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 뒤 뱅 존은 일 년에 한 번 2월의 첫째 주 주말 쥐라 지방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보는 앞에서 그 해의 뱅 존을 참나무통에서 오픈해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의 페르세 뒤 뱅 존은 2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렸는데 일찌감치 3만 장의 표가 모두 동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표를 양도해달라는 요청이 넘쳐나고 근처의 호텔이며 레스토랑들의 예약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큰 화제인 페르세 뒤 뱅 존에 대해 알아보자.
실수로 태어난 와인?
'쥐라의 금'이라 불리는 뱅 존은 사바냥 Savagnin이라는 단 한 가지 품종의 포도로만 빚어 6년 3개월을 숙성 시키는 쥐라 지역 특산 와인이다. 전설에 의하면 뱅 존은 한 포도 경작자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참나무통에 넣어 두고 까맣게 잊어 버린 후 6년 3개월이 지났을 때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식초가 되어 있을 줄 알았던 와인에서 놀라운 맛이 났던 것.
노란 와인
뱅 존은 한번 맛본 이라면 잊지 못할 정도로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와인이다. '노란 와인' 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처럼 햇살 같은 노란색이 특징인데 첫맛은 대체로 레몬을 연상시키는 신맛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이 신맛은 곧 스모키하고 담백하며 고소한 맛으로 변한다. 포도로 만든 와인에서 이런 맛이 날 수 있다니!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포도와는 전혀 다른 맛, 오래 숙성된 콩테 치즈와 호두, 아몬드의 맛이 강하다.
뱅 존을 위한 축제
페르세 뒤 뱅 존은 전통적인 행사가 아니라 1996년 뱅 존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지방 신문 르프로그레 e progrès의 사주였던 장 루이 마르샬 Jean Louis Marchal이 시작한 행사다. 꼭 전통에 기대지 않더라도 행사 프로그램만 좋으면 얼마든지 지방 축제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훌륭한 예이기도 하다.
축제는 뱅 존을 만드는 쥐라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돌아가며 열리는데 올해는 아르부아 Arbois에서 진행되었다. 기존에는 이틀간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2016년에 빚은 뱅 존이 처음으로 오픈되는 공식 행사가 열리는 토요일, 각종 부대 행사가 진행되는 일요일 그리고 와인 생산자들의 카브에서 진행되는 음식과 함께 한 와인 테이스팅 행사가 진행된 금요일 저녁까지 무려 3일간 열렸다.
페르세 뒤 뱅 존 행사에 참가하면 입구에서 페르세 뒤 뱅 존의 마크가 찍힌 와인잔과 와인잔을 담아 목에 걸 수 있는 노란 가방을 하나씩 받게 된다. 입장권에는 행사에 참여한 51군데 와이너리 중에서 열 군데를 골라 시음할 수 있는 시음권이 포함되어 있다. 와이너리마다 각자의 대표 와인을 들고 나와 프로모션을 펼치는 와인 시음회 뿐 아니라 쥐라를 대표하는 음식 소개 코너, 와이너리에서 협찬한 오래되고 귀한 와인 경매, 요리사들이 참여해 뱅 존을 이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요리 경연, 불꽃놀이와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아르부아 마을을 수놓았다. 중세 시대의 면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르부아 마을답게 시음 행사는 오래된 쥐라 스타일 건축물의 특징인 지하 창고에서 펼쳐져 더욱 매력을 더 했다.
점점 커지는 규모
반면 쥐라의 작은 마을과 와인 생산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만큼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내년도 행사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행사 진행과 준비를 모두 자원봉사자에 의존하고 있는데 행사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해지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레망 Crément과 막뱅 Macvin, 마크 뒤 쥐라 Marc du Jura, 뱅 존 등 쥐라에서 생산되는 와인과 쥐라를 대표하는 치즈인 콩테를 마음껏 마시고 먹어 볼 수 있는 이 행사를 응원하는 이들은 벌써부터 내년을 고대하고 있다.
By 이지은
프랑스 생활을 즐기는 봉비방(Bon Vivant)이자 작가