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프랑스는 총 길이 3,404km 코스를 21개 구간으로 나누어 달리며 프랑스 산맥 5곳을 누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경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장정의 막이 오르고, 피레네 산맥, 오베르뉴 화산, 쥐라 산맥, 알프스, 보주 산맥까지 오르막과 내리막을 내달리는 선수들의 페달은 쉴 틈이 없을 것이다. 고지대에 올라 자연의 웅장함을 감상하다가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급격한 하강을 맛보고, 쉴 새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펼쳐진다. 최고의 산악 라이딩 구간을 살펴보고, 투르 드 프랑스의 진수를 느껴보자.
타르브 Tarbes-코트레 캉바스크 Cauterets-Cambasque: 피레네 산맥의 하이라이트
스페인에서 세 개 구간을 끝내면 드디어 프랑스 피레네 산맥으로 진입한다. 이곳에서는 바욘(Bayonne)과 바스크 지방, 닥스(Dax)와 온천탕, 포(Pau), 그리고 앙리 4세가 태어난 아름다운 포 성을 만날 수 있다. 타르브에서는 마을을 둘러싼 산맥과 함께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며, 야자수가 늘어선 거리와 맛있는 먹거리로 가득한 시장도 마주하게 된다. 2023 투르 드 프랑스 선수들이 일상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아스팽 협곡(Cols d'Aspin)을 넘고 무시무시한 투르말레(Tourmalet)를 오르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 이 오르막길의 끝에 다다르면 캄바스크(Cambasque) 고원이 펼쳐지며 픽 뒤 미디(Pic du Midi)로 유명한 피레네 국립 공원의 중심부, 코테레(Cauterets)의 매력적인 스키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시원함을 느끼고 싶다면 평화로운 일레우(Ilhéou)호수 하이킹을 추천한다. 녹음이 우거진 풍경 속에서 웅장한 전망과 폭포, 피크닉,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퓌 드 돔 Puy de Dôme : 오베르뉴를 두 눈 가득
오베르뉴 지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퓌 드 돔(Puy de Dôme) 등반이며, 2023 투르 드 프랑스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구간이 될 것이다. 이곳은 퓌 산맥에서 가장 젊고 가장 높은 화산이지만, 지난 35년 동안 투르 드 프랑스 코스에 포함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 무시무시하고 장엄한 정상을 정복하고 나면 오베르뉴 화산지대 자연 공원의 산등성이를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니, 사람들의 도전정신에 불이 지펴질 것이다.
퓌 드 돔은 한 폭의 그림에 나올 듯한 작은 레일열차 파노라믹 데 돔(Panoramique des Dômes)에 탑승하거나, 능산로를 통해서도 이곳에 오를 수 있다. 열차에 탑승하면 단 15분 만에 해발 1,465m에 도착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퓌 산맥의 80개 화산과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리마뉴(Limagne) 단층을 두 눈 가득 담으면 된다. 가까운 곳에 뷜카니아 공원(Parc Vulcania)이 있으니 방문하여 이 구간의 화룡점정을 찍어보는 것도 좋다.
쥐라 Jura : 아름다운 탈출
샤티옹 쉬르 샬라론(Châtillon-sur-Chalaronne)의 매력에 빠질 준비를 해보자. 2023년 7월 14일, 투르 드 프랑스의 선두 그룹은 리옹과 보졸레 산맥(Monts du Beaujolais)에서 1시간 떨어진 매력적인 중세 마을 앵(Ain)에서 경주를 할 예정이다. 분홍색 돌로 쌓아올린 주택, 꽃이 만발한 작은 다리,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통 시장이 들어선 앵은 물과 연못이 가득하여 양어장과 조류학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돔브(Dombes)로 향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도보와 보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경사가 없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바로 앞에 펼쳐진 쥐라 산맥을 올라보는 것도 좋다. 피라미드 드 뷔제(Pyramide du Bugey)의 정상에 올라 몽블랑이나 제네바 호수를 감상하는 것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다. 투르 드 프랑스 선수들은 그랑 콜롱비에 협곡(Col du Grand Colombier)을 타고 이곳을 정복하게 된다. 정상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진 장관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때까지의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알프스: 호수와 전설적 협곡
2023 투르 드 프랑스 14구간의 출발 지점은 알프스의 안마스(Annemasse)이다. 이곳에서 페달을 밟느라 정신이 없는 선수들이 레만 호수(Lac Léman)의 전경까지 감상할 여유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분들께는 터키색으로 빛나는 이곳 호수를 강력 추천한다. 물론 안시 호수도 빼놓을 수 없다. 레만 호수를 지나면 수많은 모퉁이를 돌고 돌아 알프스의 전설적인 오르막길 코스, 그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콜 뒤 푸(Col du Feu)를 등반할 차례다. 해발 1,000m, 포르트 뒤 솔레이(Portes du Soleil) 스키장 중심부에 위치한 모르진(Morzine) 구간은 자연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자극할 것이다. 여름이 찾아오면 알프스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 전체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애호가들을 위한 최고의 놀이터로 변신한다. 데레슈(Dérêches) 강 산책, 몽트리옹(Montriond) 호수 수영, 캐녀닝, 비아 페라타 등반까지, 어떤 액티비티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일 것이다.
