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단어는 사랑, 예술, 자유, 명품, 와인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지 못하는 하나가 바로 종교이다.
2019년 4월 15일에 일어났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수많은 프랑스인들은 화마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 모여 눈물을 흘리며 한마음 한뜻으로 노래를 부르고 끊임없이 기도했다. 프랑스는 현재 약 42,000개가 넘는 성당이 있고, 가톨릭의 맏딸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 성당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방문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또한 한국 가톨릭의 뿌리는 파리의 외방전교회로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함께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프랑스를 여행하며 놓치고 있던 성당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파리 외방전교회를 소개한다.
성당이라는 건축물의 의미
성당이라는 곳은 왜 만들어졌을까? 잠시 우리가 수천 년 전 사람이라고 상상해보자. 그 시절에는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지 않아 사람들은 죽음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급급한 시기였다. 그런데 어느 날, 죽은 사람을 살려주고 병자를 고쳐주는 선지자가 나타났다. 그를 따르는 무리가 생겨났고, 그를 모시는 장소가 생겼다.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기도하고 공부했다. 성당에서는 새 생명의 탄생을 기원했고, 사람들은 죽은 후에는 성당에 묻히기를 원했다. 한마디로, 한 사람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을 함께했던 장소가 성당이었다.
예술로 전하는 신앙의 메세지
과거에는 문맹률이 매우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들이 성경을 명확히 알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모든 이들이 성경의 내용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글이 아닌 그림과 조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성화 속 열쇠를 들고 있는 남자는 예수의 제자이자 초대 교황이었던 베드로 성인을 의미한다. 이는 예수가 베드로 성인에게 천국과 지상을 연결하는 열쇠를 주었기 때문이다. 열쇠를 들고 있는 인물이 그림과 조각에 표현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베드로 성인임을 인지하고 그의 일생과 이야기를 떠올리며 신앙심을 더욱 불태울 수 있다. 즉, 성당은 문맹이었던 이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돌로 만든 그림 성경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성당은 단순히 멋있게 보이기 위해 화려하게 지어진 장소가 아니다. 이러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는지 알게 되면, 그 의미를 알고 성당을 바라보는 감동이 달라질 것이다.
파리 외방전교회(Missions Étrangères de Paris)
Missions Étrangères de Paris
세상에 수많은 성당들 중 한국인들에게 가장 특별한 성당 하나는 파리 외방전교회다. 이곳의 선교사들이 조선으로 파견되면서 가톨릭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고, 우리나라 근대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15세기부터 선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주도하고 있었다. 당시 선교는 식민지 정책의 일부였다. 시간이 지나며 과열 현상이 일어나자 교황청에서는 해결책으로 1658년 5월 13일 파리외방전교회를 설립했다.
순수한 선교와 아시아 지역의 포교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831년 브루기에르 바르톨로메오(Barthélémy Bruguière) 주교가 조선 대목구장으로 임명되었고, 1836년 피에르 모방(Pierre Maubant)신부가 처음으로 조선에 입국했습니다. 그리고 모방 신부는 똑똑한 신학생 세 명을 뽑아 마카오로 데리고가 신학 공부를 시켰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라틴어, 프랑스어, 중국어를 모두 구사할 정도로 총명했던 김대건 신부의 친필 문서들은 파리 외방전교회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천주교 103위 성인들의 성 유골 보관함이 지하 예배당에 보관 중이며, 그 위로 103위 성인들의 이름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한글로 적힌 그분들의 이름만 보아도 가슴이 미어지고 뭉클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가 있다.
파리 외방전교회는 현재까지 약 4,300여명의 선교사들을 아시아로 파견했으며, 그중 360여 명을 조선으로 보냈다. 약 400여 년 전 외국의 선교사들은 무슨 마음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땅 조선으로 발걸음을 했을까? 살아 돌아오지 못할 그곳을 향해 고향을 떠나왔던 젊은 선교사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파리 외방전교회다.
우리는 프랑스를 여행할 때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가 된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도시 곳곳을 장식하고 있으며, 화려한 명품들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킨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런 아름다움만을 지니고 있지 않다.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종교라는 것을 만나보며 새로운 여행을 통해 짙은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
By 정희태 가이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