보르도는 산책을 하며 시간을 때우기에 제격인 도시다. 역사 지구나 갸론 강가의 매력적인 거리를 걸으며 보르도의 숨은 매력까지 모두 만나보고 싶다면, ‘보르도 륀 항구-세계유산(Bordeaux port de la lune-Patrimoine mondial)’ 코스를 추천한다. 컬렉터 카드, 그리고 몰입형 오디오 캡슐과 함께 브론즈 못으로 바닥에 새겨진 표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와인을 주제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시테 뒤 뱅(Cité du Vin)에 잠시 들렀다가 하이킹용 코스 2개, 바이크용 코스 3개 중 하나를 골라 포도 농장을 방문해보자. 이 느긋한 여행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장소는? 바로 과거 보르도 동물학 연구원(institut de Zoologie de Bordeaux)에 자리 잡은 새로운 호텔 라 주올로지(La Zoologie)다. 이곳에서 이색적인 정취를 느껴보자.
몽펠리에, 옥시타니의 예술
지중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몽펠리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다. 에퀴송(Ecusson) 역사 지구의 작디작은 골목에서 기분 좋은 산책을 즐기고, 특이한 디자인의 제비 트램(tram des Hirondelles)을 타고 마리안느 항구(Port Marianne)로 향하여 현대 건축물의 정수를 즐기다 보면 우리 몸에 있는 모든 감각이 살아날 것이다. 그 기운을 받아 해변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아보자. 레즈(Lez) 강변을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화창한 날에는 레스토랑, 푸드트럭, 벼룩시장이 함께 모여있고 페탕크 경기가 펼쳐지는 레즈 시장으로 향해보자. 조금 더 예술적인 경험을 찾고 있다면? MOCO(몽펠리에 현대미술관)과 방문 프로그램 3개를 리스트에 추가하면 된다. 파나세(Panacée)에 방문하여 자연광이 밝게 들어오는 전시 공간을 누비고 일요일 브런치 메뉴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카페-레스토랑에 들르게 된다면 아마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디종, 부르고뉴 프랑슈 콩테 지역의 라이프 스타일
디종의 역사 지구는 이미 여행객들 사이에서 보행자를 위한 천국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 코스를 따라서 목조 건물과 푸드 홀을 지나고 총 22개의 단계를 거치면 투어가 종료된다. 필립 르 봉(Philippe Le Bon) 투어의 316개 계단을 오르는 것도 포함되니 주의할 것. 하지만 정상에 위치한 테라스에 오르면 도시를 360도로 조망하며 디종의 새로운 보물 ‘미식 및 와인 국제 도시(Cité internationale de la gastronomie et des vins)’은 물론이고 그랑 크뤼 루트(route des Grands Crus)와 운하의 항구를 볼 수 있다. 전시, 테이스팅 행사, 레스토랑까지… 프랑스의 미식을 경험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부르고뉴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브레스트, 브르타뉴의 아름다운 서쪽 끝
브르타뉴의 정박지 모습은 보는 이의 감탄사를 자아낸다. 2024년 여름,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우며 포토제닉한 이곳에서 오래된 대형 범선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질 예정이다. 브르타뉴의 서쪽 끝에 위치한 브레스트는 새로운 지평선을 열고 카퓌상(Capucins) 구역과 함께 새로운 바람을 맞이한다. 느긋하게 이 도시를 만나보고 싶다면, 프랑스 최초의 도심 케이블카에 올라보자. 삶, 문화와 혁신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프랑스 해군의 과거 아틀리에 건물을 만날 수 있다. 70.8은 유럽 최대 규모의 실내 광장으로, 탁 트인 전망과 아름다운 모험을 선사한다. 이제까지 보던 해양 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컨셉의 공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를레앙, 상트르 발 드 루아르 지방의 수도
삶의 달콤함을 느끼고 싶다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성들로부터 몇 키로 떨어진 곳에 루아르 강이 유유히 흐르는 오를레앙으로 향해보자. 모든 길이 생트 크루아 대성당(cathédrale Saint-Croix)으로 이어지는 도심에서 출발하여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강둑을 천천히 거닐어 보자. 오를레앙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르 카비네 베르(Le Cabinet Vert)에서, 뱃사공들이 사는 어여쁜 마을 콩블뢰(Combleux)까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모래 언덕이 엄청난 매력을 발간한다. 물길을 따라 가보고 싶다면? 나룻배, 거룻배 등 전통 배에 올라 여행을 하다가 MOBE(생물다양성과 환경을 위한 오를레앙 박물관)에 들러 이곳의 동식물 군을 알아보자. 후에는 수르스 공원(Parc de la Source)의 보석 같은 자연 속에서 피크닉을 즐기면 된다.
