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관광지의 화려한 풍경보다 맛과 향기로 기록된 여행이 더 깊고 짙게 새겨진다. 브레스의 명품 닭 요리부터 프랑스 미식 도시 리옹의 부숑, 온 마을에 고소한 향이 감도는 보졸레의 오일까지, 오베르뉴 론 알프를 걸으며 새긴 소중한 맛의 기억들.
오베르뉴 론 알프란?
©Ara KO 오베르뉴 론 알프Auvergne-Rhône-Alpes는 프랑스 남부 중 중앙부와 동부에 위치한 지역을 일컫는다. 동쪽으로는 이탈리아, 북동쪽으로는 스위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총면적은 6만 9,711km2에 달한다. 드넓은 면적만큼이나 다양한 기후, 지형, 문화, 건축이 공존하고 있어 그야말로 다채로운 여행지. 중심 도시는 파리, 마르세유와 함께 프랑스 3대 도시로 꼽히는 리옹이다. 리옹은 로마 제국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과 문화를 품고 있으며, 프랑스 제일의 미식 성지로 사랑받는 도시다. 오베르뉴 론 알프를 여행하려면 주도인 리옹에서 시작하면 된다. 파리에서 TGV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유를 통하면 리옹 생텍쥐페리 공항으로 갈 수 있다.
프랑스 미식 여행 루트 ‘발레 드 라 가스트로노미’
©Ara KO 프랑스에서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미식 여행 코스가 탄생했다. 프랑스의 미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여행 루트 ‘발레 드 라 가스트로노미 Vallée de la Gastronomie’가 바로 그것. 이름조차 미식의 계곡인 이 여행은 끊임없이 넘쳐흐르는 프랑스의 미식을 누릴 수 있는 대규모 프로그램이다. 디종Dijon에서 부터 리옹Lyon을 거쳐 마르세유Marseille까지 이어지는 미식 루트로, 그 길이는 무려 620km에 이르며 19개 주요 도시를 아우른다. 미식 관련 명소는 400여 곳에 이른다. 미식에 조예가 깊은 부르고뉴, 오베르뉴 론 알프, 프로방스 등 세 지역이 뜻을 모아 만들었으며 여행 전문 기자, 업계 종사자 등 각 분야 2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믿고 떠나도 좋다. 다만, 발레 드 라 가스트로노미는 범위가 너무 넓어 한 번에 모두 둘러보긴 힘들다. 집중과 선택으로 입맛에 꼭 맞는 미식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발레 드 라 가스트로노미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메뉴 탭에 지역별, 일정별 등으로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으며 주변 여행지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원하는 일정과 지역으로 미식 여행 루트를 계획할 수 있다.
리옹의 부숑
©Ara KO 부숑Bouchon은 리옹 가정식 스타일의 식당을 의미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리옹의 전통 음식을 즐길 수 있어 현지인이 즐겨 찾는 것은 물론, 여행자라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식당이다. 세계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만큼 리옹에는 수많은 미슐랭 레스토랑이 있지만 부숑을 빼놓고 리옹의 미식을 논할 수 없다. 부숑의 역사는 어머니들의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19세기 리옹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어머니들이 간편하면서도 푸짐한 식사를 대접했는데, 지역 실크 노동자들이 이를 즐겨 먹으며 널리 퍼졌던 것. 돼지의 각종 부속 부위를 중심으로 빵과 샐러드가 곁들여지며, 보졸레 또는 마콩산 와인과 함께 제공된다. 제대로 된 부숑을 경험하고 싶다면 식당 외관에 〈BOUCHONS LYONNAIS〉라 적힌 인증 마크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리옹 상공회의소와 관광청에서 수여하는, 말하자면 ‘진짜 부숑’이라는 증거다.
팁을 준비해야 할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팁 문제가 예민하게 다뤄지고 있다. 다행히 프랑스의 레스토랑과 바에서는 가격에 15%의 봉사료가 포함돼 있어 팁을 주지 않아도 되고, 바라는 곳도 없다. 다만, 계산 시 소수점 뒤에 숫자가 붙었다면 반올림해 유로 단위로 깔끔하게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택시 이용 시 기사가 여행 짐을 옮겨 주었거나 호텔 벨보이 또는 포터의 도움을 받았다면 감사의 의미로 소액의 팁을 주기도 한다.
필요한 것은 미리미리 사두자
©Ara KO
프랑스의 상점들은 대게 오전 9시 30분 즈음 오픈해 오후 6시 또는 7시에 영업을 마친다. 대도시의 상점들은 8시까지 운영하기도 하지만 오베르뉴 론 알프 지역은 대부분 소도시로 이뤄져 있어 이런 상점을 찾기 쉽지 않다. 늦은 시간 목이 마르거나 출출해질 것을 대비해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두자. 다만 주도인 리옹은 거주 인구와 유동 인구가 많은 만큼 늦게까지 운영하거나 24시간 운영하는 상점도 종종 있다.
어느 계절이 여행 적기일까?
©Ara KO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계절’이다. 계절마다 매력도,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도 모두 달라 한 계절만 방문해서는 오베르뉴 론 알프의 매력을 전부 알기 어렵다. 오베르뉴 론 알프는 크게 오베르뉴(서부), 론(중부), 알프스(동부) 지역으로 나뉜다. 오베르뉴 지역은 야생 그대로의 대자연을 품고 있어 힐링 여행과 트래킹을 즐기기 좋은 반면, 알프스는 스키를 즐기기 위해 전 세계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론 강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다양한 매력을 품은 프로방스 지역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사이클링, 카누잉, 하이킹, 스키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가득하고, 리옹 구시가지에서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Ara KO 오베르뉴 론 알프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Les Plus Beaux Villages de France’이라 적힌 아담한 간판을 발견하게 된다. 민간단체의 심사를 통해서 선택된 마을에 부여되는 명칭이다. 프랑스 시골 마을이야 다 아름다우니 의미가 있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자격 조건이 깐깐해 이 명칭을 부여받은 마을의 자부심이 엄청나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인구 2천 명 이하, 2개 이상의 유적지 보유, 예쁘고 깨끗한 환경 등이 있다. 프랑스 전역에 총 170여 곳이 있지만 매력은 각각 다르다. 언덕이나 산기슭, 계곡, 호숫가에 위치하는가 하면 어떤 마을은 지역에서 나는 재료와 전통 건축 양식으로 건물을 지어 독특한 풍경을 뽐내기도 한다.
By Outdoor Magazine - Ara 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