레 게츠 Les Gets - 생 제르베 Saint-Gervais : 몽블랑이 한 눈에
투르 드 프랑스가 생긴 이래 최초로 레 게츠가 한 구간의 출발지로 지정되었다. 산악 자전거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2022년 세계 선수권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이곳은 알프스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음을 굳게 가다듬고 15구간 라이딩을 시작해보자. 포르클라즈 몽트망 협곡(Col de la Forclaz-Montmin)에서 벌써 숨이 차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전망대가 보인다면 주저없이 발길을 멈추고 전망대에 올라 발 아래로 펼쳐지는 안시 호수의 전경을 감상하자. 한 숨을 돌렸다면 몽블랑 산기슭에 있는 생 제르베(Saint-Gervais)로 다시 향하면 된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봉우리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유산이 보존된 생 제르베를 들르는 것이 좋다. 다양한 효능을 가진 온천수와 환상적인 자연 풍경 속에서 웰빙을 만끽해보자.
쿠슈벨 Courchevel: 알프스의 스타
단골 손님들은 쿠슈벨을 쿠슈(Courch')라고 부르며 여름이나 겨울 할 것 없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투르 드 프랑스의 코스에 쿠슈벨이 포함된 것도 벌써 네 번째다. 레 트루아 발레(Les Trois Vallées)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은 알프스 산맥에서 최고급 럭셔리를 제공한다. 메리벨(Méribel)과 발 토랑스(Val Thorens)와 같은 유명한 스키장은 물론이고, 라포제(L’Apogée), 슈발 블랑(Cheval Blanc), K2 팔라스(Palace), 애렐(Airelles) 바리에르 레 네쥬 호텔(Hôtel Barrière Les Neiges)와 같은 팔라스 등급의 호텔이 5개 이상 위치하며 미식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 위치한 6개의 작은 마을과 아름다운 주변 환경까지, 쿠슈벨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라 솔리르(La Saulire) 정상에서 찍는 셀카, 로지에르 호수(Lac de la Rosière)까지 이어지는 산책, 바이크 파크(Bike Park)에서 내리막에서 타는 자전거, 메를레 호수(Lacs Merlet)에서 보내는 하룻밤, 발레 데 자발(Vallée des Avals)의 하이킹까지, 특별한 순간을 약속한다.
보주 Vosges : 깊은 산속
로렌 고원과 알자스 평원 사이에 있는 보주 산맥은 자연, 탁 트인 공간, 전통, 땅, 공예품, 양질의 치즈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지역의 명성에 걸맞은 환경을 자랑한다. 알자스의 그랑 발롱(Grand Ballon)과 프티 발롱(Petit Ballon) 사이를 슐루크트(Schlucht) 협곡을 통해 지나가는 2023 투르 드 프랑스 코스는 고산지대에서의 신나는 라이딩을 제안한다. 마크슈타인(Markstein) 언덕길에 도착하면 정겨운 마를슈타인 펠르링(Marlstein Fellering)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보주 산맥 지역 자연공원에서는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산악 썰매를 타고, 숨막히는 풍경 속에서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고, 평화로운 전경을 만끽하며 산악 (전기)자전거 등을 탈 수 있다. 특히 7월에는 블루베리 시즌을 맞아 농장 직접 만드는 맛있는 블루베리 파이를 맛볼 수 있다.
드디어 파리… 그리고 올림픽!
2023년 7월 23일, 샹젤리제 대로에 도착한 투르 드 프랑스 선수들은 과연 올림픽기의 모양을 하고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까? 2024년 파리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파리 구간은 파리 올림픽의 화려한 프롤로그가 될 것이다. 생 캉탱 앙 이블린(Saint-Quentin-en-Yvelines)에서 출발하는 이 코스는 이블린 지역에 위치한 모든 올림픽 경기 개최지를 둘러보게 된다. 거대한 원형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산악 자전거 행사가 열리는 엘랑쿠르 언덕(Colline d'Elancourt), 기앙쿠르(Guyancourt)의 골프 내셔널(Golf National), 승마 이벤트와 올림픽 근대 5종 경기가 열리는 베르사유 궁전을 모두 만난다. 물론, 이 대장정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2023 투르 드 프랑스의 결승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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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scale Filliâtre
여행 전문 기자, 프랑스 문화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 전문 기자. filliatre.pascale@orang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