리옹, 론 알프스 지역의 중심
손(Saône) 강에서 감상하는 리옹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경험해보자. 연중 내내 구시가지의 르네상스(Renaissance)와 미스터리한 바르브 섬(île Barbe)을 오가는 유람선이 또 하나의 장관을 만들어 낸다. 햇살이 가득한 날이라면 콩플뤼앙스 박물관(Musée des Confluences) 바로 옆에 있는 콩플뤼앙스 소형 정박장에서 전기배를 타고 천천히 펼쳐지는 숭고한 파노라마를 감상하길 추천한다. 손 강을 따라 스무 개가 넘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퐁텐 쉬르 손(Fontaines-sur-Saône)이나 로슈타이에 쉬르 손(Rochetaillée-sur-Saône)까지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모래 해변과 색다른 술집에서 강에 발을 담그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작시오, 코르시카의 모든 풍미
꽃이 만발한 관목지대,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물이 흐르는 만, 숲과 계곡까지, 코르시카를 만나기 위해 가장 완벽한 계절은 봄이 틀림없다. 아작시오와 상귀네르 섬(îles Sanguinaires)들이 모여 있는 만은 코르시카적 아름다움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르시카 출신의 나폴레옹을 기리는 메종 보나파르트(Maison Bonaparte)에 들러 역사적 인물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고, 보자르 미술관이 있는 팔레 페슈(Palais Fesch)에서는 특별한 이탈리아 회화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관목지대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최근 리모델링을 거친 아작시오의 시장 마르카투(Marcatu)에서 별미를 맛보는 것도 좋다. 사퀴테리의 일종인 피가텔(figatelles)과 론주(lonzu), 달콤한 비스킷 카니스트렐리(canistrelli)와 치즈의 일종인 브로시우(brocciu)로 배를 간단히 채우고 하이킹을 시작해보자. 도금양, 시스터스와 에델바이스의 향기에 취해 행복한 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낭트, 루아르 지방을 새롭게 여행하는 방법
낭트는 올해도 어김없이 거대한 야외무대로 변신할 것이고, 문화 행사, 전시회, 설치,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새롭게 변신한 도심 속 다채로운 공간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20km가 넘게 펼쳐지는 코스를 따라 재미있고, 엉뚱하고, 서정적인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으니, 나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유롭게 즐겨보자. 바닥에 그려진 녹색 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거대한 코끼리가 살고 있는 낭트 섬(île de Nantes)이나, 그곳에서 멀지 않은 루아르 강가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앙가르 아 바난(Hangar à bananes)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즐겨보자. 문득 바다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여객선이나 자전거에 올라 루아르 강 하구나 대서양의 해변으로 향하면 된다.
비아리츠, 생기 발랄한 바스크 지방
서핑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도 비아리츠에서 행복한 순간을 보내며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등대의 248개 계단을 오르며 워밍업을 해보자. 등대의 정상에 오르면 호텔 뒤 팔레(Hôtel du Palais)와 주변의 아름다운 전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대서양 해안가의 유일한 팔라스 등급 호텔인 이곳은 외제니(Eugénie) 황후의 여름 별장 건물에 들어서 있다. 최근 전체 리모델링을 마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으며, 그곳의 아이코닉한 레스토랑 라 로통드(La Rotonde)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하길 추천한다. 이후에는 그랑드 플라주(Grande Plage)를 통해 구항구로 돌아오면 된다.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아르데코 양식의 아쿠아리움에 방문하고, 올라튀아 비아리츠(Olatua Biarritz) 루프탑에서 로셰 드 라 비에르쥬(Rocher de la vierge)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해보자. 땅거미가 내리면 바스크 스타일로 재해석한 타파스를 꼭 맛보길 추천한다.
By 파스칼 필리아트르(Pascale Filliâtre)
여행 전문 기자, 프랑스 문화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 전문 기자. filliatre.pascale@orang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